수사기관, 심평원에 보험사기 의심 의료기관 심사 요청 가능
전문심사위원 심사에도 강제퇴원·진료거부 불가 상황에선 의료기관만 피해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됐다. 보험사기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보험사기 행위 및 보험사기로 적발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수사기관이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이 있으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해오던 업무 중 하나였지만 법적으로 그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는 기존의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의료계의 우려처럼 법 시행 이후 심사 의뢰건수가 급증하지는 않았을까.

올해만 132건 접수...지속적 증가추세

현재 심평원은 공공심사부에서 입원적정성 심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공심사부는 보험사기 증가에 따른 심의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신설된 부서로, 해마다 심사 의뢰를 받는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수사기관으로부터 416건(대상자 1,330명)의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받았지만 2016년에는 그 수가 늘어 559건(1,478명)이 의뢰됐다. 2012년 111건(240명), 2013년 161건(315명), 2014년 173건(245명)에 비해 2015년부터 그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접수된 건만 132건(609명)에 달한다.

접수단위는 의뢰를 하는 수사기관별로 관리가 되기 때문에, 실제 A경찰서에서 홍길동 외 9인에 대한 심의를 의뢰했다고 하면, 접수건수는 1건이지만 대상자수는 10명이 된다.

이렇게 접수된 심의건은 특별법 제정 이전에는 심평원에서 자체 '전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했지만, 올해부터 '공공심사위원회'가 직접 심사를 하고 있다.

'공공심사위원회'는 입원적정성 심사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에 따라 내부 심사위원 이외에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정원은 19명으로 심평원 심사위원 10명 이외에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회 등에서 추천한 외부 위원 9명이 포함됐다. 외과 5명, 내과 3명, 한방 1명 등이다.

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본격 운영됐는데 초기에는 심사업무 개요 등을 공유하는 회의가 주를 이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됐다. 회의는 매달 2회 열리는 자문협의체를 거쳐 월 1회 전체 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심의를 한다.

요양급여비 심사와 어떻게 다른가

하지만 이 입원적정성 심사는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법적 근거와 심사 관점 등이 다른 만큼 별도의 심사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 요양급여기준 및 심사지침 등에 적합한지를 심사해, 지급비용을 결정하는 게 '요양급여비용' 심사라면, '입원적정성' 심사는 특별법에 따라 입원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만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다.

때문에 심사 접수 대상도 요양급여비용은 요양기관이 직접하는 대신, 입원적정성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한다.

또 요양급여비 심사는 요양기관이 진료를 한 만큼의 비용을 청구해 요양기관의 입장에서 심사를 하고, 그 기준 또한 요양급여비용, 심사지침, 의학적 타당성 등이 다 고려된다. 반면, 입원적정성은 환자 입원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학적 타당성만을 심사하게 된다.

심사절차도 다르다. 요양급여비는 심평원의 심사직 직원(간호사)이 1차 심사를 하고 2차로 상근 및 비상근심사위원이 심사를 한 뒤 3차에서 심사위원회가 심의한다. 그러나 입원적정성 심사는 1차에 자문위원(심사위원), 2차는 공공심사위원회가 심사를 한다.

대신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위해 심사를 의뢰한 특성 때문에 심사결과는 요양기관이 아닌 수사기관에만 전달된다. 이의신청, 심판청구 등 일종의 권리구제 절차가 없다는 의미로, 다만 수사결과에 대한 직접 소송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 기준이 투명화되고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평원 공공심사부 관계자는 “입원적정성 심사는 수사단계에서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건에 대해 의뢰되는 만큼 심사 결과를 해당기관에 직접 줄 수는 없다”면서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서도 입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최소한 전문가 집단의 합의를 거쳐 의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건에 대해 심사위원 심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공공심사위원회가 입원적정성 심사에 대한 심사방향을 지속적으로 정립해 나갈 계획이며 위원회 논의를 거쳐 심사 사례 공개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또 심평원이 민간보험사를 위한 심사를 건보 재정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공공심사부 운영비용을 수사기관이 부담하는 안과 수익자인 보험회사에서 분담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라면서 “보험회사 부담하는 안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법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 준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공공심사위원회가 의학적 관점에서 입원적정성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위해 장기입원을 하는 환자를 의료기관에서 강제퇴원을 시키키기도, 진료를 거부하기 어려운 만큼 보험사기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이 심사를 의뢰하면 최근 10년치 진료내역을 검토한다고 해도 서면심사로서의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입원적정성을 어떻게 심사하는지 기준이나 결과를 알수 없고, 이의제기도 할수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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