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이 두 번째로 선호하는 공기업이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2월 450명의 신규직원을 뽑는데 이어, 이달에는 청년인턴 812명 모집공고를 내면서 취준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부는 공단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니던 직장도 관두는 등 5개월 인턴 자리를 얻으려고 안간힘이다.

대기업보다, 타 공기업보다 연봉이 높지도 않은 공단에 인턴이라도 감지덕지라며 지원자가 몰리는 데는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과 낮은 업무강도라는 점이 손에 꼽힌다. 굳이 많은 돈을 받지 않더라도 칼퇴(정시퇴근)가 가능한 공단에 갈 확률(인턴을 하면 신규직원 채용 시 우대를 해준다)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 하나,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와 같은 요즘시대에 천명이 넘는 인원을 뽑는다니, 타 기관보다는 합격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 한다.

이미 공단은 지난해 1,600명을 뽑은데 이어 올해는 1,050명을 새로 뽑는다.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또 공단은 1,000여명의 새로운 인재를 뽑고, 또 뽑을 예정이다. 짧게는 2021년까지 이 같은 대규모 채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최소 300명 이상씩 신규 직원을 모집했던 공단이 지난해부터 또다시 대규모 신입직원을 뽑는 것은 베이비부머세대들의 정년퇴임 탓이다. 1989년 7,000여명에 달하는 신규직원 채용 이후 이들이 2024년까지 남기고 가는 5,000여개의 자리를 취준생에게 그대로 물려주겠다는 계획이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과연 5,000명에 달하는 신규 인력이 공단에게 필요할까.

하나 하나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공단은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기간제 직원 및 전문 인력을 수시로 뽑고 있지 않는가.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도 40년이나 지난 2017년, 이쯤되면 공단은 해야 할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공단의 주 업무였던 보험료 부과와 징수는 이미 전산화가 가능하고, 전자건강보험증 개발을 추진할 정도로 종이건강보험증 발급 업무는 미미해졌으며, 부과체계 개편으로 해결도 못해주고 들어주는 민원상담 업무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보험료 관련 민원이 전체의 80%다).

대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보장성 강화, 제도 개선, 건보 재정관리에 힘을 써야 하고, 과제가 산적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건강검진제도 등도 개선, 보완해 가야한다.

공단이 ‘향후 수년간 1,000여명씩 신규 직원을 뽑겠다’라는 발표를 한데에는 이 같은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기자가 공단에 물어봤다. 수천명의 인원을 뽑는 이유가 무엇인지.

매년 얼마의 직원이 그만두는지, 그래서 얼마의 인원이 필요한지, 채용 인원을 결정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승인을 해준 이사회의 회의록도 요청했다. 자료를 주지 않아, 행정자치부를 통해 정보공개요청도 해봤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보공개청구를 수용할 수 없다’였다. 공기관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란다.

되묻고 싶다. 전 국민의 보험료 중 1조원을 해마다 인건비로 쓰는 공단에게, 퇴직예정자 수와 채용예정자 수를 공개하는 것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할 만한 이유인가? 솔직히 공개됐을 때, 빠지는 만큼 뽑으려는 계획을 수행하는데 차질이 생길까 우려해서는 아닌가?

지금 공단은 공급자단체와 수가협상을 하고 있다. 수가를 더 달라는 공급자에게 부과체계 개편과 보장성강화에 나갈 곳이 많다고 말하는 공단, 그동안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아가며 20조원을 쌓아왔다면 이제는 공단이 스스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꼭 필요한데에 돈을 쓰려는 아주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