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방병원 40% 집중…치열한 환자 유치 경쟁에 보험범죄도 늘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에 개설된 한방병원이 매년 꾸준히 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에 비해 한방의료기관 수가 많은 탓에 환자 유치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한 보험범죄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사무장 한방병원이 지역 의료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광주·전남지역에 개설된 한방병원은 총 112곳이다. 이는 전국에 개설돼 있는 한방병원(282개)의 39.7%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지난 2013년(73개)보다 53.4% 증가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전국 한방병원 증가(70개)의 55.7%를 차지한다.

자료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995만명이 거주하는 서울(39개)과 비교했을 때도 340만명이 거주하는 광주·전남 지역 한방병원 수가 2.9배나 많다.

진료비 현황도 비슷하다. 광주·전남 지역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6년 기준 1,296억원으로 전국 한방병원 진료비 3,154억원 대비 41.1%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방병원이 급증하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광주·전남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방병원이 난립하면서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보험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환자를 타깃으로 운영하는 일부 한방병원 탓에 이와 관련된 보험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지역관계자 등의 전언이다.

광주시의사회 홍경표 회장은 “한방병원들이 아주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꾸며놓고 환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면서 “이들 병원들은 주로 자보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와 연관된 보험사기가 많아 각 자보사마다 광주·전남 지역에 모럴해저드팀을 운영한다고 들었다”면서 “의사회에도 보험사기 문제로 언론,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손해보험사 등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는 실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방병원들이 주기적으로 개·폐업을 반복해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광주·전남 지역은 전국 한방병원의 40% 가량이 밀집돼 있을 정도로 한방 진료에 대한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사전 상담사를 고용해 환자가 방문할 경우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한 후 진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진료를 넘어 보험금 편취 목적으로 허위청구, 가짜 입원환자 등 보험사기까지 발생하는 있는 실정”이라며 “보험업계에서도 해당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한방병원들이 개·폐업을 반복해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사무장 한방병원까지 가세해 지역 의료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달 사무장 한방병원을 개설해 139억원을 편취한 사무장 A씨와 한의사 B씨를 구속하고,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165명을 형사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3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광주시 동구와 광산구에서 2년씩 한방병원을 운영하며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34억원과 민간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 105억원 등 총 139억여원을 편취했다.

병원 원무과 근무 경력이 있는 A씨는 한의사 B씨의 명의를 빌려 한방병원을 개설한 뒤 가족과 지인에게 환자를 소개받아 입원 등록한 뒤 무단 외출·외박을 허용하는 식으로 가짜환자를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의사 B씨는 일부 가짜 환자를 매일 진료한 것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요양급여비 등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허위 입원시켜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에 이 지역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최초로 ‘보험범죄연구회’를 창립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이 주도한 ‘보험범죄연구회’는 금융감독원, 공단, 손해보험협회 등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모여 보험범죄를 효율적으로 예방·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광주 지역에 보험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어 경찰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회를 창립했다”면서 “연구회이기는 하지만 보험 분야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주 지역은 보험범죄에 취약한 한방병원이 다수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며 “왜 한방병원이 광주에 집중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원인이 밝혀진다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광주 지역에 만연된 보험범죄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오는 9월 30일까지를 보험 범죄 특별단속 기간으로 설정해 보험범죄 집중단속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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