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수가협상 종료...보장성·인건비 제하고 흑자분 풀어달라 주문

1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진료비 증가율,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년도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수가협상 1차전에 임한 공급자단체들은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라며 진료비 증가율의 거품을 빼는데 주력했다.

메르스 사태로 나빠진 경기가 되살아 난 기저효과이자 보장성 강화 등 제도적인 영향으로 인한 자연 현상일 뿐이라며, 오히려 줄어들 줄 모르는 인건비·시설비 등 관리비를 수가에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6일에 이어 17일에도 당산동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공급자단체들과 1차 수가협상을 가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6일과 17일 6개 공급자단체와의 1차 수가협상을 갖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재정여건이 어렵다는 배수진을 쳤다. 나갈 곳은 많은데 비해 들어올 곳은 없으니, 갖고 있는 20조원은 넘보지 말라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뒤질세라, 공급자단체는 곳간이 텅 비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총 진료비 증가율이 전년대비 크게 늘었다는 것은 공급자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체감하는 진료비 증가율은 미비하고 여전히 기본 진찰료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보장성 강화, 病·齒 “오히려 손해” VS 藥·韓 “소외돼 서럽다”

먼저 공급자단체들이 주목한 점은 보장성 강화다. 총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 보장성 강화분을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대한의사협회 변태섭 단장, 대한병원협회 박용주 단장, 대한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

17일 가장 먼저 협상을 한 병협의 박용주 단장은 “진료량이 증가했지만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해 경영수지는 더 어려워졌다"며 "협상에서 충분히 반영돼 인상률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치협 최대영 부회장도 협상 직후 “가장 불리한 점이 진료비 증가율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며 "실제로 기관 당으로 증가율을 나누면 수치가 달라진다. 증가율이 늘어난 것도 치과의 보장성 강화로 인한 자연적인 증가이지, 수익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진료비 증가는 보장성이 많이 들어온 것이고 기본 진료는 아직도 적정수가가 되려면 멀었다”면서 “수가인상은 보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원래 하던 진료에 적정한 수가를 받고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장성 강화에서조차 제외됐다며 오히려 이를 반영해줘야 한다는 단체도 있다.

대한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은 “약국 비용이 전년대비 증가한 것은 마진이 없는 약품비 증가 때문”이라며 “타 유형은 보장성 강화 혜택을 받는데 우리는 전혀 없어 정책적 소외감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이사도 “한의계 보장률은 재작년에 50%였지만 지난해에는 47% 정도까지 떨어지는 등 평균 보장률에 비해 10%p 이상 부족하다. 더구나 보장성 강화에서 제외돼 있는데 비해 보장성 강화로 인해 벤딩 폭이 줄어든다면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 더 수가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유형별 특성 감안해 달라 한 목소리

공급자들은 또 저마다의 유형별 특성을 내밀며 결코 경영사정이 나아지지 않음을 강조했다. 높아만지는 인건비 등 관리비용처럼 숨은 비용을 수가에 반영해 달라는 것.

병협 박용주 단장은 “메르스 이후 병원들이 시설 기준이나 인원 증원 등으로 인해 비용부담이 커졌다”면서 “인건비 부담도 큰 만큼 이에 대한 원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은 “진료비와 행위료 증가는 메르스 사태 때 정체됐던 것의 기저효과 때문에 튀어나온 일시적인 현상이다”라며 “성장지표, 정책지표 등을 봤을 때 실질적으로 지난해 수가인상으로 인한 약국경영 개선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사회는 약대 6년제 이후 증가된 약사 인건비, 카드수수료와 불용재고약으로 인한 보이지 않은 손실까지도 헤아려 달라고 주문했다.

(왼쪽부터)대한치과의사협회 최대영 부회장,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이사, 대한조산협회 이옥기 회장

치협 역시 보조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며 요양기관 수 증가로 인한 과열경쟁은 장비구입, 임대료 상승 등을 야기해 결국 치과의 순수익이 줄어들고 있음을 강조했다.

치협 김영훈 부회장은 “치과는 처음과 마지막 진료도 치과의사의 손을 거치게 된다. 그간 수가협상이 치과의사의 진료형태를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돼 많은 불이익이 있었다. 그동안 평가 받지 못한 것을 받기 위해 높은 수치를 요구했다”고도 했다.

대한조산협회는 이옥기 회장이 직접 단장으로 나서 그동안 쌓아왔던 말들을 털어놓으며 조산수가의 현실화를 요구했다.

이옥기 회장은 “조산은 포괄수가이기 때문에 산전, 산후 관리가 보험수가에서 빠져있다”면서 이에 비해 “조산사가 저출산 해소와 중·고등학생 성교육 등 많은 일들을 해 나가고 있는 만큼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적정 수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자, 흑자 20조원·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눂여

특히 공급자들은 새 정부와 20조원의 흑자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보이며, 벤딩 늘리기에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의협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언급하며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했다.

의협 변태섭 단장은 “의원 직원들의 노동강도는 1.3에서 1.6이지만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임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건보 흑자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치협 최대영 부회장은 “공단은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고 보장성 강화로 20조원의 흑자가 금방 소진될 것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다 소진되면 (수가를)더 안올려줄 것 아니냐”면서 “좀 있을 때 더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며,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의사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고 적정수가를 약속했으니 그에 부합한 (수가)인상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급자단체들은 행여나 타 단체에 비해 낮은 인상폭을 받을까 우려하며, 공단에 유형간 형평성을 강조하는 등 눈치전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공단은 이번 1차 협상 내내 ‘듣기 모드’에 충실하며 공급자단체에게 일말의 희망도 보여주지 않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번 협상은 19일 의협이 2차 협상을 하고 22일 조산협회를 제외한 4개 단체가 2차전을 가지며, 24일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린다. 이때 공단은 소위원회로부터 잠정적인 벤딩을 받게 되고 이틀 뒤인 26일 의협부터 본격적인 수치싸움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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