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신고자에게 학대 입증하라는데 누가 신고하나"…신고자 보호제도 필요
신의진 위원장 “영유아검진에 ‘아동보호문항’ 추가해 아동학대 예방하자”

아동이나 노인학대가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의료인의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작 아동학대가 의심돼 신고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는 오히려 신고자에게 학대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 장형윤 간사는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의협이 16일 개최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간담회’에서 “아동학대 신고 경험이 있는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다시는 신고를 안하겠다’고 한다”면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신고를 했지만 마치 의사를 범인 취급하는 수사 과정에 의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 의심 있어 신고를 한 경우 경찰은 신고자에게 학대를 입증하라고 나온다”면서 “그러다 무혐의나 불기소로 사건이 마무리 됐을 때 의사들이 받게 되는 고통도 너무 크다. 신고자를 보호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아동학대대응팀 변효순 팀장은 “공익에 협조하기 위해 신고했는데 신고자를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경찰이나 전문기관에 학대 처리 지침이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을 잘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날 간담회에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영유아검진항목에 ‘아동보호문항’을 추가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학대대책분과 신의진 위원장은 “의사들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된 것은 아동들을 가장 많이 접하고 학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 후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진료권 침해 등 의사들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 의사들이 아동학대 예방 및 신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영유아검진항목에 ‘아동보호문항’ 추가 및 아동학대 표준 조사 양식 마련이다.

신 위원장은 “영유아검진항목에 아동보호문항을 추가해 부모 심리상태, 아동의 복장상태 등 피검 대상자나 의료인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항목을 만들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한다면 국가에서 이를 이용해 아동학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검진항목 추가에 따른 의사들의 부담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영유아 검진 비용 상향 등 추가적인 수가 지급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동학대 표준 조사 양식을 마련해 신고의무자에게 부적합한 질문 등 불필요한 조사로 인한 신고의무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면서 “왜 의사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꺼리게 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으로는 신고의무자의 신고 절차 개선을 제시했다.

신 위원장은 “아동학대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신고의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면서 “신고율 제고를 위해 신고의무자가 신고에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신고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법과 제도 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의무자 보호 및 상담 기능을 추가해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의 경우에도 의사들의 신고를 독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신고의무자의 신고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미신고 시 처벌 강화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신고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의료인 대상 아동학대 관련 온·오프라인 교육 확대와 피해아동 사후관리 강화 등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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