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진료 드러나며 주치의 이미지 추락…의료계 내부에서도 회의적

청와대 비서진을 시작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연일 화제인 가운데, 보건의료계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 인선 못지 않게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에 누가 임명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대통령 주치의 제도의 폐단이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에서 사실상 명예직인 대통령 주치의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통령과 그 직계가족 등의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을 위해 주치의를 위촉할 수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차관급 예우를 받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의사 1인, 한의사 1인을 주치의로 위촉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누구?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주치의가 처음 공식적으로 임명된 것은 언제일까.

대통령 주치의의 공식 임명은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박 전 대통령은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지홍창 박사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민병석 교수,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한용철 교수, 서울의대 종양내과 김노경 교수 등을 주치의로 뒀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최규완 교수,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고창순 교수를 각각 주치의로 두고 임기 내내 건강을 책임지도록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세의대 내분비내과 허갑범 교수와 성애병원 장석일 원장을 주치의로 임명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서울의대 출신 교수가 주치의에 임명되지 않아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 교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최윤식 교수를 각각 주치의로 임명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는 한방 주치의도 임명됐으며, 경희대 한의대 신현대 교수가 1호 한방주치의가 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연세의대 이병석 교수와 서울의대 산부인과 서창석 교수를 차례로 주치의에 임명했으며, 서 교수가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되면서 서울의대 신경과 윤병우 교수에게 주치의 자리가 넘어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주치의를 임명할 경우 어느 의료기관에서 나올지도 벌써부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모두 경희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최초로 경희의대에서 주치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하지만 한달에 한두번 독대를 할까말까 하는 주치의는 상징적 자리에 불과하다. 때문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주치의 자리를 놓고 대학병원들이 경쟁하거나 특정 인맥이 가동되는 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대통령 주치의라고 해서 대통령 곁을 항상 지키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소속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 필요한 경우 동행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통령 주치의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업무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대통령 주치의는 명예직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의료계 내에서도 주치의가 임명 후 어떤 활동을 하느냐 보다는 어느 의료기관에서 임명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대통령 주치의와 관련된 각종 폐단이 드러나며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통령 주치의제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주치의에 임명된 의사가 3명이나 됐지만 실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은 최순실 씨와 연관된 비선의료진이 전담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대통령 주치의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이다.

또한 청와대 내에는 의무실장이 상주하면서 평소 대통령 건강관리를 하는 등 사실상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대통령 주치의 임명이 꼭 필요한지 회의감을 갖게 한다.

이에 대통령 주치의를 임명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군의료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 의무실장을 국군수도통합병원 군의관 중 발탁하고 의무실장에게 대통령 주치의 임무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면서 "이는 그동안 홀대받아 온 군진의학의 발전에도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고 60만 사병으로 자식을 보낸 수많은 부모들의 군 의료에 대한 신뢰감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White House Doctor란 이름으로 군의관이 사실상 대통령 건강을 책임지고 있고, 그 밑에 내과, 외과 등 군의관 5명이 한팀이 되어 긴급사태 시 기동 응급센터 기능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 주치의의 역할을 군에 맡기기에는 군의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주치의 역할을 군에 맡기기 보다 먼저 군진의학의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른다 의료계 관계자는 “군 통수권자의 건강은 곧 국가 안위인 만큼 주치의 역할을 군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군의료가 역량이 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군의료를 정상화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권위를 기치로 내걸고 실천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명예직으로 여겨지는 대통령 주치의 임명을 비효율로 판단하고 주치의를 임명하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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