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1% 증가한 소아당뇨환자…인슐린 주사 장소 확보·교육상담 지원 등 필요

초등학교 6학년인 A군은 몸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소아당뇨환자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고 친구들이 급식메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A군은 그럴 겨를이 없다. 친구들의 눈을 피해 밥을 먹기 전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친구들은 주사라는 말만 들어도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지만 A군은 몸에 스스로 주사바늘을 꽂은 지 이미 수년이다. 그런 것에는 익숙해졌지만 친구들의 시선은 아직 따갑기만 하다. ‘무서운 주사를 스스로 맞는 아이’라는 친구들의 편견은 놀림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A군은 급식시간 전 친구들의 눈을 피해 화장실에서 주사를 맞았다. 오늘 하루에도 아직 몇번의 주사를 더 맞아야 하는 A군은 그제서야 급식실로 향했다.

5월 가정의달이며 어린이의 달에도 웃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5,000명 이상인 소아당뇨병환자가 그들이다.

이들을 웃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린 그들을 괴롭히는 당뇨의 고통, 자기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한다는 두려움, 스스로 주사를 맞는 자신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친구들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소아당뇨인협회 등에서는 한목소리로 소아당뇨병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아당뇨환자 10년간 31% 증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치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 중인 소아당뇨병환자는 2006년 4,076명에서 2015년 5,338명으로 10년 새 1,262명이나 증가했다.

2015년 기준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16~18세가 절반 가량으로, 남자가 49.3%, 여자가 46.4% 정도를 차지했으며, 10세 미만 아동도 무려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아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소아당뇨병환자가 10만명당 178.4명으로 건강보험가입자 51.8명에 비해 3.4배 높아 저소득층에서 소아당뇨병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소아당뇨병환자들은 통상적으로 연령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6~8시간 이상, 중고등학생은 8~10시간 이상 집 밖에서 당뇨병관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 내 보건교사의 혈당 측정과 인슐린 주사는 의료기관 이외의 곳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의료법에 따라 불가능할 뿐더러 저혈당으로 인해 응급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글루카곤 주사 행위도 허용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집 밖으로 나선 아이들을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학회 “소아당뇨병환자 위한 정책 빨리 추진해야”

당뇨병학회는 지난 3월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한민국 ‘한국형 당뇨병 예방과 관리 정책 전략’을 통해 소아당뇨병환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학회는 이 보고서를 통해 당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로 당뇨병 평생관리의 첫단추, 교육상담 급여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젊은 당뇨병환자 증가, 고령화로 인한 유병기간 증가로 합병증 위험과 사회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철저한 교육상담을 통해 환자들의 적극적인 관리로 합병증 예방이 가능하지만 당뇨병환자의 교육 경험은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당뇨병환자는 진단시점부터 매년 정기적인 교육상담이 필요하다”며 “특히 소아, 청소년환자, 임신성 당뇨병, 인슐린 주사환자 등 집중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의 경우 교육상담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아당뇨병환자의 안전학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형 당뇨병은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생활에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고려돼야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사회적 인식 부족과 제도적인 문제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학회는 “1년에 1,000번 이상의 인슐린 주사를 학생 스스로 투여해야 하고, 중증저혈당과 같은 응급상황 대처를 비전문가인 학생과 가족에게만 전가하는 현행 법적 모순이 발생한다”며 “소아청소년 당뇨환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학교보건법 개정이 시급하지만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당뇨병환자에 대한 보건교사의 인슐린 주사 합법화 ▲중증 저혈당 대비 학교 내 글루카곤 안전보관 허용 ▲인슐린 투약 결과에 대해 보건교사의 면책조항 포함하는 법적 안전장치 마련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 1인 배치 및 과대 학급 2인 배치 ▲소아당뇨병환자 및 특수환자의 안전보장과 돌봄을 위한 보조인력 배치 선행 등을 제시했다.

당뇨병학회 김대중 홍보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내사내과)는 “소아당뇨에 걸린 청소년은 학교 내에서 마음 편하게 인슐린주사를 맞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인슐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은 반드시 풀어야 하며 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당뇨인협회 “소아당뇨병환자 위한 다양한 지원책 필요”

국내 소아당뇨환자 지원을 위해 지난 2005년 설립된 사단법인 소아당뇨인협회 역시 국내 소아당뇨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소아당뇨병환자와 당뇨를 새로 진단받은 학생들을 위해 당뇨병협회에서 학교 내에서 혈당 모니터링과 인슐린 투약을 지원하고 있다.

당뇨 건강전문가단체에서는 의학 및 보건 전공을 하지 않은 학교 내 담당자들도 학생들에게 보조적인 당뇨관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협회 김광훈 회장은 “소아당뇨병환자가 학교에서 인슐린주사를 맞는 곳 중 첫 번째로 꼽는 곳이 화장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부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보건실 이용 어려움 등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소아당뇨병환자가 보건실을 충분히 이용하면 좋겠지만 보건교사가 보건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학업과정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특히 책임소재 때문에 인슐린 투여와 글루카곤 등의 지원과 보관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학교는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어려운 점이 있다. 교내에서는 소아당뇨병환자가 소수기 때문에 보건교사가 맞이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통령이 해야할 정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소아당뇨병환자 지원을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협회가 요구한 것은 ▲1형소아당뇨병환자 위한 교육프로그램 지원 ▲희귀질환 및 만성질환 환아를 위한 교내 안전망 구축 ▲질병·장애·소득·환경으로 인해 차별받는 소아당뇨병환자를 위한 인식개선 ▲임신당뇨병 예방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이다.

김 회장은 “인슐린주사의 직접 투여는 어려운 점이 많다. 보건교사가 주사를 놔주는 문제를 떠나 인슐린 주사방법 교육이나 안전 지원 등에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국내 소아당뇨병환자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의료법과 학교보건법 사이에서 아이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아당뇨병환자 부모 모임 김미영 대표는 “우리 아이는 4살 때 1형당뇨 진단을 받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변에 이런 사실을 알리면서 친구들과 잘 지내왔다. 교실에서 직접 주사를 했고 선생님, 친구들, 친구들의 엄마들까지 우리 아이가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이가 당뇨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와 당뇨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친구들이 자신의 당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싫고, 주사 맞을 때 늘 친구들의 시선이 신경쓰였다고 말하더라”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특히 외부에서 주사를 맞을 때는 더 많이 신경쓰이고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까봐, 친구들이 놀릴까봐 항상 걱정된다고 했다"며 "이제 9살인 아이가 이런 걱정을 하면 살아간다는 게 마음 아팠고 당뇨에 대해 잘못된 시선으로 많은 당뇨인들이 숨어서 지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소아당뇨병환자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떳떳하게 혈당관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예산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며 “이런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당뇨를 가진 아이들이 건강히 잘 자라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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