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사회협력국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에도 의사는 항상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또한 의사가 개인의 이익을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추구할 수 있는 것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명제이다.

환자를 최선을 다해 잘 치료해주는 좋은 의사일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의료시스템이자 좋은 사회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의사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을 때 시선이 곱지 않다. 그것은 의사의 이익 추구가 그다지 올바르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사회적인 신뢰도의 문제이다.

확실히 한국에서 의사의 신뢰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의사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인데도 말이다. 여기에는 임팩트가 있는 사건사고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의사가 전문직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의료 행위는 굉장히 전문직이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는 의사의 진료가 제대로 된 것인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어, 당장 동네병원에 가서 감기 진단을 받았는데 잘 낫지 않아 나중에 알고 보니 폐렴이었던 경우가 있다면 이와 같은 문제 상황은 그 순간순간에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평가할 수가 없다. 그들은 의료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의사들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의사들임이 분명하다. 의사 중 전문의의 비율을 따져 보아도 세계 최정상을 달리고 있고 인구 당 의료진 수도 상당히 많은 편이며 대학 입시에서도 자연계열의 최상위권은 의학계열이 형성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낮은 의료수가 덕분에 굉장히 많은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다.

사회적인 불신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내부에서의 반성이다. 예전의 허위 진단서 사건에서부터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치의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그런 사건사고들에 더해서, 한번 의사가 되고 나면 어지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는 면허가 계속 유지되고 문제를 일으켜도 외부에서 알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거나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쌓이고 쌓여 의사의 신뢰도를 낮추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는 의사 집단 내에서의 개선 노력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의사와 사회 간 간격이 생겨버린 데는 소통의 부재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의사 집단이 진료행위 이외에 어떤 것들을 하는지 일반적으로는 알기가 참 힘들다. 당장 의사들의 단체만 해도 각 진료과별로, 지역별로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의사의 신뢰도 문제는 의사 전체에게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더더욱 목소리를 사회에 내야한다. 또한 전문직이지만 ‘친근한 전문직’이 되어 의사의 행위를 전문적인 행위가 아닌, 대다수에게 친근한 행위로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면, 우리나라의 의료 정책들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최근 2월 14일에 있었던 국회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이 또 다시 국립보건의과대학(공공의대) 신설을 통해 취약지의 의료공백 해결과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의료 취약지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졸업 후 10년 이상 공공의료분야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신입생을 받겠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많은 의사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냈다.

대한전공의협회에서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최근 공중보건의 수가 감소한 것은 맞지만 지역마다 보건지소가 존재하고 민간 병의원도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에서도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니라 특정 과로 몰리는 것이 문제이며 의료 취약지도 의료인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것이 진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기피 진료과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도 힘든 것에 비해 보상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복지부는 자신 있게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의사들의 낮은 신뢰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정책이지만 의사들이 어떤 합리적인 말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이 사회에 크게 울림을 주기 힘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공공의대는 의사의 기본적인 이익 추구 권리를 완전히 저버린 정책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생겨날 수 있는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정책에 맞서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먼저 의사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처구니없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정당한 목소리가 강력한 힘을 싣지는 못하는 이 상황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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