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대법원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 기준 적용해 판결

‘임의비급여 제한적 허용’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냈던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법정 다툼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일부 승소로 백혈병 임의비급여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지난 19일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과징금부과처분 및 부당이득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며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 기준을 발표한 지 5년만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6년 12월 여의도성모병원이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불법과다 징수했다는 환자단체 고발에서 시작됐다.

복지부는 여의도성모병원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2006년 4월 1일부터 6개월 간 병원 측이 부당한 방법으로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요양급여비용 19억3,808만원과 의료급여 8억9,300여만원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부당하게 청구된 요양급여비용 19억3,808만원과 의료급여 8억9,300여만원을 환수하고 과징금 141억5,644만원을 부과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복지부와 공단의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과 공단이 내린 진료비 환수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약제비에 대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다”면서 “치료재료대 별도산정 불가항목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부당청구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택진료 부분에 대해서도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위임한 것을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와 공단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복지부와 공단의 항소를 전부 기각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여의도성모병원이 제출한 증거자료만으로 정당한 과징금과 부당이득금을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병원이 공단에 청구해야 하는 진료비를 환자에게 바로 청구한 점 등을 이유로 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렇게 시작된 대법원 재판에서 전원합의체는 선택진료비 부당징수를 제외한 나머지 상고 부분에 대해 원심을 깨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전원합의체는 2012년 6월 모든 임의비급여는 부당청구로 봐온 기존 판례를 뒤집으며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을 인정하고 그 기준을 제시했다.

전원합의체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인지에 대한 판단결과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위한 의료서비스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병원에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 기준은 ▲건강보험 틀 안에서 비급여를 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치료의 시급성과 기준 개정 소요 기간 등에서 불가피성이 인정될 경우 ▲의학적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필요성을 갖췄을 경우 ▲가입자 등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해 본인 부담으로 진료 받는 것에 대해 동의를 받았을 경우다.

이후 5년이 흘렀고 지난 1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최종적으로 여의도성모병원의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시한 임의비급여 예외적 허용 기준을 적용해 의약품과 치료재에 관련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 징수한 13억1,599만원을 판단 대상으로 한정하고 이중 11억5,530만원 범위를 넘는 1억6,069만원을 취소했다. 의료급여비용과 관련해선 전체 7억2,783만원 중 1억645만원을 취소했다.

이로써 10년에 걸친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임의비급여를 전부 부당청구로 봤던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으며 문제가 됐던 골수검사 시 1회용 바늘은 해당 사건 이후 환자들의 탄원이 쇄도한 후 급여로 인정받았다. 백혈병 진단검사도 12종에서 18종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여의도성모병원 "영리 추구 매도, 오해 풀렸다" 환영

여의도성모병원은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5일 “이번 소송은 결코 건강보험제도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응급한 상황에서 백혈병 등 중증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자 했던 의료진의 숭고한 노력이 마치 부당한 영리 추구 행위인 것처럼 매도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병원은 지난 10년간 너무나도 많은 오해와 질타에 시달려야 했고, 대학병원으로서의 존폐를 고민할 만큼 연구와 진료에 많은 위축을 겪었다”면서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이어 최근 파기환송 최종 판결로 우리의 도덕성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생명이 우선되는 진료환경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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