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사무장병원이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인을 고용하여 의료인 또는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이다(의료정책연구소). 최근 사무장병원 형태는 지능화⋅대형화되고 당국의 적발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에 대한 보험공단의 진료비 환수결정 및 결정금액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기관수는 2009년 7건에서 2014년 250건으로 35배 증가했으며, 환수결정 금액은 2009년 5억6,000만원에서 2014년 3,681억4,000만원으로 654배 증가했다. 2015년 기준, 전국 불법 사무장병원으로부터 환수해야 할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하지만, 실제 징수율은 8.2%에 불과하다(문정림 의원실 국회 토론회자료, 2016.).

사무장병원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불필요한 진료행위 증가 및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으로 지역 주민과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며 건전한 의료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 둘째 영리목적의 의료기관 운영으로 불법⋅과잉 의료행위, 진료비 허위⋅ 부당 청구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무장병원의 경우, 무리한 대출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의료정책포럼 Vol.14).

이러한 사무장병원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사무장병원의 수익 환수 및 처벌 강화 모색, 사무장의 부당이득을 몰수하는 등 강력한 제제 방안을 마련 및 일부 실시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협회 등 각 단체 내에 사무장병원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의료인 명의 대여 예방을 위한 각 협회 별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며, 광역시도 보건정책과, 공단, 지역의사회 등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상시적인 정보 교류 및 협력 등을 하고 있다(의료정책포럼 Vol.12 No.1).

면허자격제도 측면에서 볼 때 사무장병원은 전문자격대여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무자격자인 자연인이 전문 개인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면허의 대용, 판매의 의미를 포함한다. 자연인의 이익을 위해 의료가 이용됨으로써 전문직 제도의 왜곡과 변질이 일어난다(안덕선 등). 사무장병원 문제는 면허자격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 난제 중 하나이다.

해외 의료 선진국에는 불법, 편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사무장병원과 같은 행태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 성립과 유지의 필수 기능인 의료직의 직업 안정성을 국가가 보장하고, 의료기관이 재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의 근본적 차이일 것이다. 아울러 사무장병원에 대한 사회적 윤리의식이 여전히 부족하며, 법적 조항 이외의 사무장병원 해악에 대한 철학적, 윤리학적 고찰과 이에 따른 교육 자료가 부재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사무장병원에 대한 기초 연구자료조차 대단히 미약한 실정이다.

사무장병원이 버젓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건의료인들의 사무장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들 수 있다. 의사에 의한 사무장병원의 범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단히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나긴 학업과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의업에 나서는 초년의 의사들에게 사무장병원은 낯선 단어다.

봉직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무장병원의 지능적 진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렇다 보니 사무장병원 관련한 의사사회 내부의 피해와 이로 인한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들의 교육과정에서부터 사무장병원의 근절과 예방을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각종 자료를 개발, 보급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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