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윤혜선 교수 “준비 안하면 차후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기기 활용 걸림돌 될 수 있어”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AI)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활용에 앞서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과 의료 관련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윤혜선 교수는 지난 21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서울글로벌센터빌딩에서 개최한 ‘제1회 국가생명윤리포럼’ 발제에서 우리나라 의료 법규 현황을 설명하며 “현재까지는 의료 분야 인공지능 활용에 초점을 기술에만 맞췄지만 이제는 법적·제도적 문제에 대한 검토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현재 의료와 관련한 우리나라 법률 수는 63개이며 여기에 헌법, 민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을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면서 “하지만 이들 중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정의한 법률은 없으며 대법원 판례만이 의료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차후 인공지능이 적용된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기기 활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최근 인공지능이 의료인을 역할을 ‘대체’할 것인가,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분분한데 대체의 방향으로 간다면 상당한 법체계의 정비가 필요하고 보완이면 그보다는 낮은 수준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때문에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 논의를 할 때 그 범위와 한계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인공지능을 상용화 하는 과정에서 다극적 관계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기존 규제를 통해 반사적 효과를 누리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을 받기 때문에 상당한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이용에 핵심 자원인 데이터의 확보와 처리·관리·보안 및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오작동 및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등도 신속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목했다.

특히 데이터 확보에 관련해서는 취득 비용, 수집 및 유통제도 부재, 소유관계 모호 등의 문제가 있어 법적 불확실성이 발생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적이다.

또 데이터의 처리와 관련해선 시급히 의료데이터를 표준화 시키고 데이터 품질 관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때문에 이로 인해 의료데이터 패러다임 및 거버넌스 구축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선 의료데이터의 의도적 유출, 거래, 부정한 열람, 복제 위험성 등에 의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 높아지며 이로 인해 고용차별, 사회적 차별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데이터의 익명화 ▲식별불가능성 및 연결 불가능성 보장 ▲세밀한 접근 제어 기능 등의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오작동 및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이 설계 시 고려하지 못했던 조건에 대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최초에 의도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료사고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 해킹 등이 그 위험성을 더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인공지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인공지능 기기의 품질인증제도와 안전감독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제조물책임법을 정비해 민·형사상 책임을 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은 아직까지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 장동경 교수는 "인공지능은 분석의 툴로 데이터를 잘 정리해 줄 뿐 당분간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의료성과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왓슨은 몇개 암에 대해서는 제법 좋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를 제외하고 다양하게 적용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나 MD앤더슨에서는 왓슨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임상경험이 많은 병원에서는 그간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해 왓슨 활용은 시간낭비“라면서 ”경험이 많지 않은 병원들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의료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려면 아직도 정복해야 할 질환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