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시간 30분 동안 산모와 태아 관찰하지 않아” VS 의료계 “불가항력적인 사고”

산부인과 의사들이 거리 시위까지 나설 정도로 반발하고 있는 분만 중 태아 사망 사건 유죄 판결.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사망하자 법원은 그 책임을 물어 담당 주치의였던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게 금고형을 내렸다.

과연 사건 당일 인천 산부인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A씨는 임신 40주차에 접어든 독일인 산모 T씨의 분만을 담당한 주치의였다.

2014년 11월 24일 오후 10시경 분만을 위해 A씨의 산부인과에 입원한 T씨에게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오전 6시 15분부터 오전 9시 6분까지 약 3시간 사이에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5차례나 발생했다. 이후 태아의 심박동수는 다시 안정을 찾았고 T씨는 오후 2시 30분경 진통을 시작했다.

A씨는 오후 4시 25분경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5분 후인 4시 30분경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다. 오후 6시 무통주사의 약효가 떨어져 T씨가 다시 통증을 호소하자 A씨는 산모의 상태를 살폈고, 이 과정에서 태아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산모에게 부착했던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는 산모의 통증 호소 등을 이유로 제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저하되는 증세가 이미 5차례나 발생해 특별한 주의 및 관찰이 필요한 산모와 태아를 1시간 30분 동안 최소한의 검사도 하지 않고 방치해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법원도 A씨의 주의의무위반을 인정했다.

법원은 “태아의 심박동저하가 5차례나 있었고 자연 진통에 의한 자궁 수축 등을 고려했을 때 출산이 완료될 때까지 산모 상태와 태아의 심박동수에 대해 보다 세밀히 관찰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A씨가 산모의 통증 호소 이유로 그의 몸에 부착된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제거해 산모와 태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1시간 30분 가량이나 산모나 태아의 상태를 검사하는 등의 의료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했다면 빠른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태아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면서 “A씨 또한 수사기관에서 ‘태아의 심박동수에 대해 세심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했다면 태아의 증상을 즉시 확인해 제왕절개 수술 등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던 점을 종합했을 때 A씨의 과실이 인정되며 그 과실과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에게 합의 내지 피해 회복을 위한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법원이 비이성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공분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의사가 태아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죽음에 이르는 태아를 살려내지 못한 점이 감옥에 갈 사유가 된 것”이라며 “화재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소방관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과실치사로 감옥에 보낸다면 누구도 소방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분만에서 태아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의사회도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분만 중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자궁 내 태아사망을 마치 분만을 돕는 의사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살인범으로 낙인 찍어 교도소에 구금하겠다는 잘못된 판결”이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지는 분만현장을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를 분만 현장에서 몰아내겠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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