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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약 있어도 못 써”[인터뷰] 국립암센터 비뇨기과 정재영 교수, 치료약 급여제한 아쉬움 토로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전문가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암 중 하나가 전립선 암이다.

전립선암은 전체 환자의 96%가 60세 이상의 고령 남성이고, 처음 진단 받는 환자 중 20% 정도가 전이성 전립선암일 정도로 ‘독한 암’이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 의존성 암이라는 것이 증명된 후 인위적인 거세요법이 진행성 혹은 전이성 전립선암의 1차 치료로 자리잡았지만, 이러한 거세요법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암 세포가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전이성 전립선암’ 단계에서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려도 암이 계속 진행되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국립암센터 비뇨기과 정재영 교수에게 전립선암, 특히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치료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암센터 비뇨기과 정재영 교수

- 국내 전립선암 유병률과 이 중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전립선암은 국내 남성암 5위로, 최근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조기진단, 남성의 고령화,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데,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병률 증가가 예상된다.

국가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전립선암의 30%는 초기가 아닌 3기 이상의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립선암은 1차 치료 후 혈중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의 수치가 증가하는 생화학적 재발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의 환자들은 대부분 완치가 어렵고, 거세저항성이 된다. 첫 진단 당시 3~4기 전립선암일 경우, 호르몬 치료를 통해 2~3년 정도 유지되다가 이후 호르몬이 반응하지 않는 거세저항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온라인 등에선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호르몬불응성 전립선암’ 등의 용어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호르몬 불응성이란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전립선암 세포를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이후 호르몬불응성이라고 생각했던 단계에서 호르몬에 반응하는 경우가 확인됐다. 이에 남성호르몬을 거세 수치(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50(nmol/L) 미만인 경우, 고환 절제 또는 주사제를 3~6개 정도 투여해 고환 절제와 유사한 수준)로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암 세포가 진행하는 경우를 거세저항성으로 정의하게 됐다.

호르몬 불응성이더라도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는 건 남성호르몬에 반응하는 부위가 혼재돼 있음을 의미한다. 남성 호르몬은 고환뿐만 아니라 부신, 암 세포(종양)에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새로운 호르몬제는 그 기전이 부신, 종양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까지 차단한다. 이런 기전으로 최근 나온 2차 호르몬제 신약들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에 효과를 보인다.

-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로의 진행 과정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첫 단계에서부터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는 전립선암 세포와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세포가 혼재돼 있다.

호르몬 억제 치료를 첫 치료로 시작하면 암 세포가 퇴화되는데, 이 중 호르몬에 비의존적인 세포가 증식한다. 비의존적 세포가 우세해지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된다. 다른 하나는 호르몬에 의존하는 대다수의 세포가 호르몬 치료에도 살아남아 더 우세해지는 경우다.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50(nmol/L)이하의 아주 낮은 남성호르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우세해지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이 된다.

호르몬에 의존적인 세포가 호르몬 치료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세해지는 경우, 2차 호르몬 제제를 사용 해 남성 호르몬을 더 억제, 차단하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호르몬에 비의존적인 세포가 우세해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호르몬 치료를 해도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효과적이다.

-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호르몬 비의존성, 의존성 세포가 대다수 혼재돼 있나.

100% 혼재돼 있다. 암 세포가 전립선뿐 아니라 뼈, 폐, 간으로 전이된 케이스를 추적 조사한 결과, 각 부위마다 모두 다른 암 세포가 발견됐다. 한 부위에 있는 종양도 비의존성, 의존성 세포가 혼재돼 있어 한가지 치료로 완치가 어렵다. 전립선암은 처음부터 강한 이질성을 갖기 때문에 재발률 또한 높다. 80~90%는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는데, 평균 2년 정도(중간값)의 효과가 유지되다가 이후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2차 호르몬제제를 도세탁셀(항암치료) 전, 후에 걸쳐 사용하는 등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보통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에서의 생존기간은 1년 6개월에서 2년까지로 본다. 그러나 최근 2차 호르몬제제 신약들이 나오면서 거세저항성으로 진단하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신약을 통한 적극적 치료 시 생존기간이 4~5년까지 늘어났다. 도세탁셀 전 초기에 적극적으로 2차 호르몬치료를 함으로써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 NCCN 가이드라인 등에서 새로운 호르몬제제들을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1차 옵션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미국 비뇨기과학회(AUU), 유럽 비뇨기과학회(EUA) 등 모든 가이드라인에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단계에서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제품명 자이티가), 엔잘루타마이드(제품명 엑스탄디), 도세탁셀 3가지 약제를 1차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엔잘루타마이드 등 2차 호르몬제제를 1차 치료로 선택함에 있어 임상 데이터 결과,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데,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는 크게 전이 병소, 질병 속도,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치료를 결정한다.

자이티가, 엑스탄디는 도세탁셀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환자의 건강상태가 떨어지더라도 사용 가능하다. 또 중요한 부분은 환자의 기저 질환이다. 전립선암 환자는 대다수 고령이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심근경색, 뇌졸중, 간 기능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각 약제의 부작용이 모두 달라 만성질환을 파악해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항암치료는 전이병소가 광범위하거나 뼈 외에 다발성으로 전이된 경우, 암이 빠르게 진행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 1차 치료로 사용한다. 다만, 항암제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아야 가능하다.

- 2차 호르몬제제들의 부작용은.

2차 호르몬제제는 기존의 탁셀 계통의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부작용 때문에 약을 끊는 경우는 10% 미만으로 드물다. 도세탁셀 전(Pre-chemo) 2차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환자의 경우, 거세저항성 입문 단계로 환자의 건강상태가 좋은 편이다. 특이한 부작용만 잘 모니터링한다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는 간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간경화 등 병력이 있다면 투여 2주 후 간 수치 모니터링이 필수다.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는 프레드니솔론 스테로이드와 반드시 병용해야 하는데, 스테로이드로 인한 고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평소 잘 조절되지 않는 혈압, 당뇨병이 있다면 선택을 피해야 한다.

엔잘루타마이드는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임상 결과, 과거 뇌병변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간질 발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외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피곤감, 약 30%가 약으로 인해 고혈압이 발생했고,이 중 1/3은 악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 약제마다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만성질환 유무를 잘 파악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에 어려움은 없나.

1차 치료로 권고된 3가지 약제를 모두 사용할 수는 있게 허가돼 있지만, 실제로는 보험 급여 상황, 약가 이슈 등으로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엔잘루타마이드(엑스탄디)만 보험이 적용되는데, 그것도 도세탁셀 후(Post-chemo)의 경우에 한해 보험 급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항암 치료 전 2차 호르몬 치료가 쉽지 않다.

관련 제약사들이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게 그나마 환자들이 신약을 사용할 수 있는 통로다. 이밖에 도세탁셀 2세대인 카바지탁셀도 보험 급여가 안 된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의 경우, 선(先)치료가 후(後)치료 효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도세탁셀 사용 후 2차 호르몬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반대로 2차 호르몬 치료를 먼저 진행 후 도세탁셀을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좋다. 선치료 단계에서 사용했던 약물은 도세탁셀 이후 다시 사용하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경우 도세탁셀 전후 2차 호르몬치료에 대해 동시에 보험이 적용된다. 환자 특성에 따라 3가지 모두를 잘 조합하여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아쉽다.

박기택 기자  pkt77@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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