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서울대병원과 분리운영 시 의료수준 추락·노동권 하락 우려”
보라매병원 “간호직 이미 시행 중 행정직만 추가…노조 주장 이해 못해”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이 순환근무를 하지 않는 전속 직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직원들의 순환근무가 없어지면 의료수준이 하락하고 직원들의 처우 또한 나빠질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지만 보라매병원은 이미 간호직의 경우 시행되고 있을 뿐더러 이번에 행정직이 추가될 뿐이어서 노조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보라매병원이 인사권 확보를 이유로 전속직원을 선발하고 서울대병원과의 분리운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보라매병원의 의료수준 추락은 물론 직원들의 노동권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는 보라매병원 전속 직원 채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위탁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주 내용은 서울대병원 직원의 파견근무를 없애고 ‘보라매병원 전속직원’을 채용해 독립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동안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에 위탁운영 되던 탓에 직원들이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등을 돌며 순환근무를 해왔다.

하지만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시와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이 직원 간 순환근무를 중단하고 서울대병원에서 교육받지 않고 근무한 경력이 없는 새로운 ‘보라매병원 전속직원’으로 채용하는 분리운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간 서울대병원 직원의 순환근무로 보라매병원의 의료수준을 끓어 올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서울대병원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간판만 ‘서울대병원 위탁운영’이라는 거짓 선전을 통해 환자를 알선하고 유인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환자들은 보라매병원 분리운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로비에서 매주 진행하는 ‘보라매병원 분리운영 반대 서명’에 벌써 1,000명이 넘게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시 역시 이런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분리운영으로 인해 의료의 질 저하가 필연적인 상황임에도 서울시는 이를 노사 문제로 치부하고 개입하기를 꺼려하며 보라매병원의 운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커녕 병원의 요구라 어쩔 수 없다고 이들과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결국 같은 진료비를 내고, 보다 양질의 진료를 받았던 시민들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뿐 아니라 보라매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또한 장기적으로 대학병원 수준의 근로조건에서 삭감된 근로조건을 강요받을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보라매병원 측은 전속직원 채용은 이전부터 진행돼 온 사항이며, 분리경영 추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속직원 채용으로 순환근무가 없어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분리경영 또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순환근무가 계속 되다보니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속직원 채용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간호직의 경우 이전부터 전속직원을 채용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행정직이 추가된 것일 뿐”이라며 “이들의 임명권자도 서울대병원장인 만큼 급여나 기타 근로조건도 기존의 직원들과 동일하고 승진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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