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비대면 의사소견서 작성시 재조사 등 지연 문제 지적

치매특별등급제 도입 등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환자가 임의로 의사소견서를 조작하거나 사실과 다른 소견을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급판정위원회가 의사소견서를 무시한 채 등급을 판정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노인의학회가 지난 16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제26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공단 요양급여실 인정관리부 이문희 차장이 ‘노인장기요양보험 의사소견서 발급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실 인정관리부 이문희 차장

이문희 차장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 인정을 위한 의사소견서 발급건수는 총 43만건으로, 이중 89%는 의료기관에서 온라인으로 공단에 제출했으며, 11%는 환자가 직접 공단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출된 사례 중 환자 보호자가 임의로 소견서를 조작한 경우가 확인됐다.

이문희 차장은 “공단 조사원의 자료와 의사소견서의 항목이 차이가 난 경우가 있었는데, 민원인에게 확인해보니 보호자가 높은 등급을 받고 싶어서 항목을 임의로 바꿨다고 했다”면서 “의료기관에서 소견서를 밀봉해서 전달하지 않고 봉투에 넣어서 주다보니 몇 개 항목을 보호자가 바꾼 것이다. 소견서를 인터넷으로 접수를 하면 이러한 경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면진료가 원칙인 의사소견서 작성을 환자의 사정 등을 감안해 비대면으로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편의를 봐줬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인 될 경우 재조사가 이뤄지는 등 판정지연으로 이어져 결국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이문희 차장은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 보호자 진술에 의해서만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 인정조사표와 의사소견서를 비교하고 등급판정을 하는데, 근력상태, 보행여부, 의사소통 가능여부 등이 크게 달라 판정을 못한 사례가 있다. 이 경우 조사자에게 재조사를 시키고 의료기관에도 재확인을 한 뒤 다음 차수 등판위에서 산정해 등급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이렇게 되면 동일 대상자를 단시간 재조사를 하면서 행정적 낭비를 하게 되고 신청후 등판위 결정 지연으로 등급이 늦게 나오는 불편함이 있는 만큼 환자를 직접 면담해서 기능상태를 작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단골환자라 비대면으로 소견서를 작성했다가 당일 환자가 사망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대면 진료라는 원칙을 지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환자의 부탁으로 없는 노인성질병 상병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65세 미만의 경우 노인성질병 유무가 치매특별등급 신청 자격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사실과 다르게 파킨슨병 등을 소견서에 기재한 것이다.

반면, 치매진단 등에서 한의사의 진단 타당성과 등판위의 소견서 무시 행동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이날 참석자 가운데는 치매진단이 쉽지않은데 한의사가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 규정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치매진단이 가능하냐는 질의가 나왔다.

하지만 공단은 예민한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치매소견서의 보완서류는 모든 한의사가 아닌 신경정신과 한의사만 발급할 수 있다고 짧게 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의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소견서를 작성해 줬는데 공단이 의사소견서를 무시하고 멋대로 등급을 판정했다”면서 “의사가 요양병원 입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방문목욕만 받도록 했다. 과연 공단은 의사소견서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두고 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이문희 차장은 “공단은 의사, 한의사 등이 있는 등판위에서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다. 인정조사 자료는 기본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고 의사소견서 내용을 보고 판단한다. 일부 등판위에서 등급을 상향, 하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설급여를 받기를 희망할 경우 의사소견서 보완서류를 가져오면 참고가 되며, 의사소견서가 등판에 대한 역할을 한다”고만 말했다.

이와 관련 노인의학회 장동익 고문은 "많은 의사들이 열심히 의사소견서를 작성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의사소견서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직접 공단 담당자를 불러 강의를 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의학회 차원에서 제대로된 소견서를 의사들이 낼 수 있도록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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