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협회 송한승 회장 “국가 의료시스템이 비전문가에 의해 끌려 다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대한의원협회가 윤용선 회장 체제를 지나 제3대 송한승 회장 체제를 맞이했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의원협회는 개원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행정감시, 정책제안 및 한의사들의 불법의료행위 방지에 대한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다. 또 회원들에게 이익을 주는 여러 가지 사업을 운영해 오며 비약적인 성장도 이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일 의원협회 송한승 부회장이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송 회장은 취임 소감으로 “척박한 의료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회원들의 동반자가 되는 협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3년간 의원협회를 이끌어갈 송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협회 운영 방안과 의료 현안 등에 대해 들었다.

- 회장 당선을 축하한다. 당선소감은.
먼저 회장으로 뽑아준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솔직히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알려졌다시피 3기 회장으로 입후보 한 사람이 없어 선거에 난항을 겼었다. 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리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협회의 어려운 사정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또 지금껏 함께해 온 임원들이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용기를 냈다. 지난 6년 간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쌓은 경험으로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협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 임기동안 어떤 방향으로 협회를 이끌 것인가.
무리하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에 진행됐던 사업들이 좀 더 스마트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안정화 작업을 할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의료배상책임보험, 의료기기·의료소모품 공동구매 등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그 성과를 이어받아 지속가능한 협회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그렇다고 미래를 고민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혜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 척박한 의료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회원들의 동반자가 되는 협회가 되겠다.

- 지난 6년 동안 꾸준히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로 회원들이다. 1, 2기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임원들의 노고도 치하하고 싶다. 뛰어난 카리스마를 가진 윤용선 회장과 그에 발맞춰 노력한 집행부들의 희생이 작았던 임의단체를 이만큼 성장시켰다고 본다. 앞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회무로 회원들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

- 개원가 상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어려운 경제상황도 있지만 정부가 일차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서비스의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일차의료기관을 위한 지원과 정책은 거의 없다. 만약 정부가 일차의료기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제대로 된 만성질환관리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고도화된 의료기관보다 일차의료기관에 더 적합하다. 하지만 정부가 일차의료기관을 홀대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방문확인이나 현지조사 문제로 개원가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정해진 시스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고의적인 부당청구가 있다면 잘못한 만큼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잘못보다 벌이 너무 커 폭력으로 다가온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계도 없이 무조건 범죄자 취급을 한다. 또 강압적인 실사와 방문확인이 계속되는데 해당 기관들이 제대로 통제를 못하고 있다. 의사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기에 앞서 제도 운영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게 진정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행정이다.

우리 협회는 실사나 방문확인에 대한 회원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6년 전부터 실사 대응팀을 운영해 왔다. 회원들의 의료기관에 실사나 방문확인이 나왔을 때 SOP(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해달라고 수차례 요구를 했고, 복지부나 공단에서 일부 수용한 것도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최근 대한의사협회에 신설된 ‘현지조사 대응센터’가 반갑다.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구가 많이 만들어져, 부당한 피해를 보는 회원들이 없었으면 한다. 경쟁관계가 될지라도 이는 모두 회원들은 위한 일이니 나쁘지 않다고 본다.

- 의료인 명찰 착용 의무화법과 같은 의료악법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 의료시스템이 비전문가에 의해 끌려 다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사에게 명찰을 강제로 착용시키는 것은 명찰을 착용하지 않는 의사를 믿음직하지 못한 의사로 만들 뿐이다. 이는 국민과 의사간의 신뢰를 깨는 일이다. 이로 인해 얻어지는 이득이 무엇인지 법을 만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일부 입법자들이 너무 인기주의에 영합해 법을 만들고 있다.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한 번 해보자’식의 무책임한 입법 말고, 사전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줬으면 한다. 불합리한 법은 의사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입법자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의원협회가 최근 한방난임사업을 비롯한 한방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방을 공격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다. 근거가 부족한 치료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이를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한방 부작용에 대한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증거가 나온 이상 전문가로서 국민 건강권을 외면할 수 없어 계속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난임을 겪고 있는 국민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전에 치료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 한다. 그 전까지는 정부 예산이 투입돼서 안 된다. 애초에 한방과 지자체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제대로 사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1, 2기 집행부가 너무 회무를 잘해 3기를 이끌어 가야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매우 크다. 그러나 작게는 회원들을 위한 회무를 열심히 하고, 크게는 우리나라 일차의료기관이 바로 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 바른 일차의료로 국민들을 치유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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