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유권해석, 의사만 피해” vs “의료현장 변화에 대응 못할 수도”

국회에서 대리처방을 엄격히 규제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개원가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이, 보건복지부에서는 ‘유권해석으로 허용하고 있는 대리처방을 법으로 옮기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개원가에서는 애매한 대리처방 유권해석으로 인한 의료기관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한 여유 있는 현장 대응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지난 7일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은 ‘직접 진찰을 받은 환자가 아니면 누구든지 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수령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가능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하여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를 대리해 처방전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특히 개정안에는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의료법에서는 대리처방을 허용하지 않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재진진찰료 산정 기준에 따라 ‘환자가 직접 내원하지 않고 환자 가족이 내원해 진료담당의사와 상담한 후 약제 및 처방전을 수령할 경우 재진진찰료의 50%를 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동일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처방을 하는 상황에서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고 주치의가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 민법상 인정하는 가족인 직계 존·비속, 배우자가 대리처방하면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열거한 모든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대리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대리처방은 지금까지 유권해석으로 인정해온 부분이고 의료법에 명시된 것은 없다. 그러나 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복지부 유권해석을 법에 명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권해석을 법에 명시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줄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현장 요구를 반영하는 여유있는 적용이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며 “아직 복지부 공식 입장은 없지만 이런 장단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법 적용을 받게 될 개원가의 경우 유권해석 보다는 법에 명확한 대리처방 규정을 명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개원의는 “유권해석을 통한 대리처방으로 인해 환자 민원이 많다. 현실적으로 대리처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에서 의사들이 대리처방을 거부하면 민원을 제기한다”면서 “심지어 대리처방을 안해준다고 하면 진료거부로 민원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볼 때 유권해석과 같은 불분명한 것 말고 아예 법으로 대리처방 관련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개원의는 “복지부 유권해석으로 대리처방을 다루면 해석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대리처방 가능 여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중에야 대리처방 사유가 안됐는데 해줬다며 진료비는 물론 약값까지 환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게 쌓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현지조사도 나오고 심할 경우 영업정지까지 당하게 된다"면서 "그래서 개원가에서는 이전부터 법제화를 요구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유권해석이라는 칼을 들고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법으로 대리처방을 엄격히 할 경우 환자 민원이 크게 늘어날 텐데 복지부로서는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주 의원 개정안에서 대리처방이 가능한 범위를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대리처방은 손봐야 하는 부분이 맞지만 정말 의료기관을 찾기 힘든 환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매로 못오는 환자도 있고, 수술 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도 있다”며 “그냥 병원가기 싫은 환자의 대리처방은 금해야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기준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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