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③…매출 부진 및 R&D 투자 부족 등 풀어야 숙제 많아

[기획]제약사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① 시험대 오른 형제경영…한미·녹십자
②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워라…동아·대웅·JW중외·제일
③ 30대 상속자들의 도전 통할까…국제약품·삼일제약
④ 전문경영인 시스템의 딜레마…유한양행·삼진제약

국내 제약사 오너가 젊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창업주 등 1세대 오너에 이은 2·3세 후계자들이 경영 일선에 속속 가세했다. 새로 대표자리에 오른 이들 중에는 40~50대는 물론 30대 영맨까지 등장해 주목된다. 이 제약사들의 경영진 교체가 가진 의미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봤다.<편집자 주>

SNS 통한 적극적인 소통…전통 위에 젊은 감각 덧칠
국제약품 남태훈 사장은 올해 들어 가장 주목받는 젊은 후계자 중 한 명이다.

창업주 남상옥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회장의 장남인 남태훈 사장은 올해 38살(1980년생)로 제약사 대표 중 특히 젊은 축이다.

남태훈 사장은 미국 메사추세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학교 졸업 후 계열사인 효림산업에 입사했다가 2009년 4월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후계자로 수업을 받아왔다. 기획관리부 차장, 영업관리부 부장, 영업관리실 이사대우, 판매부문 부사장, COO(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쳐 2015년에 대표이사 부사장과 국제피앤비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국제약품 남태훈 사장

올해 1월부터는 국제약품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본격적인 후계자 행보를 시작했다.

제약업계에서 남태훈 사장에 대한 초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전통을 지닌 기업에 젊은 감각을 입히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국제약품은 전통 있는 기업으로 안과 분야 등에 강점을 보여왔지만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약품은 오랫동안 1,000억원대 초반 매출을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됐다.

2010년 1,313억원, 2011년 1,048억원(3월 결산 법인, 이후 12월 결산법인 전환), 2012년 1,267억원, 2013년 1,204억원, 2014년 1,117억원, 2015년 1,116억원, 2016년 1,149억원 등의 수준에 머물렀다.

대표 품목인 타겐에프연질캡슐, 큐알론점안액 등이 한 해 100억원대 처방을 보이고 있고 그 외에 10억원에서 40억원까지의 품목이 20품목 정도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제품이 부족하다.

R&D 투자 역시 낮은 편이다. 2016년 기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은 3.8%다. 최근 3년 간 꾸준히 3%대의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나마 지난 2011년에 1.9%에 비교하면 늘어난 수치다.

연구개발부분에 소홀했던 탓에 혁신형제약 인증 기준 미달로 아직 혁신형제약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매출 증대와 연구개발투자 등 국제약품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손대야 할 게 많다.

남태훈 사장 역시 이런 약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국제약품공업이라는 명칭에서 공업이란 두 글자를 지우고 CI도 새로 교체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했다.

또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 및 영업이익 달성 200억원도 목표로 세웠다.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전략가치(CSV)로 ▲HR ▲R&D ▲GLOVAL ▲매출 ▲이익 등 5대 부문을 선정했다.

국내외 파트너사와 협력 및 경쟁을 통한 이익창출과 직원들에게 최상의 근무조건을 도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개량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녹내장 치료제등 5개 가량의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1~2년 내 상용화될 제품도 있다.

올해 행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제약업계 인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상생을 모색하는 스타일이라는 후문이다.

남태훈 사장은 국제약품의 이미지를 젊게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전통이라는 기반에 젊은 감각을 얹어 국제약품을 보다 친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SNS 활용이다.

젊은 세대답게 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국제약품 내부 소식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2017년 국제약품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각 지역 지점을 직접 방문하면서 회사 직원과 소통한다. 최근 많은 고민 끝에 녹내장 치료제 연구개발에 투자키로 결정한 사실을 SNS를 통해 알리면서 R&D에도 소홀하지 않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회사 차원에서도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국제약품 페이스북 팔로우 이벤트를 열고 회사 알리기에 나섰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남태훈 사장의 젊은 감각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화장품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화장품 수입유통기업인 제아H&B를 설립하고, 스틸라, 부르조아 등 브랜드를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라포티셀도 보유하고 있다.

본격 경영 참여 후 CI교체 나서며 '젊음'과 '신뢰' 제시

삼일제약 허승범 사장

허승범 사장은 오너 3세로 고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강 회장의 아들이다. 1981년생으로 국제약품 남태훈 사장과 함께 젊은 후계자로 꼽힌다.

미국 트리니티 대학을 졸업한 후 2005년에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한 이후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쳤다. 업력으로만 따지면 12년 경력자다.

본격적인 후계구도를 갖춘 것은 지난 2013년 삼일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다. 아버지 허강 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로서 1년 가량 지낸 후 2014년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허승범 사장은 국내외 업계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안과와 간질환 분야 강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제약은 1947년 설립된 역사가 깊은 회사다. 국내 최초 효모제제인 에비오제 300정을 시작으로 어린이시럽 부루펜이 대표적인 브랜드 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 시장에선 안과 분야 강자로 꼽힌다. 지난 2009년 51대 49의 지분율로 한국엘러간과 합작사인 삼일엘러간을 출범하며 안과사업부를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엘러간에 지분을 모두 넘기고, 독자적으로 안과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허승범 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후 안과 질환 제품군이 보다 확대됐다.

부사장 자리에 오른 2013년에 국내 최초로 무보존제 인공눈물 히아박을 출시했으며 2016년에는 프랑스 라보라토리 떼아의 녹내장 치료제 모노프로스트 국내 판권 계약을 맺었다. 또 동아ST의 알레르기 결막염치료제인 타리온점안액, 항균점안액 오젝스 등의 판매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도 안과 질환 치료제를 추가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질환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2015년 만성B형간염 치료제 엔페드정을 출시했고, 2016년에는 이스라엘 Galmed와 비알콜성지방간염(NSAH)치료제인 아람콜(Aramchol) 국내 제조 및 상업화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간질환 분야 석학을 대거 초빙해 ‘Liver Forum’을 개최하며 간질환 전문회사로서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피엠지제약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정을 판매계약을 맺는 등 근골격계 파이프라인 확대에도 나선 상태다.

하지만 삼일제약 역시 낮은 매출과 부족한 R&D 투자가 약점이다.

삼일제약의 2016년 매출액은 960억원대로 아직 1,000억원의 고지를 넘지 못한 상태다. 물론 2015년 874억원에서 매출이 크게 성장해 1,000억원 매출 달성의 가능성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낮은 R&D 투자 역시 허승범 사장의 숙제다. 삼일제약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1.3%(2016년)에 불과하다. 2014년에 3.3%였던 것을 고려하면 연구개발 투자는 오히려 줄었다. 부족한 연구개발비 등의 문제로 혁신형제약기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

허승범 사장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구멍이 뚫려 있던 R&D 분야 보완 및 인재 영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에는 공석이던 중앙연구소 소장에 이정민 박사를 영입하면서 연구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정민 연구소장은 영진약품, 신일제약, 진양제약 등에서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바이오신약 등을 연구개발했다.

간질환 전문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파마킹 사장을 역임한 곽의종 박사도 고문으로 영입했다. 한독 개발부를 시작으로 SK케미칼에서 수석연구원, 공장장, 연구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또한 삼일제약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 위해 최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CI 교체에도 나섰다. 지난 10일 열린 선포식을 통해 ‘젊은 에너지와 전문성을 겸비한 믿음직한 Human Care Company’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허승범 사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성공한 100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제약품과 삼일제약 두 후계자는 젊다는 점과 함께 전통과 변화를 조화시키려는 점이 공통점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중견기업에 변화를 꾀하는 이들이 꽃길을 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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