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회, 사전예방체계 못갖춰 국민에 죄송…응급의료기금,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어야

세월호가 참사 1,073일만에 선체 인양에 성공하자 대한응급의학회가 재난사전예방체계 구축을 강조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재난의료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가 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해 재난의료대응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회는 세월호 인양에 맞춰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응급의료전문가집단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향후 재난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응급의학회는 “재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지 못했고 재난이 발생한 후 사후수습에 나서야 했다.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전문가 집단을 자처하고 있던 응급의학회는 이점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응급의학회는 “미리 재난대응에 대한 노력을 더 했더라면, 조기에 구조하고 응급조치를 취할 준비가 잘 마련됐더라면, 한사람이라도 더 구명하고 살릴 수 있는 기반을 더 갖추었더라면 이번 비극은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 전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불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드러난 허술한 재난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응급의학회는 “세월호 재난의료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국내 재난의료지원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얼마나 임시방편이었는지 알게 됐다”며 “세월호 재난 이후 뒤늦게 나마 정부가 재난거점시설을 지정하고 운영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지방응급의료체계가 미약한 것은 여전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회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해당 시도당국과 해당 의료자원이 먼저 대응할 수 있어야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는 지방의 응급의료 전문인력과 함께 재난의료에 대응할 수 있는 1차 조직이지만 많은 지자체가 여전히 인적, 물적 자원을 배정하지 못하고 전문인력을 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난은 지방마다 특색이 다르고 대응해야 하는 인력 시설의 준비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는 바다에서 일어난 재난으로 구조과정에서 많은 잠수사들이 감압병으로 고생했지만 당시 전남, 광주지역에는 가스중독이나 감압병에 사용하는 재난 장비인 고압산소 시설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회는 “지자체 재난의료대응 준비가 부족하다. 응급의료기금을 지자체가 재난의료대응을 위해 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이를 통해 정책을 기획하고 인력을 훈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의료인력 훈련과 교육 기회가 너무 적고, 제도적인 보장이 미흡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응급의학회는 “병원에 근무 중인 인력이 재난의료에 참여하고자 할 때 그만큼 현장에서의 활동을 위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사전에 전문 인력을 등록하고 해당 인력을 고용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음으로써 평소에 미리 재난의료인력으로서 필요한 교육과 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의학회는 “우리나라 재난의료체계에서는 사전 등록제도가 제도화 돼 있지 않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근무 중인 인력이 임시로 편성돼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며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인력이므로 현장의 다른 인력들과 혼란스럽게 활동하게 된다. 현장 통제관 입장에서도 정말로 전문의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환자치료를 맡기게 되는 불안한 제도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응급의학회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난의료인력 등록제를 시행해 재난 발생 시 등록 인원에게 공무원 지위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응급의학회는 “국민에게 최선의 응급의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학회는 이번 세월호가 마지막 재난이기를 기원한다”며 “아울러 최선의 대응은 예방임을 알고 위험한 환경, 위험한 행태, 위험한 제도에 대해 전문가 집단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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