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이식에 올인해 온 우상현 원장의 끈기로 한국도 복합조직이식 수술 가능한 나라로 우뚝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을 대구에 있는 한 중소병원에서 해냈다.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접합 전문병원인 W병원이다.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지만 서울 유명 대형병원도이 아닌 지방의 중소병원이 그 일을 해 냈다는 사실에 더 놀라워한다. 하지만 이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W병원이었기 때문에 해냈다고 말한다.

팔 이식에 도전한 성형외과 전문의

그 중심엔 18년 동안 한 우물만 파온 W병원 우상현 원장이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우 원장은 지난 1999년 세계 최대 수부외과 미세수술 전문병원인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서 실시한 미국 최초 팔 이식 수술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시절부터 꿈꿔오던 팔 이식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계기였다.

W병원 우상현 원장이 지난 2월 3일 국내 최초로 실시한 팔 이식 수술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우 원장은 18년 동안 팔 이식 수술을 준비해 왔다.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는 다른 개인병원과 다르게 W병원은 우 원장을 비롯해 모든 의료진이 ‘공부’도 열심이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컨퍼런스가 열리며 미세수술 관련 학술대회에서 받은 논문상도 수두룩하다. 임상 경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W병원이 국내 최고 수부미세수술 전문병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 원장은 수부미세재건팀과 팔 이식 모의 수술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공여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수술을 진행할지에 대해 수없이 회의하고 모의 수술도 여러 차례 했다.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물 흐르듯이 진행돼야 한다. 수술실에서 혼란스럽지 않게 각자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여자가 생기면 팔을 적출한 이후 그에게 끼워줄 의수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시뮬레이션했다.”

우 원장은 팔 이식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을 조성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2010년 3월 복지부로부터 팔 이식 수술을 신의료기술로 승인 받았으며 2016년에는 대구시를 대표하는 신의료기술로 선정됐다. 이식 수술을 위해 영남대병원과 MOU도 맺었다(2010년). 장기이식법상 이식 수술은 복지부로부터 장기이식의료기관으로 지정 받은 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다.

한 몸처럼 움직인 W병원 수부미세재건팀

준비는 됐지만 공여자가 없었다. 팔을 기증 하겠다는 뇌사자가 나타나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지만 보호자가 마음을 바꿔 그냥 돌아온 일도 있었다.

그러던 지난 2월 1일, 마침내 공여자가 나타났다.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이었다. W병원 수부미세재건팀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두 팀으로 나뉘어 바로 이식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이식된 팔이 제 역할을 하려면 뼈와 근육은 물론 혈관, 신경까지 완벽하게 연결돼야 한다.

“두 팀으로 나뉜 의료진이 공여자의 팔과 이식을 받을 환자의 팔마다 힘줄과 신경, 동맥, 정맥 등을 구분해서 각각 표시를 했다. 동맥 2개, 정맥 5개, 신경 5개, 힘줄 25개 등을 다 찾아서 완벽하게 연결해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다. 수술이 끝난 후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 보라고 하는데 다른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모든 준비를 마친 우 원장과 수부미세재건팀(의사 10명)은 2월 2일 오후 4시 영남대병원 수술실에서 팔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우 원장과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10명은 한 몸이 돼서 움직였고 10시간 만에 끝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70여건만 시행됐으며 의료선진국이라고 하는 일본도 해내지 못한 최고난도 미세접합수술을 대구에 있는 중소병원이 해냈다.

왼쪽 손부터 손목 아래 팔 5cm 정도를 이식 받은 환자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2017년 프로야구 개막전인 삼성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시구도 한다.

우 원장에 따르면 팔 이식 성공은 세 단계다. 동맥과 정맥 등을 제대로 연결하면 생물학적으로 성공한 것이고 연결된 신경과 힘줄이 살아나서 움직이면 기능적인 성공이다. 보통 접합 수술은 이게 끝이지만 복합조직이식수술인 팔 이식은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면역 억제제 복용을 중단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나서 이식한 팔을 다시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팔 이식을 받은 환자가 복용하는 면역억제제량은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와 비슷하다. 손모씨는 현재 이 모든 단계에 적응하면서 회복해 가고 있다.

W병원 우상현 원장이 팔 이식 수술을 위해 공여자의 팔에서 힘줄, 신경 등을 분리하고 있다(사진제공 : W병원)

우상현 원장의 무모한 도전은 진행 중

팔 이식 수술을 18년 동안 준비해 온 우 원장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무모한 도전’이었으며 ‘기적’ 같다고 했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던 것 같지만 법적인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을 정도로 팔 이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한다.

“복합조직인 팔은 현행 장기이식법에 포함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심장이나 신장, 간 등 장기만 이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만약 이번 수술이 실패했으면 우리 병원은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팔 이식 수술을 하는 모든 과정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였다. 불법이라고 문제 삼는 사람도 있었다. 무모한 도전이었으며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자체가 기적 같다.”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도 환자 상태를 지켜보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우 원장. 그 만큼 부담이 컸지만 팔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팔을 잃은 사람은 평생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산다. 우리나라 의료진이 미국 의료진보다 수부미세수술을 못하지 않는다. 팔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데도 법적인 근거도 없고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못하겠다고 하는 건 의사로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의 도전으로 한국도 복합조직이식 수술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 우 원장은 양 팔을 한번에 모두 이식하는 수술과 공여자의 두 팔을 2명에게 각각 이식하는 수술도 꿈꾸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을 후배 의사들과 함께 걷는 게 그의 꿈이다. 물론 팔이 이식 가능한 장기로 장기이식법에 명시되는 등 법적, 제도적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더 많은 젊은 의사들이 팔 등 복합조직이식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도전할 가치가 충분이 있는 분야다. 그렇게 되려면 장기이식법이 개정되고 건강보험도 적용돼 수술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의 무모한 도전으로 기적 같은 일이 또 생기는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W병원 우상현 원장(가운데)과 수부미세재건팀 의사들은 지난 2월 2일 영남대병원에서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했다(사진 제공 : W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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