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학회 참석 등으로 장중첩증 소아 전원조치…일각선 권역 자질 논란
A대학병원 “환자 위한 최선의 조치…담당 전문의와 상의해 이뤄진 조치”

지난해 9월 두살배기 아이가 수술할 병원을 못찾고 7시간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를 당했던 A대학병원이 최근 장 중첩증(intussusception)으로 병원을 찾은 22개월 남아를 인근 2차 병원으로 전원한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까지 받았던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외상환자도 아닌 장중첩증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고 2차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A대학병원에는 장중첩증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2명이나 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22개월 남아가 병원을 찾았던 지난 17일 소아외과 전문의 2명 가운데 1명은 학회 참석을 이유로, 또다른 1명은 외부 회의로 병원을 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후 9시경 22개월 남아는 응급실에 내원했다. 당시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은 이 남아에게 4차례 정복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수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소아외과 전문의 2명이 모두 회의 및 학회 참석을 이유로 병원을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당직 의료진은 인근에 위치한 B병원에 수술 가능여부를 확인 한 후 10시 20분경 환자를 전원조치했다. 현재 이 남아는 B병원에서 소아외과 전문의로부터 복강경 수술을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수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외과 교수나 전공의들에게 맡기지 않고 타 병원 전문의에게까지 맡길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응급실에는 외과 전공의가 당직을 서고 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전국에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항시 의사가 대기할 수는 없지만, 이 질환은 외과 전공의 2~3년차로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수술이다”라면서 “응급실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을 경우 다른 외과 당직의가 있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당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던 곳이고, 재지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렇다면 어떠한 환자가 와도 수술이 가능한 상태를 갖추고 있었어야 했다. 병원간 연락 후 적기 치료를 했다고 해도 환자보호자 입장에서는 수술을 받기까지 불안에 떨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아외과 전문의 2명이 같은 시각 부재중이었다는 점도 병원 내 인력관리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외상은 아니지만)소아환자를 적기에 치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정취소라는 페널티를 받은 상태인데, 이를 더 보완하고 준비해도 모자란 상태에서 소아외과 전문의 2명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병원 내 당직체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실사 앞둔 A대학병원...전원 제한 지침과 역행?

실제 이 A대학병원은 이달 중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을 위한 실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 장중첩증 환자의 전원 조치는 지난해 이 병원의 소아중증외상환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마련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진료체계 강화조치와도 상반되는 행동이다.

복지부는 당시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사건 후속대책으로 전원조정센터 기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제도 개선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원칙적으로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하되 ▲결정적 치료 불가능 ▲재난 상황으로 인한 의료자원 고갈 ▲환자 및 보호자의 전원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전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복지부도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등 사실 확인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병원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로서 역할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 사실관계부터 확인을 해보고 검토하겠다”면서 “지난해 사건과 관련해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 전원을 하지 않도록 하는 지침의 초안이 나온 상태이며, 현재 의견수렴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A대학병원 “환자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

하지만 A대학병원 측은 당시 담당 의료진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대학병원에 따르면, 이 환자는 과거 B병원에서도 장중첩증으로 시술을 받은 바 있다. A대학병원을 방문한 것도 B병원의 소청과 의사가 휴가중인 상태였기 때문으로, A대학병원을 처음 찾은 16일에는 소청과 외래에서 시술을 받았다. 17일 저녁 유사 증상을 호소하자 또다시 A대학병원 응급실에서 4차례 정복술을 받기도 했다.

A대학병원은 그러나 수술이 결정된 당시에는 학회 및 출장 등의 이유로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어 소아외과 전문의가 있던 B병원에 수술 가능여부를 문의했고,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고 전원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출장 중인 전문의가 병원으로 오는 시간보다는 20분만에 이송이 가능한 B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에 최선이라고 봤다는 게 A대학병원 측 설명이다.

A대학병원 소아외과 전문의 C교수는 “장중첩증은 중증이 아니라 누구나 수술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공자가 있다면 그들이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평소 B병원의 소아외과 전문의와도 컨퍼런스나 스터디 등을 해왔기 때문에 적임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편, A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소아외과 의사가 매일 상주할 수는 없고 응급실 기준에 맞춰 당직의가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응급콜 시스템을 통해 해당 환자에 대한 처치를 담당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한 것이다. 적기에 전원이 됐기 때문에 환자로서도 경과가 좋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