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기관 전문의 시 ‘5만~6만원’ 제시…초진료·판정료·출장교통비 등 포함
정신과 “판정수가로 정신과 설득 못할 것…법 재개정만이 해답”

보건복지부가 두달 남짓 남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일명 정신보건법)'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타 기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지급하는 판정수가를 5만~6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정신과의 반발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당근책을 내놓았다.

이는 종합병원 초진 외래 진찰료(1만6,800원)의 약 3배 정도 되는 수준으로, 복지부 입장에서는 나름 파격적인 책정이다.

하지만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진단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는 관련 학계에서는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복지부는 최근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환자단체 등 관련 단체와 간담회를 통해 판정수가 등에 대해 논의했다.

복지부 건강정책국 관계자는 “판정수가는 환자 1인당 5만~6만원 수준으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이는 진찰료에 출장비 등 제반비용을 추가해 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번 방문으로 여러 환자의 입원을 판단할 경우 교통비 등이 여러번 계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등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수가 적용 기준을 마련해 4월 초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다.

이밖에도 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계 등의 의견을 시행령, 시행규칙에 담아 입법예고 하는 등 시행 전까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이미 시행령,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면서 전문가 2인의 진단과 관련한 부분을 대폭 완화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비자의입원 시 2주 내 국공립병원 또는 지정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1인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으로 입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시행령, 시행규칙에는 이 규칙에 예외를 둬 해당 지역의 국공립병원 또는 지정 의료기관과 소속 전문의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2주 내 진단을 할 수 없는 경우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공립병원 전문의가 포함된 서로 다른 기관 정신과 전문의 2인에게 진단을 받도록 한 규정이 완화된 것은 아니지만, 2주 내 2인의 진단을 받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기간을 최대 4주로 연장해주겠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이다.

또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동일 의료기관 전문의 2인의 판정도 가능하도록 하고, 판정의사 파견이 가능한 지정 의료기관 기준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출 예정이다.

2인 이상 판정에서 의료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의사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수의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자문을 구해본 결과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진단을 내린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추가적인 안정정치로 2인 이상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라도 최종 결정은 관할 국공립병원장이 내리도록 시스템을 마련, 해당 국공립병원장이 최종 책임자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운영되던 제도를 일시에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부담이 클 것”이라며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등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변화가 필요한 때다. 의료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겠다. 의료계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판정수가 마련 등 파격적인 대안에도 학계와 협회 등은 여전히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재개정을 원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 TF 관계자는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상태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법 시행 전 개정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에 시행 후 빠른 시간 내 개정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정수가 문제는 차후 논의할 사항이다. 수가 신설로 정신과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데 학회와 같은 입장”이라며 “입원적합성 판정을 위해 민간병원 의사들이 파견되면 주 40시간 조건으로 등급이 매겨지는 정신의료기관에 피해도 예상돼 복지부에 명확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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