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이언 교수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의사 안되도록 교육시켜야”

의료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을 의사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은 물론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의사는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인공지능 시대, 왓슨을 만난 의사’를 주제로 2017 KIMES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최초로 IBM 의료분야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도입한 가천대길병원 이언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은 “매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식들이 쌓인다. 인간의 능력으로 이 많은 정보들을 다 보고 추론하기는 힘들다”며 “방대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인공지능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잘 이해해야 의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머지않은 미래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는 인공지능과 의사를 대결구도로 보는 걸 좋아하는데 대결구도가 아니라 협업으로 가야 한다”며 “의사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자신을 재무장하면 환자를 더 잘 볼 수 있고 오류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천대길병원 이언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이 단장은 인공지능이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빅4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단장은 “암 진료의 70% 정도가 빅4병원에 몰려 있다. 진료비로 보면 90%가 빅4병원에 몰린다. 빅4병원 중에서도 일부 유명한 의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폐단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길병원 등 다른 병원에도 훌륭한 의사들이 많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이다. 왓슨이 이런 판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앞으로 의학은 개인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 한국형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의미 없다”며 “인간 의사와 왓슨이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가 대결하는 구도가 생길 것이다. 이 구도에서는 이미 승부는 났다. 인공지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가 인공지능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단장은 “앞으로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문제다. 지금까지는 트레이닝을 잘 받아서 인공지능이 틀린 판단을 내려도 의사가 고칠 수 있지만 미래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서 시키는 대로만 할 수도 있다”며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의사가 나오지 않도록 의대에서 열심히 교육하는 것 밖에는 다른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어 “의예과 2년 동안 IT 관련 학과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예과 2년 동안 컴퓨터공학 등 IT 관련 공부를 하면 개념이 잡힐 것 같다”며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후 의대에 오는 것보다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성능만 좋고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은 의료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진료 현장에 맞게 설계돼야 하고 의사들이 만들어 놓은 분류체계와 맞아야 한다”며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을 받아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으로 때문에 피해를 보는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뷰노코리아 김현준 전략이사는 “인공지능으로 걱정하는 직업군이 의사와 예술가인 것 같은데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구글도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의사 배출이 힘들고 의료가 낙후된 지역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의료 쪽은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데이터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임상 쪽 경험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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