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A한의원, 응급실서 "리도카인 주사 놨다" 진술…진료의뢰서에도 담겨醫 "한의사가 어떻게 전문의약품 구입했나"…보건당국 진상조사 촉구
경기도 오산시 A한의원에서 통증 치료를 받던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원인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lidocaine) 불법 시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도카인은 의사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의사면허가 없는 한의사가 쓰면 불법이다. 하지만 A한의원 원장은 목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리도카인을 주사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40분경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A한의원에서 목 부위 통증 치료를 받던 40대 여성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한의원 측은 오후 8시 3분 119에 신고했고 6분 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응급조치를 한 뒤 인근 B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했다.
B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 47분. 환자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B병원으로 온 A한의원 원장은 응급실 의료진에게 목 부위에 리도카인을 주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병원 의료진은 A한의원 원장이 말한 대로 환자가 리도카인을 맞은 후 쓰러졌다는 내용을 의무기록에 남겼다고 한다. 또 16일 오후 아주대병원으로 전원할 때 보낸 진료의뢰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으로 옮긴 환자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리도카인을 맞은 환자가 과민성 충격으로 불리는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 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리도카인 주사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사는 “리도카인을 쓰는 걸 쉽게 생각하는데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번 건은 아나필락시스 쇼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리도카인을 주사한 후 환자 상태를 잘 감시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발견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사면허도 없는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불법 시술한 게 사고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주사하는 건 면허 외 의료행위로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도 나온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만 처방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가 어떻게 구해서 썼는지 모르겠다. 그 자체가 불법”이라며 “리도카인 부작용으로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장비 등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사를 놨다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사용해서 법적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한의사 리도카인’이라고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공연하게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A한의원 측에 리도카인 사용 여부를 물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했으며, 원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