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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스타급 암연구자의 논문에서 드러난 웨스턴 블랏 이미지 조작강명신의 New York Times 읽기
  • 강명신 국립강릉원주대학교 부교수
  • 승인 2017.03.15 12:41
  • 최종 수정 2017.03.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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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타급 암연구자인 닥터 카를로 크로체(Carlo Croce)가 과학적 부정행위(scientific misconduct) 고발 사례로 논란이 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로 2004년부터 재직 중인 그는 국립과학원의 멤버이기도 한데, 현재까지 책임연구자로서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만 8,6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찬란한 성공 이면에 논란도 많았는데, 오하이오 주 컬럼버스에 있는 그의 랩에서 벌어진 드라마가 세간에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연방정부와 주정부 자료, 내부고발자의 제보, 그리고 학술지와의 서신을 통해 데이터 변조 등의 과학적 부정행위의 고소고발 문제를 계속 방어해 온 사실을 보도했다.

그의 연구에 대한 갖가지 고소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의 연구윤리기관인 Office of Research Integrity(이하, ORI)나 대학당국으로부터 단 한 번도 처벌을 받은 바가 없었다. 일례로, 2007년 NIH는 닥터 크로체가 낸 연구비지원신청서에 넉 달 전 같은 대학의 주니어 동료가 낸 것과 같아서 크로체의 신청서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대학은 첫째, 정부연구비 신청서에 대해서는 잠재적 표절 가능성을 리뷰하는 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고, 둘째로, 이 경우는 바로 그 주니어가 과거 프로젝트를 공동진행한 연구자로, 닥터 크로체가 그 자료를 일부 재활용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대학이 정한 과학적 부정행위의 사례가 아니라고 종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랩의 직원이 연구비로 개인적인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두고 랩의 연구원들에게 논문에 그의 이름을 실으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고발한 정보원도 있었다. 전 연구원의 고발에 따르면 그의 특허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이를 활용한 부정행위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로 닥터 크로체에 대한 고소가 접수되고 종결되기를 반복했다.

정부기관인 ORI는 생명의과학계의 과학적 부정행위를 공식적으로 확정해서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연구자로서의 커리어를 사실상 중단시키는 기관이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도 있다. 자체적인 조사를 할 수가 없고 피고발된 연구자의 소속기관에 의존해서 판단을 내리게 된다. 과학적 부정행위를 조사하고 문책하는 일차적 부담을 지는 곳은 소속기관인데 본질적으로 이해상충관계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닥터 크로체와 같은 스타 연구자가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와 같은 대학교는 연방정부 연구비에서 오버헤드로 수백만 달러를 얻는다. British Medical Journalm의 전 편집자이면서 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닥터 리차드 스미스(Richard Smith)는 “기관은 자체의 명예도 걸려있고 엄청난 이해상충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고소 사건을 묻으려는 유혹이 상당히 큽니다”라고 말했다.

2013년 급기야 ‘과학계의 쇠파리(gadfly,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집요하게 상대의 답변을 물고 늘어지면서 질문을 쏟아내는 소크라테스에게 붙여진 별명)’로 알려진 Clare Francis라는 가명의 제보자가 ORI와 학교당국에 고발서를 냈다. 닥터 크로체가 저자로 들어간 논문 30여건 이상에서 유전자 분석방법인 웨스턴 블랏(western blots)의 소견과 다른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ORI에서는 크로체 연구비로부터 870만의 오버헤드를 가져간 학교에게 그가 ‘레인메이커’라는 점으로 볼 때 학교 조사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6년 공소시효를 감안해서 FHIT 유전자에 대한 논문과 microRNA 연구에 대한 논문으로 사안을 줄였다.

닉슨 행정부가 원자를 쪼개고 달에 사람을 보내는 저력을 발휘해서 암을 정복하자는 기치를 내건 이후, 아예 Cancer Moonshot이라는 사업을 만든 오바마 행정부까지 미국은 암치료의 세계선두를 포기한 적이 없고 막대한 연구비를 쏟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미국에서 암 연구의 유행을 몰고 다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6년 FHIT(fragile histidine triad) 유전자의 발견으로 세계적으로 뉴스가 되었을 당시 그는 언론에 바로 이 유전자에 손상이 생기면서 폐와 대장과 식도에 생기는 암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암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 후에 그가 갈아탄 ‘유행’은 microRNAs였다. DNA의 일부가 만드는 짧은 분자가 유전자 표현을 좌우하는데 이 짧은 분자들 중 일부가 microRNAs다. 이것이 넘치거나 부족하면 다양한 암을 일으킨다는 결과를 냈다. 이것이 거의 모든 암발생에 기여하고 있고 완전히 새로운 암 치료가 나올 거라고 주장했다. 암연구 분야의 다른 과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과대광고(hype)라고 해왔다.

이번 웨스턴 블랏 관련 2013년 제보는 오하이오 주립대의 유사 사례에서 ORI가 사용했던 강력한 카드가 먹힐 뻔 했는데 실패했다. 엉성하고 조잡한 학교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카드를 못 쓰고 학교의 대응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일이 당분간 묻힐 뻔했다. 그러나 2014년 퍼듀 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인 닥터 데이빗 샌더스(David Sanders)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생물학과 2학년 학생들에게 데이터 변조의 사례로 크로체의 논문 중 하나를 들었다. 2005년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dp 실린, 암 억제유전자로 알려진 WWOX 유전자에 대한 논문이었다. 스크린에 웨스턴 블랏 사진을 보여주고 어디 이상한 곳이 없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예외 없이 학생들은 한 복사된 것을 알아보았다. 샌더스 박사는 너무 뻔히 조작사실이 보이는 이 논문을 시작으로 다른 논문을 살펴봤다고 한다. 해당 학술지에서는 기고 당시에도 전문가에게 물었지만 결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가 이번에야 번복했다. 샌더스 박사는 내친 김에 프리랜서 윤리자문가로 나설 작정이다.

이 상황에 대해 닥커 크로체는 데이터 정리하다가 생길 수 있는 “정직한 에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2016년 6월에 발표된 논문에서 드러났다. 2만 건 이상의 발표된 생의과학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약 800건에서 웨스컨 블랏 이미지 조작이 발견되었다. 하나의 실험에서 얻은 이미지 자료를 다른 실험에서 가설을 입증하려고 복사해서 이미지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워싱턴 대학교 미생물학 교수인 닥터 페릭 팽 (Ferric Fang)은 1990년대 이전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직접 찍어서 외부 전문가에게 보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없다가 2003년 무렵부터 급증했다고 한다. 2003년은 Adobe Creative Suite라는 소프트웨어가 나와서 자신의 랩탑에서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 해라고 한다. ORI의 전 국장인 데이빗 롸잇 (David Wright)은 이미지 데이터에서 이 정도 문제가 심각한 것이고 연구분야 전체에서 사기 (fraud) 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학계를 주도하는 인물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고 사기 (morale)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과학계와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James Glantz & Agustin Armendariz (March 8, 2017), Years of Ethics Charges, but Star Cancer Researcher Gets a Pass. New York Times
Elisabeth M. Bik, Arturo Casadevall, Ferric C. Fang. 2016. The Prevalence of Inappropriate Image Duplication in biomedical Research Publications. mbio. 7(3) e00809-16.

강명신 국립강릉원주대학교 부교수  mskang68@gw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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