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다국적제약사 근무 경험 토대로 도전에 나선 암젠코리아 노상경 대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롤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암젠이 국내에 법인(암젠코리아)을 설립한 지 1년 반여의 시간이 흘렀다.

설립 당시 10여명이던 임직원은 60여명으로 늘었고, 4개의 신약도 선보였다.

제약업계에서 한 제약사가 한해에 4개의 신약을 선보이는 건 이례적인 모습이다. 신약은 개발도 쉽지 않지만, 허가 및 보험급여 등 까다로운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영업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엔 적자생존의 영업·마케팅이 기다리고 있기에 한해에 한두 제품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 발을 내딛은 지 채 2년이 안 된 다국적 제약사가 4개의 제품을 내놓았다. 이전의 한국 진출 다국적제약사들이 초기 국내 제약사와 손잡고 제품 알리기에 나선 것과 달리 모든 제품을 직접 판매하겠다고 한다. 이같은 암젠코리아의 행보에 대해 노상경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 지론이라는 노상경 대표는 30여년간 다국적제약사에서 근무한 영업, 마케팅 전문가다. 서강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릴리, 한국로슈, 한국BMS를 거쳐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엘에서 필리핀바이엘쉐링사장, 바이엘코리아 전문의약품 사업부 대표를 역임했다.

암젠코리아 노상경 대표

- 법인 설립 후 성과는.

우선 법인을 설립하고 각 분야의 우수한 인력으로 조직의 형태를 갖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4개의 제품도 발매했다. 2016년 5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키프롤리스를, 6월에는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를 출시했다. 11월에 표적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와 엑스지바를 출시했다. 이 중 블린사이토는 허가 받은 지 9개월여 만에 보험 급여를 받았다. 9개월은 항암제 보험급여 등재 시기로 볼 때 기록적이다. 그만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 올해 주목할 암젠코리아의 제품을 꼽는다면.

프롤리아를 꼽고 싶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며 골다공증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프롤리아가 빠르게 보험 약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관련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 암젠코리아는 보험 급여가 필요한 약이 많다. 보험 약가에 대한 전략과 한국의 약가 제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혁신적인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정부 관계자를 설득하고 있다. OECD 평균 약가와 비교해서 한국의 약가는 43% 수준으로 매우 싼 편이다. 긍정적인 것은 정부도 한국의 약가가 낮은 편에 속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제약사가 신약 개발을 위해 R&D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는 측면을 이해하고 있다. 과거에는 약가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많이 투명해졌고 결과 예측도 가능해졌다.

본사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한 한국의 제약 산업 전반에 대한 역량과 수준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자료를 검토하고 제약사에 하는 질문이 다른나라 유사기관보다 훨씬 수준 높다는 말도 들었다.

- 미국에서 새로운 기전(PCSK9(proprotein convertase subtilisin/kexin type 9) 억제제)의 고지혈증 신약을 놓고 사노피와 특허분쟁 중이다. 관련 신약들이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최근 프랄런트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고 미국에서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결론이 나온 상황이 아니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암젠코리아의 PCSK9계열 약물은 작년에 허가 서류를 접수했고 현재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예로 암젠과 길리어드를 꼽는다. 한국에서 암젠과 길리어드의 행보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지만 암젠코리아와 길리어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길리어드는 국내 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제약사가 영업을 담당하고 있고, 암젠코리아는 마케팅, 영업, 유통까지 모두 암젠코리아에서 담당한다. 다만 국내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것은 향후 상황에 따라 하나의 옵션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 아웃소싱보다 직접 영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암젠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기 때문에 국내의 좋은 회사들과 협업도 고려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암젠코리아의 직원들이 직접 제품을 출시 하고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 보다 좋겠다고 판단했다. 또한 초기 투자는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올해의 목표는. 한국 진출 초기 투자가 적잖은 만큼 대표로서 실적 부담도 클 것 같다.

보통 단기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는 하다. 작년에는 예상했던대로 (투자)비용이 지출됐고 목표보다는 조금 더 성과가 좋았다. 다만 한 해만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려고 하며, 미래를 위한 토대를 착실히 다지고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제품이 출시되고 이익이 나려면 몇 년이 소요된다.

암젠코리아는 제품을 이제 막 출시했고 블린사이토를 제외한 키프롤리스, 프롤리아는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해 판매 금액이 아직 많지 않다. 암젠코리아의 직원은 약 60명이고 현재 33건의 글로벌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등 국내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즈니스 계획은 글로벌과 충분히 논의된 것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흑자 전환 시기를 전망한다면.

5년 내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고 앞으로 나올 파이프라인을 고려했을 때 심혈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제가 있어 10년 뒤에 제품 포트폴리오는 지금보다 풍성할 것이다.

- 약가 등 본사와의 소통 과정에 어려움은 없나.

약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기 보다 조금이라도 낮추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100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는 것보다 1만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는 것이 치료제를 개발한 취지에도 더 부합될 것이라 생각한다.

암젠이 한국에 진출해서 많은 환자에게 치료제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논리를 가지고 본사를 설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약가를 신청하고 검토해 나가는 과정에서 약가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본사를 설득하기도 한다.

- 최근 제약업계는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다. 김영란법 시행, 공정경쟁규약 강화 등으로 인해 영업환경도 달라졌다. 이에 대한 암젠의 대책은. 또 앞으로 암젠이 어떤 회사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우선 영업 사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비단 다국적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회사도, 한 직원이 많은 제품의 영업 활동을 하기보다는 소수의 제품을 깊이 있게 다루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고, 이런 방향은 향후 더 강화될 것이다. 또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서 의료진을 대면하고 자료를 설명하는 것에 더해 디지털 마케팅이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발하게 활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제약사들은 제품보다는 질환 자체에 좀 더 집중할 것이고, 이에 따라 메디컬 부서의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암젠은 항암제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 혹은 생물학을 비롯한 과학에 역량을 가진 기업으로 각인되길 희망한다. 이제 막 설립돼 부족한 점이 있지만, 향후 암젠이 가지고 있는 혁신성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협업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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