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유치 경쟁에 일부 병원은 ‘장기체류 외국인’도 포함시켜
세금 덜 내려 외국인환자 진료 적게 신고하는 경우도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환자 수는 30만명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환자 집계를 처음으로 시작한 2009년에는 6만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해마다 평균 31%씩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한 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의 환자유치 경쟁으로 인해 부풀려진 성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외국인환자 30만명 중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등 외국인환자 기준에 맞지 않는 환자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외국인환자 진료로 인한 소득세 등을 줄이기 위해 진료한 외국인환자 수를 축소 보고하는 경우도 있어 이래저래 국내 외국인환자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환자 진료비 6,694억원…28%가 성형외과 진료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5년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수가 29만6,899명으로, 188개국 외국인이 방문했으며, 이로 인한 총 진료수입이 6,694억원이라고 발표했다(2015년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조사 결과).

국가별로는 중국인 환자가 9만9,059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4만986명 ▲러시아 2만856명 ▲일본 1만8,884명 ▲카자흐스탄 1만2,567명 ▲몽골 1만2,522명 ▲베트남 5,316명 순으로 많았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 7만9,091명 ▲성형외과 4만1,263명 ▲검진센터 3만4,284명 ▲피부과 3만1,900명 ▲정형외과 2만2,468명 순으로 환자 수가 많았다.

하지만 진료수입을 기준으로 보면 성형외과가 1,856억원으로 가장 높고 ▲내과 1,053억원 ▲외과 486억원 ▲검진센터 45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외국인환자 유치가 허용된 2009년 이후 매년 외국인환자 유치실적을 수집해 공식적으로 발표해 왔다.

현재 복지부가 세워 놓은 기준에 따르면 ‘외국인환자’는 크게 세 부류다. 첫째, 의료사증(medical visa, 단기 C-3-3, 장기 G-1-10) 소지자는 당연히 외국인환자다.

둘째, 의료사증이 없는 외국인 중에서 건강보험 가입자(피부양자 포함)가 아니면서 외국인등록(외국 국적 동포의 경우 거소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외국인만 해당한다.

즉, 이중국적자, 건강보험 가입 외국인, 외국인등록을 한 외국인, 거소신고를 한 외국국적동포는 모두 제외되는 것이다.

셋째, 주한외국공관과 국제기구 직원, 주한미군 및 그 가족은 예외적으로 외국인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외국인환자에 포함된다.

현재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으로 등록된 의료기관(4,576개소)은 매년 해당 기준에 따른 외국인환자 수를 신고하고 복지부가 이를 취합해 발표한다.

병원 홍보에 활용의료통역사 수 따라 임의 조정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도 외국인환자 집계에 허수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으로 명시된 외국인환자 기준이 있고,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은 이 기준에 맞게 환자 수를 보고해야 하지만 기준을 잘 몰라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기준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부풀리거나 누락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이나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경우 등을 포함해 집계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 한 유명 대학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통역사를 통해 진료를 받은 외국인 모두를 외국인환자로 집계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A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들이 정말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대로 엄밀하게 환자 수를 보고했다면 지난해 30만명이라는 수치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외국인등록증이 있거나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데도 외국인환자로 신고하는 병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도 “병원마다 자신들의 병원에 더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온다고 하는 게 유리하니 조금씩 부풀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면서 “복지부가 신고 기준을 제시하지만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집계해 제출하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국내에 장기체류하면서 직장을 다니는 외국인의 경우 직장에서 일괄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주는데, 이 경우는 외국인 환자로 보면 안 된다”면서 “외국인 환자는 순수하게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했거나, 국내 여행 중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등이지만 이를 부풀리는 병원들도 적잖게 있다”고 지적했다.

자격이 되지 않는 환자를 외국인환자에 포함시키는 것 외 실환자가 아닌 연환자 개념으로 외국인환자를 집계하는 경우도 있다. 실환자는 외국인환자 1인이 국내 특정 의료기관을 여러번 방문해도 1번으로 집계하지만 연환자는 여러번 방문횟수를 모두 집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인환자 집계 시 연환자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실환자 개념으로 집계하고 있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수라고 하면 말 그대로 환자 1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은 진료 건수를 말하기도 한다”면서 “일부 병원에서 홍보를 할 때 환자 수가 아닌 진료 건수를 두고 ‘외국인환자 실적’이라 말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 축소 가능성도 있어

이와 반대로 외국인환자 수를 오히려 축소 보고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외국인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환자기 때문에 진료비 산출 등은 각 의료기관이 보고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즉, 외국인환자 유치를 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외국인환자 수가 그대로 소득 파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득세 등을 적게 내기 위해 진료한 외국인환자 수를 축소보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외국인환자 진료를 많이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신고가 소득 파악으로 이어져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축소 보고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에는 서울의 한 성형외과 의원은 성형관광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성형수술 희망 환자를 모집하고 비급여로 받은 수술비 등 진료비를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을 하는 등의 수법으로 16억원을 탈세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복지부 “외국인환자 집계, 허수 크지 않을 것”…규정 올해 더 강화

반면 복지부는 외국인환자 집계에 허수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외국인환자 집계시스템이 전산화 됐고 지난해 ‘의료해외진출법 및 외국인환자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사업실적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시정명령은 물론 등록 취소,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복지부 해외의료총괄과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굳이 외국인환자 수를 부풀려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반대로 법에 따른 과태료 등의 처분만 받는다”라며 “다만 관광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했다가 응급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외국인들까지 외국인환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약간의 허수는 있을 수 있지만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위한 진료상품도 있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나라마다 외국인환자를 집계하는 기준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연환자가 아닌 실환자 개념을 도입하고 있어 오히려 태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금 절감 등을 위해 외국인환자를 축소 보고하는 경우는 현장점검 등을 통해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환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신고하지 않으면 환자를 몇 명 봤는지 확인할 수 없다. 외국인환자를 많이 진료했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세 등을 적게 내기 위해 환자 수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제는 외국인환자 집계 허위보고를 처벌할 수 있는 의료해외진출법도 있기 때문에 허위 보고 시 과태료는 물론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박탈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환자 수 집계를 2월말까지 마무리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환자 집계를 축소한 의혹이 있는 기관은 3월 중 현장점검을 통해 확실히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해외진출법이 만들어지면서 외국인환자 수 집계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앞으로 체계적인 외국인환자 관리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질 관리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앞으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은 개별 의료기관의 보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환자 실적이 정확히 집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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