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醫 양준원 홍보이사 “세종시에 필요한 건 도심형 보건지소가 아니라 종합병원”

세종시의사회가 올 하반기로 예정된 세종시 도시형 보건지소 건립 및 공중보건의사 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27일 세종시의사회 양준원 홍보이사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보건지소 설립 예정지 주변에 소아과의원과 다수의 의료기관이 존재하고 야간 및 주말진료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세종시가 본인부담금 500원짜리 싸구려 진료를 시행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500원짜리 진료는 세종시 소아과 의사들에게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는 2017년 하반기 남부지역의 기존 한솔보건지소를 폐쇄하고 도시형 보건지소인 남부통합보건지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 공보의 2~3명을 배치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대로 진료를 보도록 할 계획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시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료비는 본인부담금이 민간 의원의 20~30% 수준인 500원 정도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양 이사는 남부통합보건지소 개설이 지역주민, 민간의료기관, 건강보험재정 등에 장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점이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이사는 “세종시의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은 지역주민 입장에서 봤을 때 본인부담금 500원으로 저렴하고 시설 좋은 관공서 건물을 이용한다는 장점 외에는 진료시간에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휴일에는 민간 의원을 이용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또한 의료진의 잦은 교체로 질병치료의 가장 중요한 환자-의사간의 바람직한 관계형성이 어렵게 한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어서 합리적인 의료소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양 이사는 이어 “의료계 입장에서는 의약분업 예외로 원내조제까지 가능한 보건지소의 저렴한 진료비와 약제비로 인해 주변 동네의원이 초토화되고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이 무너질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강보험재정 측면에서는 “당장은 시민들이 싼 값에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으나 결국 동네의원의 몰락으로 보건지소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질환은 경중에 관계없이 큰 병원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치료받아야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오히려 건강보험재정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양 이사는 “현재 세종시에 개원한 의사들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막대한 투자를 한 사람들로 500원짜리 진료가 이뤄지면 소아과 의사들에게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면서 “왜 개원의를 타겟으로 이런 정책을 펴는지 모르겠다. 개원의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너무 쉽게 결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양 이사는 이어 “공공보건의료 정책은 메르스나 AI 등과 같은 전염병의 예방 및 전파차단에 있어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행정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고, 진료서비스 부문은 효율성과 환자 만족도가 높은 민간부문에 위탁하거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세종시에 필요한 것은 도심형 보건지소가 아닌 의료전달체계를 완성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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