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어린이집 간호사 인슐린 투약 가능하다'는 유권해석 인용 가능성 제시

학교에서 소아당뇨병 환자를 위한 보건교사(간호사)의 인슐린 투약 행위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허용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긍정적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어린이집 간호사에 소아당뇨병 영유아 대상 인슐린 투약을 허용한 영유아보육법 개정 당시 복지부가 ‘인슐린 주사는 교육받으면 일반인도 투약 가능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등에 근무하는 간호사도 학부모의 동의 하에 의사처방에 따라 투약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는 만큼 이를 보건교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사무관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뇨병 인식개선과 학교보건법개정안 통과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의료법에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때문에 간호사인 보건교사가 학교 내에서 인슐린 주사 등을 놓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오 사무관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 면허범위에서 벗어나더라도) 개별 질환에 대한 면책 조항을 두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긍정적인 유권해석을 내릴 수는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 사무관은 “영유아보건법 개정 당시 복지부가 ‘인슐린 투약은 교육을 받으면 일반인도 가능한 행위다. 어린이집 등에 근무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교육을 받을 경우 학부모의 동의와 의사 처방에 따라 인슐린 주사 투약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며 “이 유권해석을 고려해 (학교 내 보건교사의 인슐린 투약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김원아 자문변호사 역시 학부모의 위임이 있다면 보건교사의 인슐린 투약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관련 법 개정이 없더라도 학부모들에게 개별적으로 (인슐린 투약 등에 대해) 위임받는다면 의료법 위반 등의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악결과가 왔을 때 손해배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학부모가 위임했을 때는 중대한 과실이 명백히 있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통한 손해배상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교육청이나 학교 등을 통한 법률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당뇨병 관련 학회 대표들도 학교 내 보건교사의 인슐린 투약 등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 박석오 보험법제이사는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취지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민과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실을 고려한 예외 허용을 만드는 것도 입법기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당뇨병 환아들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응급 상황, 심각한 고혈당 노출 상황을 방치하지 않기 위한 인슐린 주사 행위, 중증 저혈당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응급약 주사 행위, 혈당 상태 파악을 위한 혈당현장검사행위 등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이 있는 동안 보건담당교사나 이에 준하는 사람이 항상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꼭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이사는 “당뇨병 환아들의 안전한 의료지원을 위해 학교보건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과 실습이 주기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시행 및 유지, 학교보건 담당자의 출장 지원 예산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심계식 총무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역시 학교 내 보건교사를 통한 소아당뇨병환자 관리 중요성을 언급했다.

심 이사는 “소아당뇨병은 아이 혼자 극복하기 힘든 질환이다. 인슐린 주사 같은 것 외 심리적인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 내 상황을 보면 아이들이 숨어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등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심 이사는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놀림을 받는 등의 상황은 학교 내 (소아당뇨병과 관련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모든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학교 내 보건교사 교육 등을 통해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의료법 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김연희 자문변호사는 의료법에 예외규정을 마련해 보건교사에 인슐린 투약 등을 허용하면 오히려 보건교사를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 체계 하에서 구체적 행위로 법률 규정을 따로 두는 것은 체계적 정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예외규정을 두면 보건교사가 업무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응급의료법상 착한 사마리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아당뇨인협회는 소아당뇨병환자를 위해 ▲학교 내 혈당 측정 및 인슐린 투여 장소 확보 ▲보건교사의 인슐린 주사 및 혈당 측정 허용 ▲보건교사의 클루카곤 주사 투약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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