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현지조사는 함정수사와 다름없어…지도와 계도 선행돼야"

지난 2011년 경기도 남부에 의원을 개원한 A씨.

보건복지부 사무관 등이 포함된 현지조사팀이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을 찾은 것은 개원 한 지 3년 정도 지난 2014년 5월경이다.

복지부는 8개월 치 진료분에(2011년 5월 1일부터 9월 30일, 2014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A씨가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산출한 부당금액은 요양급여비용 총액 743만8,830원 중 191만원3,070원.

부당비율은 25.71%에 달했으나 개원 초기 환자가 거의 없어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작았기 때문에 부당비율이 지나치게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행정처분 기준에 따라 부당비율을 근거로 업무정지 93일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복지부의 항소에 따라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또 업무정지 처분 이외 사기죄 및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된 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을 만난 A씨는 그 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으며 부당청구에 관한 명확한 요건 정립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들에게 부당한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건강보험제도의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의 철저한 검증과 정밀성이 필요함에도, 부당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들이 재정 안정성에만 지나치게 치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경우 업무정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형벌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일반적인 형벌의 형태에서 적용돼야 할 명확한 기준 대신 ‘부당한 방법’이라는 의미의 불분명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 및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일률적으로 최고 5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형법상 다른 법률에 비해 과중한 편”이라며 “형벌을 부과함에 있어서는 죄질과 형량의 공평이 이뤄져야 하는데 유독 부당청구에 관해서만 그 균형이 기울어져 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탈세나 수뢰행위 등 사회적 비난이 큰 불법행위의 과징금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지도와 계도 목적이 아닌 처벌 목적의 현지조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A씨는 “현지조사가 부당청구라는 의심 하에 이뤄진 공무였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착오 청구나 오류 수정을 위한 지도와 계도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없이 진행되는 현재와 같은 방식은 명백히 함정수사이자 공단이나 심평원이 이를 고의적으로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행태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공단은 국민의 의료보험을 사회에서 보장해주기 위한 기관이며 심평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기준과 대상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두 기관이 기관의 본질적인 설립 목적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수사기관처럼 공무를 집행하고 무리한 삭감과 행정처분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영업정지나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에 대해 의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A씨는 “주변의 개원의들 중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개원의들이 생각보다 너무 적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어 “대법원까지 혼자 갈 각오를 하고 처음부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법적 대응을 진행했는데 다행히 복지부가 2심까지만 항소해서 확정 승소 판결을 받았다”면서 “이러한 일을 겪은 경험자로서 조언을 한다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유사한 판례와 선례들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