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수 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비급여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충의 저애요인으로 지목된 지는 오래된 일이다. 민간보험에서 운용하는 실손보험에서도 부담 증가 요인으로 지탄과 관리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비급여는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여론의 확산으로 구체적인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비급여가 없어서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는 병원, 혼합진료 금지의 제도화와 함께 이를 위한 시범사업 등이 제안되고 있다.

비급여가 무엇이기에…

의료인들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협의의 의료행위라고 하는 의료기술과 이를 행하기 위한 약품이나 재료 등 물품이 사용된다. 의료행위나 약품 등 의료용품은 사용 시 안전성과 유효성을 전제로 한다. 행위나 용품이 의료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 받는 공식적인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즉, 의료행위나 용품으로 적합함을 인정받는 것이다.

급여와 비급여는 공인된 의료행위나 용품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른 구분이다. 건강보험은 제도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의료행위나 용품 중 상대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을 선택적으로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한다. 반대로 비용효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행위나 용품은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여 비급여로 구분한다.

약품과 의료재료는 비용효과성이 담보된 것만을 급여대상 목록에 포함하는 positive list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즉, 급여목록에 포함된 것만 급여대상이며, 급여목록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성이 입증돼야 한다.

반면 의료행위는 법정 비급여라는 일부를 제외한 것을 급여대상으로 하는 negative 개념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급여목록에 포함된 것만 급여대상이 되는 어중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결과 급여대상인 행위가 경우에 따라 비급여가 되는 의학적 비급여라는 애매한 개념으로 혼란이 일고 있다.

비급여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급여를 구분하는 기준이 애매하고, 애매한 기준에 의한 구분과 적용에 대한 국민과 의료기관의 신뢰와 수용성이 낮다는 것이다. 임의비급여라고 일컬었던 의학적 비급여는 국민의 입장에서 문자 그대로 임의이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항상 시비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정 비급여는 비용효과성 보다는 재정과 제도의 한계에 의한 비급여가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음파이다. 보험급여에 필요한 행위임에도 일시에 급여로 적용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큼은 물론 급여화를 위한 수가 책정에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현재 비급여는 원칙과 기준이 결여된 상태이다. 이 결과 국민들에게는 적용 과정이 부당함은 물론 부담의 과중으로 보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의료기관에게는 의료서비스나 비용 징수 과정에서 당당하지 못하고 민원의 대상이 된다. 정부도 보험재정은 증가하는 데 보장성은 후퇴한다는 문제 외에 부담의 정당성에 대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비급여 관리의 필요성

의료제도와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제도 운용과정에서 비급여의 존재는 당연하다. 비급여 모두를 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일인 것 같다. 비급여에 대한 관심의 핵심은 비급여의 적정성이다. 비급여로 구분돼야 할 것이 비급여로 구분돼 있고, 급여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 비급여로 구분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비급여 관리는 당연히 급여와 연계돼야 한다. 우선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내용이 급여에 포함되어야 한다. 반대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내용이 비급여에 포함돼 있어도 안 된다.

의료행위의 경우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의료행위로 분류된 행위항목 즉, 행위정의가 적정하게 분류되어 있고, 그 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행위정의가 부적절할 경우 유사의료행위가 우려됨은 물론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에도 형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급여의 관리는 건강보험의 경제적 보장성과 의료서비스 이용의 적정성이 동시에 고려돼야야 한다. 혼합진료 금지가 그 예일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비급여 구분이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에 적용될 이유는 없다. 민간보험은 나름대로 수익성을 고려한 급여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비급여 관리를 위해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제돼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의료행위를 분류하고 정의하는 활동이 제도화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개별 의료행위를 분류·정의하고 그 행위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보증하여 의료행위 범주를 규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임의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통제하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분류된 의료행위의 급여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을 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구분 기준은 비용효과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사회적 요구 등은 상황에 따라 감안하면 될 것이다. 현재 약품의 급여 평가에 적용하는 원칙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용효과적이고 급여에 필요한 사항이 비급여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즉, 급여에 포함된 사항만으로 적정의료의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민들도 의료기관도 비급여 적용을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항이 전제된다면 거론 중인 혼합진료 금지는 당장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한 포괄수가제나 기관별 총액계약제의 시범사업도 비급여의 전반적인 정리가 전제 조건이다. 비급여가 정리된다면 포괄이나 총액 설정의 장애물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괄이나 총액의 논의는 비급여 이전에 지불제도와 공급체계의 정비를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즉, 비급여의 관리만을 위한 방안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비급여의 관리를 전제로 지불제도와 공급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정상적인 비급여에 대해서는 사적자치가 적용돼야 한다. 즉, 비급여의 이용 여부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에 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 실손보험을 비롯한 민간보험의 경우도 의료기관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비급여의 상황을 고려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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