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의원, 의료법 개정안 발의…교수에만 작성·수정 의무 부과
의사들 "환자 사망시 학회나 지방 출장 교수 복귀 전까지 방치 불가피"

2명 이상의 의사가 한 환자를 진료했을 때 진단서와 사망진단서 등의 작성 주체를 최상위 책임자로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최근 ‘2인 이상의 의사가 환자에 대한 진찰이나 검안에 참여한 경우 최상위 책임자가 진단서 등을 작성’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대개 대학병원에서는 교수와 전공의가 한 환자를 보는데, 개정안 대로라면 모든 진단서와 사망진단서를 교수들이 직접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 교수가 학회 등으로 부재 중일 경우 교수가 복귀할 때까지 환자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새벽에 환자가 사망한 경우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전공의가 병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퇴원이나 장례절차를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담당교수가 밤에 나와서 사망진단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체될 경우 환자의 보호자 등과 불필요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는데도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의사들의 불만이다.

이와 관련 모 대학병원 교수는 “전형적인 입법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모든 수련병원이 주치의(전공의)와 스탭(교수)이 한 환자를 같이 보게 돼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는 모든 진단서를 스탭만 작성하라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그는 “스탭이 모든 진단서를 작성할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진단서는 주간에만 발급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진단서 작성은 의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수련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법이 통과되면 전공의는 자기 이름으로 진단서를 작성할 일이 없어져 수련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의사는 “담당교수가 제주도에라도 가 있으면 시신은 병동에서 빼지도 못하게 된다"면서 "앞으로 사망진단서를 장례절차를 위한 사망확인서로 먼저 떼고 진단서는 최종책임자가 검토 후 쓰게 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곳곳에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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