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회장, 중증 골다공증 인식개선 필요성 강조

“우리나라는 중증 골다공증에 무관심해요. 더 심한 상태나 돼야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대한골다공증학회을 이끌고 있는 박예수 회장(한양대 구리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국내 골다공증, 특히 중증 골다공증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학회가 ‘골절을 동반한 골다공증 진료지침’에서 ‘진행된 중증 골다공증’이란 표현을 쓴 배경도 인식개선을 촉구하고자 하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진행된 중증 골다공증이란 표현을 쓰기에 아직 근거(evidence)가 부족하지만,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한골다공증학회 박예수 회장(한양대 구리병원 정형외과 교수)

WHO에서는 중증 골다공증을 T-score -2.5 이하면서 골다공증성 골절을 1개 이상 동반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학회는 더 나아가 ▲65세 이상 ▲T-score스코어 -2.5 이하 ▲골절 2개 이상 경험한 경우를 진행된 중증 골다공증이라고 정의한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유독 골다공증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 아쉽다”며 “많은 나라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PTH(Parathyroid hormone, 부갑상선 호르몬) 제제도 우리나라는 들어온 지 10년 만인 지난해 급여가 됐다. 그마저도 여전히 기준은 엄격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성 골절의 위험을 강조하며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등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골다공증은 당장은 무섭지 않지만,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통증으로 끝나지 않고 바로 골절로 이어진다”며 “골절이 한 번 발생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골다공증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이 한번 남으면 두 번째 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척추 골절의 경우 처음 골절된 환자에게서 두 번째 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처음 골절이 발생할 확률보다 3배 높아진다. 두 번째 골절 발생 후 세 번째 골절이 발생할 확률은 9배 상승한다”고 전했다.

더구나 이러한 골절은 환자는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높인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수술을 해도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노인 환자들에게 폐렴 등 2차 문제(합병증)가 발생하면서 사망 위험이 훨씬 높다. 문제는 골절이 한 번 발생하면 통증으로 인해 활동량이 현저히 적어지기 때문에 다시 뼈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실생활에서 뼈가 부러질 확률이 정상인보다 더 높아지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골절이 발생하면 의료비 부담도 필연적으로 상승한다. 보조기, 간병인, 입원비, 수술비 등 비용이 높아진다”며 “골절 전과 골절 후의 의료비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기 때문에 골절 예방을 위한 치료(약물치료 등)의 비용 효과성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싸니까 보험이 안 된다’는 논리로 급여 적용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척추 부위에 골다공증성으로 인정되는 골절이 생기면 T-score와 상관없이 3년간 보험을 인정해주는 등의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T-score가 -2.4면 급여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환자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 약을 먹거나 아니면 방치를 해야 한다”며 “바로 골감소증 단계인데 골절은 골감소증에서 80%가 발생하기 때문에 골다공증 전 단계에 대한 보험 혜택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골다공증 환자들의 골절 예방을 위해선 약물요법이 주가 되는데, 해외에선 10여년 전부터 도입된 약제들이 국내에선 아직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최근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제(제품명 프롤리아)가 출시됐는데, 사실 새로운 약제라고도 할 수 없다”며 “이미 해외에선 오래 전부터 1차 치료제로 사용되며 10년 간 축적된 데이터가 있을 정도인데, 국내에는 이제야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약(프롤리아)은 골 파괴 억제제 중에선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골 파괴를 억제하는 약이기 때문에 악골괴사 등의 부작용과 일부 연관이 있다”면서도 “이런 장단점은 해외의 데이터에서 나온 결과다. 국내에서는 다를 수도 있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늦추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사실 (프롤리아 등)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는 약값 때문이다. 물론 필요한 약은 늦더라도 도입되긴 한다. 그러나 도입이 늦어질수록 환자의 치료 기회도 늦어진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약가 협상을 하는)제약사도, 정부도 이 점을 첫손에 꼽았으면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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