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 스타트업 뷰노코리아 이예하 대표 "AI, 의사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

바둑계의 간판스타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한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직업’이 연일 회자됐고,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알파고 쇼크’라 불리기 충분했다.

의료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가천대 길병원과 부산대병원에 왓슨 온콜로지(Watson Oncology)가 도입되며 인공지능 의료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최근에는 의사와 왓슨의 의견이 달랐을 때 환자가 왓슨의 의견을 선호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의료 분야 인공지능 산업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인공지능 의료영상 스타트업 뷰노코리아가 바로 그곳이다.

뷰노코리아 이예하 대표

뷰노코리아 이예하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전문연구원) 출신으로 데이터 인식 및 분석 툴 분야의 전문가이다. 삼성에서 퇴사하고 창업을 시작했던 2014년 당시, 그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으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이제 어느 덧 4년차. 뷰노는 시각 인지기능을 겨루는 국제대회(ILSVRC2015)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그 기술을 의료에 접목한 시제품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의료가 사업적으로 매력적인 분야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러 선택지들 중에 ‘의료’를 택한 것에 후회는 절대 없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우리의 기술을 의미 있게 쓰고 싶었어요. 병원은 데이터가 많은 곳이고, 의료법상 5~10년간 이를 보관해야 하는데 이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석될 수 있는, 아직 분석이 안 된 데이터가 굉장히 많은 것이죠. 이 동굴 속의 데이터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희의 기술을 통해 의료가 발전한다면 결국 나와 가족의 행복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뷰노코리아의 도전은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기존에 5분이 걸리던 골연령 판독시간을 20초 내로 줄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흉부 CT 분석을 통해 간질성폐질환(DILD) 진단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는 증례검색시스템을 통해 주어진 CT와 유사한 CT 사진을 찾아주고, 그 환자의 임상양상과 비교해볼 수 있게 설계됐다.

“현재는 영상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각종 생체신호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을 돕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요. 심박수, 체온, 혈압 등의 생체신호 데이터 변화를 분석해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의사들의 불안감

그러나 인공지능의 승승장구가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의료인들이다. 알파고 쇼크 이후 ‘알파고 한테 지지 않으려면 이래야 한다’고 학생들을 훈계하는 의대 교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잠재적으로 의사를 위협하는 자’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종 결정권자’인 의사의 직위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진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를 도와주는 보조수단으로서 존재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의사에게 새로운 무기, 더 좋은 돋보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진기, 엑스레이로만 진단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CT, MRI 등의 진단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MRI가 생겼다고 의사가 대체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고 진단이 정확해졌죠. 인공지능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또다른 새롭고 정확한 진단방법(diagnostic modality)이 등장한 것일 뿐입니다.”

이 대표는 ‘최종 결정권자’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인공지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문가로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직시하고 있는 듯 했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다 보니 인공지능의 판단이 잘못 되었을 경우 많은 법적,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 점을 잘 알기에 앞으로도 ‘의사의 판단을 돕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산업에 종사하더라도 의학을 잘 아는 게 중요”

의료인들의 불안감과는 반대로 실제로 뷰노코리아와 의료인들은 협력관계에 있다. 회사 내에도 의사가 있고, 개발하려는 기술마다 대학병원 의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길을 찾는다.

“우리 서비스는 의사가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의사의 시각이 너무 중요해요. 회사 내 의사의 역할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의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지’ 판단해주는 겁니다. 그건 진료를 해본 사람만 알죠. 의대 교수와의 대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공학자인 저는 절반도 못 알아듣거든요.(웃음)”

뷰노코리아는 많은 의료기관과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발족된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에도 참여해 산학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의대생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의료라는 분야에 대해 완벽히 알고, 거기에서 ‘문제를 정의’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부보다도 의학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 의료산업에 종사하려면 의학 외 지식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인공지능이 의료에 접목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서로 간의 신뢰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대표.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국의 의료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할 뷰노코리아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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