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자 상태에 맞는 검사 못하고 사후 관찰의무 소홀히 해"

환자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고 검사 후 적절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기관에 억대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A씨 유족들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억1,915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바꿔, 2억264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계속된 전신 쇠약감과 상복부 통증, 호흡곤란 증세로 B병원에 입원한 A씨는 일반 혈액검사 및 심정도, 흉부방사선 및 CT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동성빈맥, 불규칙 기관지확장증으로 인한 우폐의 무기폐, 좌폐의 섬유성 및 결정성 음영, 다발성 종격동 림프절, 소량의 능막액 등으로 진단받았다.

진통제 없이는 수면을 취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던 A씨는 의료진에게 이를 호소했고, 의료진은 추가적으로 전해질 검사 및 복부초음파를 실시한 다음 프로포폴 7㎖를 투여한 후 위내시경 검사도 시행했다.

검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한참이 되도록 나오지 않는 A씨를 찾아 검사실에 들어간 가족들은 A씨가 검사실 안 의자에 옆으로 누운 채 입술이 파랗게 변해있는 것을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이를 알렸지만 담당 간호사는 “자고 있으니 기다려라”고 답했다.

가족들은 A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재촉하며 거듭 의료진에게 확인을 요구했고, 의료진이 A씨를 확인한 결과, 의식이 저하돼 있고, 자발호흡, 혈압 및 맥박이 측정되지 않았으며, 청색증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A씨를 응급실로 옮겨 산소 투여 및 기도삽관, 심장마시지 등의 처치를 했지만 의식과 자발호흡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K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A씨는 K대학병원에서 저체온치료, 뇌부종 치료 등을 받았으나 위내시경 검사에서 발생한 급성 심정지에 의한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해 의식불명, 호흡장애, 배뇨장애, 사지마비 등의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상태로 2년 10개월 동안 보존적 치료를 받은 A씨는 결국 K대학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A씨는 호흡기능이 저하된 고령의 상태로 수면내시경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았고, 의료진이 불가피하게 수면내시경을 시행했다면 일반 환자보다 가중된 주의의무를 가지고 환자를 관찰했어야 하지만 검사 및 회복과정에서 관찰을 소홀히 해 A씨의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지 못했으며 A씨의 이상상태를 발견한 후에도 응급처치를 지연해 증상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 B의료재단을 상대로 2억3,047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의료진 과실을 인정, 유족들에게 2억1,91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한 수면내시경 검사 및 회복 과정에서 진정제의 종류 및 투여량을 환자의 상태에 맞게 결정하지 못하고 검사 후 관찰의무를 소홀히 해 A씨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어 “의료진이 가족과 대화에서 위 내시경에 관한 대화를 나눴지만 이러한 사실만으로 설명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수면내시경 검사에 대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프로포폴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한 바도 없었던 점을 종합했을 때 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과 A씨의 사망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B의료재단은 항소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법원은 유족들에게 2억264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하며 B의료재단의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