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협회 최재영 회장 “의료급여냐 건보냐 따라 차별받는 사회 되지 않도록 하겠다”

9년만에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제가 개편되고 20년 만에 정신보건법이 ‘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개편된다.

하지만 정작 인상됐다는 의료급여 수가는 2% 수준에 그치고, 이마저도 장기입원환자를 퇴출시키는 기전으로 차등 적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도 사회복지시설이 전무한 국내 의료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환자의 입퇴원 절차만 까다롭게 하고 있어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가 내실을 기하며 예고된 제도 개편으로 인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3대 회장을 맡은 최재영 신임 회장(동서병원 이사장)은 지난 2일 본지와 만나 정부의 제도 개편안 문제점을 꼬집고, 시행 전까지 보건복지부와의 긴밀한 논의를 거쳐 난제를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한신경정신의료기관협회 최재영 회장

- 지난 2일 복지부가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번 개정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한 데 비해 많이 아쉽다. 정부가 확보한 의료급여 정신과 예산은 211억원이다. 그 내에서 조정하다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일부는 9년만에 어느 정도 조정기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수치로 보면 굉장히 아쉬운 결과다.

입원기간이 181일부터 360일까지는 기존보다 0.6%가 인상되고, 361일 이상은 1.6%가 인상되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 병원에서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입원 후 180일까지인 환자의 비율이 10%이고, 181일부터 360일까지는 5%이며, 361일 이상이 85%이다.

즉, 대다수인 환자군(361일 이상)의 수가가 1.6% 인상된 것으로 전체로 보면 2% 수준에 그친다.

- 이번 개정안은 단기 입원일 경우 정액수가를 상향하는 대신 장기일 경우는 소폭 인상해 장기입원을 억제하기 위한 방향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정신건강종합대책을 보면 점차적으로 장기입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신의료기관) 허가 병상도 10% 줄이고, 입원환자도 20% 줄이겠다고 한다. 이번 의료급여 정신과 수가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 같다.

- 정신과 환자들의 탈원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이견이 많다. 미국에서는 정신병원 탈원화 이후 살인사건 등 범죄율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했다. 국내에 탈원화를 위한 여건이 갖춰져 있는가.

복지부와 학계에서 말하는 탈원화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는 아직 구축이 돼 있지 않다. 전국에 제대로 준비가 된 재활시설도 몇 곳 되지 않는다. 장기입원을 억제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은 움직이지만 장기입원환자의 연령 등 추세를 보면 이 문제를 해소하기는 힘들 것 같다.

최근 13년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의 평균 연령이 10%가 올라갔다. 매년 환자들의 연령이 0.7% 증가하는데, 이는 환자들의 장기 입원 때문이다. 현재의 의료급여 수가는 환자 맞춤형 치료가 아닌 정액으로 돼 있기 때문에 환자 증상이 만성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급여 수가가 인상됐다고 하지만, 정작 정신과의 식대수가는 여전히 정액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달라지지 않는다.

- 오는 5월 30일부터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다. 이 제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번 법 개정은 환자들의 병원 생활, 특히 강제입원에 대한 제재와 인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 치료적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이 안돼 있다. 환자가 조기퇴원을 하고 재원일수를 줄이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중요한 점은 전체 환자의 70%가 의료급여 대상자로, 치료를 위한 수가는 정액으로 묶여있다는 것이다.

법은 환자가 조기퇴원이 가능하도록 하라고 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 정신건강복지법에 입원판정제도와 입원적합성심의위원회 등이 새롭게 생긴다. 이로 인한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1년 유예됐지만 이 제도는 현재의 심판위원회 기능과 중복된다. 심판위는 지역 내 인프라를 통해 위원회를 구성해 환자 면담을 통한 입원 적합성을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국립병원 관계자들을 통한 심사인데 실제로는 대면이 힘들어 형식적에 그칠 수 있다. 이를 위해 굳이 예산을 들여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야 하나 싶다.

또 입원판정을 위한 진단의사 지정문제는 아직 법적인 책임 구분 등 논의해야할 점이 많은 사안이다.

- 민간 의료기관에게도 진단의사를 지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 현장의 반발이 컸다.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나.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법적 책임소지다. 환자의 주치의 이외에 진단의사가 입원 판정을 했다가 불일치했고, 환자를 퇴원시켰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다. 또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단의사가 타 병원에 파견을 가면 주36시간 이상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기관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한 시간적 소요와 경영손실 등의 보상 등도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발표된 것이 전혀 없어서 이대로 현장에서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협회 차원에서 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의 법에는 행정적인 문제 등이 반영 안돼 있다. 의료기관 내에 간호사, 전문요원 등의 인력들을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모아서 정부에 의견을 제안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복지부가 협회와도 미팅을 갖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에도 복지부와 2시간반 가량 회의를 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의견을 냈고, 복지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가능한한 최대한 많은 대화를 통해 요구해야 할 사항들을 잘 전달해 제도가 올바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들이 의료급여냐 건강보험이냐에 따라 달리 차별을 받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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