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이평수 교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환자중심 의료기관 적정성 평가 도입’을 2017년도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타이틀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경험 평가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리 바람직한 일이라도 방법이나 과정이 적정하지 못하면 혼란과 갈등은 물론 비효율과 형평성 저해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환자중심 의료기관 적정성 평가’는 이러한 측면에서 검토 여지가 있다.

이평수 차의과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우선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이라는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 조건을 갖춘 의료법에서 정하는 기관이고, 요양기관은 의료기관 중 건강보험 요양급여 조건을 갖춘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하는 기관이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적용하는 현실에서는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을 동일 시 할 수 있으나 그 개념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의 환자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환자도 포함되나, 요양기관은 건강보험 적용 환자가 그 대상이다. 요양기관계약제가 적용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기관의 실체를 구분하는 용어의 활용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의 적정성 평가로는 의료법(제58조)에 의한 의료기관인증평가가 있다. 의료기관인증평가는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의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요양기관은 개념적으로 의료기관의 일부분이다, 의료기관인증평가는 2016년 말 현재 1,700여개 병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됐다. 의료기관 인증평가의 내용이나 방법이 요양기관 적정성 평가와 100% 동일한 것은 아니나 목적 달성에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요양기관 적정성 평가와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중복을 피할 수 없다. 중복을 피할 수 없다면 차별성이 있어야 하고, 차별성은 효율성이나 효과성 측면에서 수용이 가능해야 한다.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는 ‘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진찰·수술 등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해 의약학적·비용효과적 측면에서 적정성 여부의 평가’가 그 명분이다.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요양급여 제공 과정의 환자 만족도 보다는 의약학적 타당성과 비용효과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인증평가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건강보험 적용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건강보험 적용 환자의 요양기관 이용 경험을 별도로 평가하더라도 평가대상과 평가방법의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평가대상 기관으로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제시하고 있다. 대형병원 중심의 평가를 우선하는 것이다. 대형병원은 중소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고 서비스의 질도 높다는 것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 취약한 기관을 대상으로 점검하고 질 향상을 위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평가의 이유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고 서비스의 질이 높은 대형병원을 우선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정한 평가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형병원을 평가의 우선 대상으로 하는 것은 평가의 실시는 용이하지만 평가의 목적에 부합한 지 의문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다.

평가방법은 전화조사를 활용하되, 전화번호를 환자가 퇴원한 병원에서 수집할 예정이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경우 평가대상병원은 자기 병원을 평가할 환자가 누구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평가자를 알게 된 병원은 당연히 평가자에게 좋은 평가를 요청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평가를 받는 병원의 부적절한 행태와 평가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의 발생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병원의 환자정보 보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격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방지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안일 것이다.

환자 중심의 평가는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 그러나 평가는 목적달성의 효율성, 평가의 공정성은 물론 평가대상기관이나 평가자의 수용성도 고려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평가의 중복이나 평가 대상자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면서 평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을 구분하고 연계하는 평가체계의 수립·시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심평원과 공단 또한 건강보험 적용 환자와 요양기관의 수용성과 평가의 목적의 효율적 달성을 위해 정보의 공유 등 긴밀한 업무 협조체계를 수립·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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