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회 “의미 퇴색한 재활병원 종별분리엔 반대”…의협 "전문병원제 활용 바람직"

병원 종별 구분에서 재활병원을 분리, 재활치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재활병원 종별분리 방안이 한의사에게도 재활병원 개설을 허용하는 것으로 취지와 다르게 추진되자 의료계가 사실상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대한재활의학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현시점에서의 무리한 재활병원 종별분리에 반대한다”며 “향후 충분한 정책연구와 시범사업 등을 진행한 다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활의학회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활병원 종별 추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재활병원의 기능에 대한 취지가 담겨 있다고 판단, 찬성해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의사까지 재활병원 개설주체로 포함시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재활병원 종별 분리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판단, 재활병원 종별분리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재활의학회는 “재활의학은 고차적인 뇌기능 회복을 위한 인지재활, 언어재활, 삼킴재활, 심폐재활, 로봇을 활용한 재활 등 한방에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라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철학과 원칙을 근간으로 한 한의학은 이를 담당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활의학회는 “재활은 질병의 호전, 악화 및 재발 뿐 아니라 예방과 관련된 토탈 케어 영역으로, 요양 위주의 역할을 하는 한의사가 관여할 경우 환자 안전과 건강에 위해를 가져 올 수 있다”며 “한의사의 재활병원 개설은 현재 노인, 장애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재활의료 전달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활의학회는 이어 “재활은 국제적으로도 한의사가 재활 참여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나 정부가 한의학 영역 개발의 의지가 있더라도 한의계 나름의 한의학 관점에서 본연의 영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재활의학회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국회 입장에서 일부 직역의 이익을 위해 장애인 건강권과 재활의료정책에 혼선을 초래하는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직 종별분리에 관련한 충분한 정책연구와 시범사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재활의료 전달체계 구축에 대한 사회적, 의학적 합의가 충분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재활병원 종별분리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재활병원 종별분리와 한의사 재활병원 개설 허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지난 18일 “의료기관의 난립으로 비효율적인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초래할 수 있는 종별병원 확대보다는 기존 체계 안에서 의료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종류에 재활병원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전문병원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재활의학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는 한의사를 재활병원의 개설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향후 한의사의 재활 진료까지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다각적이고 복합적 분야인 재활 분야와 관련해 환자의 건강권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방의 경우 한방 재활의학 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척추손상이나 뇌경색 등 응급수술을 한 환자의 재활치료 등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상황을 제대로 관리 할 수 없다”면서 “독자적인 체계와 정보축적 없는 상태에서 현대의학의 재활의학 분야를 모방하려는 태도만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지금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종류에 재활병원을 신설하고 한의사를 재활병원의 개설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무자격자에게 의료기관을 맡기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방재활을 빙자한 불법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불법 의료행위가 조장될 수 있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