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환우회 “항암제 시판 허가와 급여 등재, 동시에 진행돼야”
면역항암제, 화학항암제보다 삶의 질 높여

저소득층 말기 암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주최한 ‘제5회 환자포럼’ 발제를 통해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한 허가와 급여 등재 동시화를 통해 저소득층 말기 암 환자의 생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표적항암제에 이어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말기암 환자들의 삶의 질이 이전 화학항암제로 치료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아졌다”면서 “이제는 상당수의 말기암 환자들도 병원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고통 받으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미 있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은 저소득층 환자들이나 민간 실손·생명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은 여전히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불행한 상황이 10여 년 째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항암제 시판 허가 후 급여 등재기간도 상당히 길어 환자 접근성을 떨어트린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 처장은 “항암제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급여 고시가 되기까지는 평균 320일(제약계 주장은 601일) 이상 걸리고 있다”며 “이는 독일의 70일, OECD 평균인 245일 보다도 훨씬 길다. 그 사이 말기암으로 투병하는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은 저소득층 환자들이나 민간 실손·생명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 상당수는 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처장은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강화방안으로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항암제 시판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 동시신청‧심사‧결정 ▲기금 조성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 또는 약제 무상공급 프로그램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이 처장은 “생명과 직결된 신약은 제약사가 식약처와 심평원에 시판허가와 급여결정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약처와 심평원도 동시에 심사, 결정을 해서 식약처 허가 후 시판되는 즉시 모든 해당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되는 약값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면서 “이후 제약사와 공단이 약가협상 완료 후에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복권기금, 건강증진기금, 건보 재정 등 공공재원과 치료비 지원사업을 하는 민간복지단체의 민간기금을 모아 환자들에게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생명과 직결된 신약은 시판 후 급여 시까지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이나 약제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심평원과 공단의 행정력을 강화해 급여결정 및 약가협상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처장은 “말기암으로 투병중이지만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은 저소득층 환자들이나 민간 실손·생명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도 현재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거나 과거에 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이들도 당연히 건강보험 재정으로 신약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신속한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국민 건강권 강화를 위한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경제적 차이로 인한 생명권 불평등은 해소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허가된 약이라고 신속하게 환자들에게 쓰는 것이 최선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항암제와 중증질환에 대한 신약들은 가능한 신속히 허가를 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운영되고 있는데 신약의 안전성, 접근성 문제는 점점 커질 것이다. 정책 운영 방향을 잘 잡아야한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은 “항암제는 환자의 생명연장이라는 최종적인 결과가 아니라 종양 축소라는 임상시험 중간 결과 값을 토대로 허가 신청된 것”이라며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고 약의 효능이 탁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승인된 신약들이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평가가 필요하다”며 “또 조건부 허가된 신약이 어떤 조건으로 허가된 신약인지 환자들에게 알리고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했다.

아울러 “건보재정을 투입 하는 것은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것인데 이는 무한하지 않다”면서 “허가된 모든 항암제를 지원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 안에서 다시 선별해야 하는데 그 기준에 대한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약의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고형우 보험약제과장은 “신약 허가신청과 건강보험 급여신청을 동시 진행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의약품은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식약처의 평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심평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는 단계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 과장은 이어 “이미 허가평가연계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며 “급여 등재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