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국군의무사령관 안종성 준장

부실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군 의료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제42대 국군의무사령관으로 취임한 안종성 준장이 공급자 중심의 군 의료체계를 환자 중심으로 혁신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군 의료에도 환자 중심의 의료혁신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22일 취임한 안종성 의무사령관은 17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환자 중심 의료를 통해 그동안 지적돼 온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개선, 국민들의 신뢰를 얻겠다고 밝혔다.

안 사령관은 육사 47기(1991년 임관)로 서울의대와 서울의대 대학원을 나온 의학박사이며, 서울대병원에서 피부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으며, 국군고양병원과 국군춘천병원, 국군양주병원을 거쳐 국군의무사령부 보건운영처장, 육군본부 의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 국군의무사령관으로 취임한 소감은.

육해공군 장병 58만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장 자리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하지만 국민들과 장병들의 불신이 만만치 않은 군 의료를 조속히 개선‧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대한 막중한 책임감으로 부담감도 적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의학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학교 육사를 소개하러 온 생도들의 멋진 모습에 반해 육사에 입학했다. 그런데 3학년쯤 군의관이 될 수 있는 의대 과정이 생도들에게 소개됐다. 당시 ‘정통 야전 군인의 길도 좋지만 전문성을 갖춘 군인의 길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의대에 지원했다. 육사 졸업 후 서울의대에 편입해 본과 1학년부터 공부했고 서울대병원에서 수련받았다. 육사에서 배운 정신력과 신체적 강인함이 의대생활과 수련기간 동안 큰 도움이 됐다.

- 오랫동안 군에 몸담은 이유는 무엇인가.
군인으로서 확고한 직업관이 있었다. 의대 졸업 후 피부과 전문의를 취득했는데 세상의 유혹이 왜 없었겠나. 밖에 나가면 훨씬 많은 경제적 보상이 따라올 수 있었겠지만 개의치 않았다. 개인이 잘나서 군의관이 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국가가 만들어준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만큼 국가와 군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군 의료를 발전시키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내가 성장하게 만들어준 국가와 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소임을 끝내야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국군의무사령관이 그 소임의 종착점인 셈이다.

-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
군의관으로서 기쁨이나 아쉬움, 슬픔을 느낀 적이 많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 군 의료의 최고 수장인 의무사령관이 된 만큼 임기동안 군 의료 혁신을 잘 이뤄 내 ‘군 의료도 이렇게 발전하고 변할 수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런 평가를 들을 수 있다면 그 때가 바로 최고의 보람된 순간이 아닐까. 군복을 벗는 순간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

- 만들고 싶은 국군의무사령부의 모습은 무엇인가.
30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만들고 싶은 군 의료의 모습이 있었다. 바로 환자 중심의 군 의료체계 구축이다. 환자 중심의 전문성 있는 군 의료가 바로 의무사령부의 모습이자 지향하는 군 의료의 모습이다. 군 의료가 모든 분야를 다 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상 분야 등 군이 잘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특화된 진료를 하고 싶다. 1만6,000명의 의무요원이 인간 중심,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면서 국민들에게도 신뢰받을 수 있도록 군 의료체계를 만들어가겠다.

- 문제를 알아야 개선도 가능하다. 의무사령관으로서 현재의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한다면.
군 의료는 모두 무료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럼으로써 생기는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수익 창출이 없어 내부직원들의 동기부여가 안 되는 등 구조적‧환경적‧인적 구성에 문제점이 있다. 단기 군의관이 많아 진료의 연속성‧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사고가 생기고 군 의료 전체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95% 이상은 정말 잘하고 있다. 1년에 120만건의 외래진료가 이뤄지고 있고 58만 장병들 대부분이 건강하게 복무하고 전역한다. 잘하고 있는 부분은 부각되지 않고 악성사고들만 언론에 크게 나가다보니 군 의료 전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러한 지적이 모두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자성하며 바꿔나가려 하는 것이다. 부실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조속히 개선하고, 체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

- 그래서 올해를 의료혁신 추진의 원년으로 선포한 것인지.
그간 군 의료 발전을 위한 많은 계획과 노력들이 있었다. 그로 인해 발전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주로 공급자 위주의 계획이었다. 환자를 중심에 둔 계획보다는 재정을 투입해 시설을 확충하고 장비를 구입한 것이 메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 우리들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중심의 진료 문화 혁신을 위해 취임 전부터 다양한 방안을 준비했고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의료혁신 방안에는 세 가지 축이 있다. 첫 번째는 환자 경험 혁신이다. 부대를 출발해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 받고 돌아가는 그 모든 과정이 환자 경험이다. 그 모든 부분까지 혁신할 것이다. 두 번째는 근무기강 혁신, 세 번째는 직무만족 혁신이다. 우리는 군병원이라 민간병원과 차이가 많다. 나름의 룰과 영이 서야하는 조직이다. 군의관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진료를 하면 환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근무 기강적인 측면도 혁신을 이뤄야 한다.

모든 의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들이 하는 것이다. 의료인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 직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개선해 업무에 만족을 줄 것이다.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다.

- 군 의료 전문성 강화를 위해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나.
환자들은 안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진료를 원한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진들의 전문성이 필수다.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배양하기는 정말 어렵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군 의료는 이 부분이 솔직히 쉽지 않다.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의사들을 둘 수도 없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복안은 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 문제가 되는 질환에 전문성을 갖춘 군의관을 육성하는 것이다. 임관 전에 전문 교육을 진행하고 임관 후에도 사례가 있을 때마다 사례별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야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 군에서 가장 많이 수술하는 질환 등을 세세히 분류해 특별 교육을 시킬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 함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대한 견해는.
7~8년 전 국방의학전문대학원 도입 실무를 맡아 추진했었다. 그것이 좌초되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봤다. 국방의학전문대학원은 완전히 좌초된 계획이기 때문에 다시 살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 대안으로 많은 정책들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공공의대 설립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재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작년 지카바이러스 사태를 돌아보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해결할 공공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 공공의대를 만들어 국가가 필요한 공공 의사와 군에서 필요한 군의관을 함께 양성했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공공의대 설립에 일조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조가 'One Team, One Mind, One Voice'다. 모든 사람들이 한 팀이 돼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로 행동한다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 One Team, One Mind, One Voice로 환자 중심의 군 의료를 만들겠다. 환자 중심의 군 의료가 이뤄지면 국민과 장병들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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