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센병신환 5명 중 2명 외국인…한센복지협회, 조기진단키트 개발 박차

국내 한센병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센병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한국한센복지협회가 해외유입 한센병환자 사전 차단 등을 새로운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준비에 나서 주목된다.

한센복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한센병 신규환자 5명 중 3명은 내국인, 2명은 외국인이다.

내국인의 평균연령은 68세로 수십년간 잠복했던 한센인자가 발현된 경우지만, 외국인 2명의 경우 평균연령 28세로 자국에서 감염된 채 입국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한센복지협회는 국내 외국인 가운데 한센병 다수 발병국(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나균특이 항체검사 실시 및 유효성 평가연구를 진행하는 등 잠복 나균감염자를 효율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2015년 현재 한센병환자 신규환자가 많은 국가는 인도(12만7,326명), 인도네시아(1만7,202명), 방글라데시(3,976명), 네팔(2,751명), 미얀마(2,571명), 스리랑카(1,977명), 필리핀(1,617명), 중국(678명), 태국(187명), 베트남(178명) 등이다.

협회는 진단키트를 통해 다발생 국가의 장기체류 입국(예정)자는 입국 전 자국에서 진단키트를 통한 잠복 나균감염 사전검사를 실시한 후 국내 입국을 유도해 국내 전파 방지 및 한센병 발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개년 계획을 수립, 연간 5억원씩 총 25억원의 사업예산을 신청한 상태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협회 한센병연구원 김종필 원장(피부과전문의)은 “우리나라에서 진단키트를 생산한 적이 있지만 최근 PGL-I 항원 공급 부족으로 키트 생산이 중단됐다. 미국 등에서 생산된 제품은 개당 1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기 어려워 국산화가 필요하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은 기획재정부에서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앞으로 국내로 입국하는 외국인근로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균감염 사전검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더 커지는 만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한센병 다발생 국가의 인구당 한센병 발병비율과 해당 국가에서 국내에 입국하는 자 중 한센병 발병비율 등을 비교하면 한해 10명 정도의 외국인 한센병환자를 찾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그렇다면 현재 찾아야 하는 한센병환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입국 전에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한센병 발생 제로화를 위해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지만 한센병환자가 줄어드는 만큼 정부 지원도 줄어들고 있어 협회의 고민이 크다.

특히 한센병환자 등록제도를 통해 한센병환자들에 대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 한센병환자들의 경우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려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협회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협회 한창언 사무총장은 “한센병환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협회 지원을 받는 대상자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협회에서 하고 있는 수많은 활동은 한센병환자 진료 외 신환자 발견을 위한 만성적 피부질환자 진료 등 여러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한센병환자의 고령화로 인해 이들을 케어하기 위한 요양병원도 마련해야 하지만 관련 예산이 없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예산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예산은 191억9,498만원으로, 이 중 국고보조금이 21억8,288만원, 지방비보조금이 56억,5,496만원, 자체수입이 113억5,714만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예산 중 국고보조금은 18억5,364만원으로 전년 대비 3억2,924만원이 줄었으며, 지방비보조금도 48억2,852만원으로 전년 대비 8억2,644만원이 줄었다.

이에 올해 자체 수입 추계를 119억6,767만원으로 전년 대비 6억1,052만원 크게 잡았음에도 총 예산은 186억4,983만원으로 전년 대비 5억4,515만원 줄어들었다.

이밖에 지난 2014년 11명에 달했던 공보의 배치가 올해부터 전면 중단됨에 따라 인력 활용에도 애를 먹고 있다.

한 총장은 “공보의 수를 전체적으로 줄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모집공고를 해도 의료진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료에 애로사항이 있다. 한센병환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은 국가에서 보살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강원도처럼 관리해야 하는 구역이 넓은 곳에 한명이라도 공보의를 배치해주면 한센병환자 진료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10년간 한센사업대상자는 해마다 줄어 지난 2007년 1만4,684명에서 2016년 1만403명으로 4,000명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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