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Final Exam: A Surgeon’s Reflections on Mortality의 저자인 닥터 폴린 첸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병원문화, 병원의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그녀는 회상하기를 90년대에 자신이 외과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병원은 변화에 대한 저항이 엄청났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The Hernia List”를 소개했다. 4쪽 분량의 헤르니아 수술 대기환자 목록으로 비공식적 문서였다. 수술 합병증 문제가 빈발해서 환자 한 명 한 명이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
우리는 체중계로 몸무게를 잰다. 그런데 우리의 몸은 몸무게를 어떻게 재는 것일까?신체가 체중을 조절하려고 한다면 우선 감지를 해야 할 것이다. 생리적 안정성, 항상성을 위해서 신체도 일정기간 유지되던 체중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줄어든 체중 만큼 늘리려고 할 것이고 늘어난 체중 만큼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일종의 신체 내에 체중계 같은 역할을 하는 센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센서가 활성화 되는 무슨 기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체중항상성 유지 함수에 시간이라는 변수가 어떤 식으로 입력이 되는 것인지는 미지수이
최근 뉴욕타임스에서는 미국의 접경국인 멕시코의 비만인구급증 문제를 다루었다. 1980년에 인구의 7%에 불과하던 비만인구가 2016년에는 20.6%로 세 배로 뛰었다. 지금 멕시코에서 주요 사망원인으로 올라온 당뇨가 연 8만의 목숨을 앗아갔다. 1980년대에 관세를 낮추고 외국 투자를 허용하기 시작해 1994년 캐나다와 미국과 함께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조인하면서 생긴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이 문제의 원인이 되었는데 그동안 별로 주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나프타에 반대한 사람들 중에도 멕시코 인
작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비정부공익단체들의 우려에도 불구, 식품성분표시 라벨에 설탕첨가(가당) 부분을 별도로 명시해야 한다는 FDA 2014년 제안이 최종 승인됐다. 그 후에는 소금 문제가 떠올랐다. 통상적인 영양권장은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고, 노인이나 고혈압 환자에서는 더 적게 섭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저나트륨식이가 심장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리뷰논문이 작년 Lancet에 실리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 논문은 고혈압과 나트륨소비추정치를 연관시켜 본 관찰연구논문들을 리뷰한 것이다. 주
미국의 스타급 암연구자인 닥터 카를로 크로체(Carlo Croce)가 과학적 부정행위(scientific misconduct) 고발 사례로 논란이 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로 2004년부터 재직 중인 그는 국립과학원의 멤버이기도 한데, 현재까지 책임연구자로서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만 8,6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찬란한 성공 이면에 논란도 많았는데, 오하이오 주 컬럼버스에 있는 그의 랩에서 벌어진 드라마가 세간에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연방정부와 주정부 자료, 내부고발자의 제보, 그리고 학술지와
‘혈압이 정치적일 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뉴욕타임스에 종종 기고하는 심장내과의사 샌딥 자우헐(Sandeep Jauhar)이 쓴 글의 제목이다. 심부전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그는 의대에서 학생들에게 신체의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에 대해 강의한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 심장은 빨리움직이려 하고 신장은 나트륨과 물을 담아두려고 한다. 혈압을 정상으로 돌이키려고 장기들이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또, 체온이 떨어지면 몸이 떨면서 열을 발생시키고 혈관은 수축해서 열을 보유한다. 이처럼 외부여건이 변화해도 신체가 일정
지난 8월 치과의사들이 권한다고 치실(floss)을 써봐도 구강건강에 딱히 좋을 게 없다는 근거가 나왔다는 글이 뉴욕타임스에 실렸었다. 2012년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에 실린 내용에 따른 보도였는데, 12건의 랜덤화임상시험(RCT) 결과를 메타분석해서 리뷰한 결과였다. 불소치약 칫솔질만 한 경우와 여기에 치실질(flossing, 플로씽)을 더 한 경우를 비교한 RCT 들이었고 결과는 1개월 후와 3개월 후에 치태의 양과 치은질환으로 보았다. 그런데 리뷰 결과 치은 출혈은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있지만 치태량의 감소에 대한 증거는 약하고 신뢰도가 적었다. 치태량의 감소 증거가 미약하니까 치태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는 것이고, 그러니까 치실질을 하지 않고 있다고 굳이 찜찜해할
“줄기세포치료를 생각하고 있다면, FDA 허가가 난 것인지, FDA가 규제하는 임상시험으로 하는 것인지 주치의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본인 몸에서 떼어낸 세포라도 조작을 했다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세포는 원래의 있던 위치에서 하던 생물학적 기능을 하지 않는 곳에 있으면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포는 환경이 달라지면 증식하거나 종양을 만들거나 딴 부위로 이동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외국에서 줄기세포치료를 받을 생각이라면 해당국가의 관련 규제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입증하는 임상연구를 하도록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요주의 대상입니다.” 미국 FDA 웹사이트 소비자의료정보란에는 이런 경고가 “FDA는 허가되지 않은 줄기세포의 위험에 미국 국민을 노출시키는 범법자를
캐나다 밴쿠버 시의 Downtown Eastside에는 Insite라는 ‘마약을 합법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소위 ‘supervised injection facility’이다. 하루 평균 800명의 중독환자가 자기 약을 들고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4시까지 세 번 방문한다. 간호사는 새 주사기를 주고, 환자는 개인 부스로 들어가서 약을 직접 주사한다. 간호사는 그저 주사기를 주고 지켜보기만 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중독치료에 도움을 준다. 이 사업의 발단은 1990년대 6년 사이에 약 1,000건의 과용량 사망이 시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시당국은 이를 보건응급상황(public health emergency)으로 선언했다. Insite의 성과로, 200
연간 교통사고 사망건수보다 마약과용량에 의한 사망건수가 많은 사태를 마약위기로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첫째, 진통제 처방에 대한 국가지침을 내놓았다. 둘째, 특정 마약성 진통제에 새로운 경고 라벨을 요구했다. 셋째, 과용량을 예방하고 약물의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한 시설 및 사업 예산을 추가로 요구했다. 지난 3월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진통제 처방에 대한 지침을, 수개월 간의 다자간 논의 끝에 발표했다. 지침에 의하면 통증 치료에 처음에는 이부프로펜과 아스피린을 사용하고, 단기통증에 대한 마약치료는 3일 동안, 그리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7일을 넘지 않도록 했다. WHO의 진통제 사다리와 비슷하다. 마약처방 중 절반이 마약투여에 대한 훈련이 미흡한 일차진료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는데, 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JAMA 특별기고를 통해 공화당의 표 없이 채택한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ACA로 약칭)의 결과를 요약하고 개선안을 제안했다. 1965년 존슨 대통령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도입 이후 가장 중요한 의료개혁인 ACA는 의료의 접근도와 구매가능성(affordability), 질(quality)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었다고 규정했다. 오바마는 오바마케어가 의료보험시장의 개혁과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국민의 의료접근도, 재정안정도 및 건강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요약했다. 의료보험 미가입자수가 2010년 4,900만에서 2015년에 2,900만으로 감소했지만, 오바마는 아직도 보험구매를 못하는 국민이 다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1940년대 곰팡이가 스스로를 보호하던 물질로 세균을 막아내는 항생제를 만들었지만 항생제 시대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포스트 항생제 시대(post-antibiotic era)란, 그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 되는 세균과 마주하는 시대다. 임질치료제인 3세대 세팔로스포린 제제, E. coli에 의한 요로감염의 경구치료제인 fluoroquinolones,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의 병원균인 Staphylococcus aureus의 치료제 등에 대한 내성이 문제이다. 최근 들어서는 superbug로 알려진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를 치료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급기야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 진입할 거라는 불안이 확
암이나 심장질환, 당뇨 등이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역학적 결과가 학계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지자체 보건당국의 정책초점도 바뀌고 있다. 지역 보건당국이 예전에는 콜레라나 결핵 등 감염성질환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이제 생활습관질병인 만성질환의 예방을 통한 기대수명의 증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후 뉴욕 시는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다고 평가받는데, 이런 시정운영은 건강에 나쁜 선택을 어렵게 하는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생활습관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개념에 따른 것이다. 2014년 여름에는 전 뉴욕시장인 블룸버그 시장이 주도한 가당탄산음료세금(soda tax) 부과안이 뉴욕주의 주법원에서 ‘규제권한의 과도한 행사’를 이유로 거부된 일이 있었다. 드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인공지능기술이 진일보했다. 체스보다 복잡하고 섬세한 바둑에서 사람을 상대로 이기는 것을 10년 뒤로 내다봤었는데, 작년 10월 유럽 바둑챔피언 Fan Hui를 5대 0으로 누르더니, 이번에는 이세돌을 이겼다. 게임 직전, 이세돌은 바둑에서 이기려면 직관력이 필요한데 컴퓨터가 그런 훈련을 받지 않았을 테니까 본인이 이길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이 알파고라는 게임소프트웨어가 이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놓고 벌인 토론이 실렸다. 알파고는 일종의 다목적 알고리듬에서 시작한 기술인데, 이 알고리듬은 시행착오를 거쳐 각종 게임을 마스터하게 하는 것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게임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인류가 만든 경이로운 물질이 플라스틱이다. 나무처럼 젖지 않고 유리나 철처럼 무겁지도 않고 무엇보다 내구성이 놀랍다. 교통수단의 무게를 줄여서 연료소비를 감축시키니 환경에 이로운 점도 없지 않은 이 물질, 플라스틱을 우리가 처분하는 방법이 큰 문제다. 플라스틱 문제는 쓰레기 문제다. 특히,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plastic pollution)은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가 당면한 문제라고 하는 과학자들도 많이 있을 정도이다. 1950년대에 등장해 60년대 이후로 생산과 소비가 급성장해 온 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현재 연 3억톤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한 번 쓰이고 버려진다. 이 중 절반은 매립된다. 몇 퍼센트는 재활용된다. 그리고 상당량의 종착지가 바다이다. 자이어(gyre)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앞으로 연구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환자분의 조직샘플을 저장해두려고 합니다. 어떤 연구에서 어떻게 쓰이게 될지 지금 당장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연구목적으로 환자분 의무기록을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는 취할 것입니다. 또 연구를 위해서 다시 연락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동의를 구해서 저장한 조직샘플만을 연구에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동의서 양식에는 그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상업적 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적고 생긴 이익에서 환자에게 보상은 어떻게 할지를 적도록 하는 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정부는 법개정을 앞두고 지난 6일까지 정부 웹사이트 공보를 통해 공청기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계획생육은 나라의 미래, 민족의 미래를 좌우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대사이며…4대 현대화 건설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구를 통제하고, 인구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불법임신을 한 사람들은 대충 넘어갈 수 있다는 요행 심리를 버리고…인민 대중의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설사 그대들이 지하 동굴, 밀림 숲에 숨어 있다 해도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여러 가지 수단으로 계획생육을 파괴하는 자는 당의 기율과 국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모옌의 소설 <개구리>(민음사, 2012)에 나오는 장면으로 확성기를 통해 중국 방방곡곡에 연일 울려 퍼지던 내용이라고 한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경제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계획생육’이라는 산아제한정책을 시작했다.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2007년 중국정부는 50여개국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중국전통의학에 대한 베이징선언 (Beijing Declaration o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초안을 만들고 전통중국의학을 생의학의 일부로 선언했다. 이것을 전제로 제반 상황을 보면 어떨까? 노벨상 위원회는 중국의학에 주는 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리커창 수상은 중국 과학과 중국 전통의약학이 받은 상이라고 했다. 본토출신 과학자 네 명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서구에서 쌓은 경력이 만든 성과였다.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중국의 교육과 과학이 만든 성과라고 중국정부가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근대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중국도 과학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게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인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말라리아 치료성분인 artemisinin의 발견으로 2012년 9월 투유유는 Lasker상을 받으면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퀴닌(quinine) 발견 이후 말라리아 치료의 큰 성과로 인정받은 것이었다. 미국과 싸우던 베트공 군인들을 도우려고 마오쩌둥(毛澤東)이 시작했던 사업의 성과에 ‘미국의 노벨상’이란 별명이 붙여진 상이 주어진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문화혁명이 시작된 이듬해인 1967년에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기 위한 연구프로젝트는 시작한 날을 따서 코드네임 Project 523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국은 우방인 북베트남 정글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군인이 많으니 도와달라는 절박한 요청을 받는다. 당시는 과학자를 포함해서 지식인들을 집단농장으로 보내는
[청년의사 신문 강명신] 의사를 키우는 교육과정에서 의료계의 다른 직역이 될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배우는 ‘직역간 통합교육(IPE, Interprofessional Education)’에 대한 연구는 꽤 축적돼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큰 사업으로 시범운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중심학습(PBL, Problem-Based Learning)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도입되고 시행된 지 오래 되었지만 간호학과 학생이나 사회복지학과 학생과 그룹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런 교육방식은 팀워크과 소통과 리더십의 증진은 물론이고, 넓게 보면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그리고 의료체계의 효율성 제고와 직결되는 일이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레지던트인 닥터 두루브 쿨라(Dhruv Kh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