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벚꽃 엔딩’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거라는 우려는 ‘대학 경영난’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문제는 이들 대학에 소속된 의과대학들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파행 운영’ 논란을 겪은 고신대다.고신대의 경영난은 수년 간 등록금 동결에 부진한 신입생 유치 실적이 원인으로 꼽혔다. 2023학년도 고신대 신입생 최종 등록률은 83.06%로 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대학본부에서 회계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 "폐허처럼 남은" 응급의료체계를 되살리고자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응급처치를 넘어 병상·인력부터 이송체계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 중이다.한국에서 문제가 된 '응급실 뺑뺑이'로 어려운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응급환자 돌려막기'라고 부른다. 정부는 '응급이송곤란'으로 분류한다. 환자 이송을 거부한 병원이 3곳을 넘어 30분 넘게 이송처를 못 찾은 경우다. 지난 1월에도 심근경색 환자가 수도권 병원 10곳을 돌다 숨졌다.이송곤란이 벌어지는 이유도 비슷하다. 빈 병상이 없고 전문 의
HIV 치료가 새로운 변모를 맞았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T)가 지난 4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HIV 질환은 만성질환화 됐다. HIV 감염인도 고혈압, 당뇨병 환자처럼 건강 관리하며 ART를 받으면 비감염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결국 얼마나 오랜 기간 ART를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오랜 기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내성 발생 없이 바이러스 억제가 꾸준히 유지돼야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길리어드가 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선진화가 진행되며 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이 최근 20년 새 각종 질병과 사망의 원인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역·국가 간 소득 격차와 상관없이 발병률과 사망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그러나 국가별로 천차만별인 사회경제적 여건과 보건의료시스템으로 인한 건강 격차가 벌어지며 아시아 지역의 심혈관 질환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계는 물론 산업계, 환자 단체, 학계 등 다학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러한 문제에 팔을 걷어 붙인 단체가 바로 '아시아태평양 심혈관질환 연맹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aldenstrom Macroglobulinemia, WM)은 아주 희귀한 혈액암이다. 발음조차 쉽지 않은 이 희귀혈액암의 이름은 지난 1944년 스웨덴 의사 잔 발덴스트롬(Jan Waldenstrom)이 세 명의 WM 환자 케이스를 처음 보고하면서 그의 이름이 병명 앞에 들어갔고, 면역글로불린 중 거대한(마크로, Macro) 면역글로불린 IgM(Immunoglobulin M)이 과잉 생산되는 WM의 특징이 더해져 완성됐다.다른 희귀혈액암처럼 WM의 치료환경은 최근까지 열악했다. 보험 급여 약 중 효과
'조상 찾기'처럼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여겨지던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 검사(DTC)가 의료 분야에서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처음 승인됐다.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건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 DTC 유전자검사역량 인증제가 도입된 후다. 이에 청년의사 자매지 'Korea Biomedical Review(KBR)' 마리안 창(Marianne Chang) 기자가 직접 DTC 검사를 해봤다. 기자가 이용한 서비스는 6개 분야에서 69개 항목을 검사하는 테라젠바이오 '
“이번 달만 빚이 7,000만원이다. 이렇게 3년을 지내왔다.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 죽고 싶을 정도다. 내가 왜 요양병원을 했을까.”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도 3년여 시간을 버텨 왔다는 한 요양병원장은 턱 밑까지 차오른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요양병원들이 이대로 문을 닫게 된다면 노인의료체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요양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요양병원 경영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감소세는 심상치 않다. 최근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재난' 시대다. 전 세계가 당면한 재난을 넘어설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지금까지 사회를 떠받친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재난 시대를 헤쳐나갈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성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의료질향상연맹(ISQua) 제39차 세계 총회도 이 기후 재난 시대를 지나는 의료계 고민을 다룬다."기후가 변하면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다. 의료 현장은 지금껏 보지 못한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맞이하고 있다. 근거를
최근 정부를 향한 의료안전망 기금 조성 요구가 뜨겁다. 별도 기금을 조성해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지원하자는 것으로 환자단체, 의료계 등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실현 여부에 이목이 모인다.환자단체, “의료 불평등해소 위해 기금 조성 필요해”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대한암협회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나날이 발전하는 혁신의료를 보장하기 위해선 건강보험과 별개 의료비 지원인 의료안전망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의료안전망 기금 조성은 2010년 이후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으로, 별도 기금을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올인’해 온 지방의료원들이 그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지원이 끊긴 지 오래지만 진료 실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지방의료원을 찾는 환자가 급격히 준 탓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보느라 다른 병원으로 보낸 일반 환자들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이는 지방의료원 경영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년의사가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손익계산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방의료원들은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급되는 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을 기다리는 의료계에 또 하나의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 기일이 오는 18일로 잡혔다. 24일 예정된 초음파 기기 선고와 불과 일주일 차다.이 사건 선고는 7년 만이다. 지난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 A씨를 자격정지한 보건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복지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복지부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했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사한 감사실 청렴감찰부 ‘나청렴’ 주임. 올해 2년차인 나 주임은 감사실에서도 ‘열일’하기로 소문난 사원이다. 열일만 하랴. ‘빠르고 정확한’ 업무 처리에 선배들에게는 언제든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후배다. 올해는 심평원 직원들의 외부강의 신고 적정성을 검증하고 복무 점검 자동화 업무도 맡았다.나 주임은 지난해 심평원의 ‘특별채용’으로 등용됐다. 심평원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쏟던 시간을 줄여 업무환경을 효율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필요 직군을 모집했다. 이런 이유로 채용된
4년 전만 해도 니우샤 샤릴루(Niusha Shariloo) 씨는 한국어를 공부하러 온 유학생이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어린이암병원에서 일했지만 암 치료는 막연한 분야였다.그러나 "운명은 이 앞에 전혀 새로운 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던 이란인 유학생은 어느샌가 '한국 유방암 데이터' 분석에 골몰했다. 스웨덴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석학 앞에서 한국의 유방암 치료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47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로 다른 이들의 한국 유학을 돕기도 했다.지난 26일 청년의사 자매지 'Korea Biomed
“도대체 어쩌란 거냐.”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코로나19 수가 지급을 중단하고 급여로 검사받을 수 있는 대상도 대폭 축소하기로 하자 의료 현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일반의료체계로 흡수해 진료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오히려 코로나19 환자를 방치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수가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격리실 입원료와 통합격리관리료는 오는 8월까지만 유지되고 요양병원 격리실 입원료 적용도 중단된다. 코로나19 격리입원 진료 시 산
하루 14시간 이상 오직 한 가지 일만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일을 하면 1년에 단 사흘밖에 쉬지 못한다. 제대로 잘 수도 먹을 수도 없고 아파도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고 피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 이들의 이름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보호자'다.지난 2020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자 사회는 경악했다. "2020년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냐"는 탄식이 나왔다.조사에 참여한 보호자 82.9%가 1년에 단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의료 현장이 긴장하고 있다. 언제든 발행할 수 있는 원내 감염 확산 때문이다. 사회는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의료 현장을 그렇지 못하다.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5일 3만870명으로 3만명대를 돌파하더니 주말 이후 4만명대로 급증했다. 4만명대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월 17일(4만169명) 이후 처음이다.지난 18일부터 신규 확진자는 4만1,995명→4만7,029명→4만861명→4만904명→4만2,500명→4만1,590명으로 4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간(7월 18~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위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A의료법인 이사장이 대법원까지 온 끝에 무죄 취지 선고를 받았다.1심과 2심(원심) 모두 유죄 선고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긴 어렵다. 게다가 A의료법인 사례는 그동안 다른 의료법인을 사무장병원으로 기소·처벌해 온 근거였다. 이런 '중요 사건'을 맡아 낮은 확률을 넘어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이끌어낸 데는 법무법인 반우 역할이 컸다.
법적 문제를 이유로 보호자 없이 혼자 온 14세 미만 환자를 진료하지 않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정당한 진료 거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보호자 없이 온 미성년자 환자를 진료했다가 또다른 민원이나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어 꺼리는 분위기다(관련 기사: 혼자 온 9세 아이 돌려보내자 ‘진료거부’ 민원 건 보호자).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근무 중이라 자녀만 병원에 보냈다가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작성자는 "병원에서는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를 볼 수
유전성 망막질환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시각 손실과 실명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현재까지 300개 이상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졌지만 대부분 치료법이 없어 증상 완화를 위한 보존적 치료만 가능한 상황이다.최근에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특정 유전자로 인한 유전성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이 하나둘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9월 'RPE65 유전자 변이'에 의한 망막질환 치료에 최초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진네파보벡)'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도입됐다.하지만 럭스터나는 고가
진단도 치료도 까다로운 심부전. 최근 이러한 심부전 치료에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SGLT-2억제제다.특히 2형 당뇨병 치료에만 적응증이 있었던 SGLT-2억제제가 만성심부전으로 적응증이 확대된 데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관련 대규모 연구들이 한몫을 했다.먼저 2형 당뇨병환자 대상 대규모 연구인 ‘EMPA-REG OUTCOME’ 연구를 통해 SGLT-2억제제가 2형 당뇨병뿐만 아니라 만성심부전과 콩팥 영역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후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