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만 문제가 아니다. 학생을 뽑은 다음도 문제다. 지금 의학 교육 현장은 늘어난 학생까지 어엿한 의사로 키워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강의하고 실습할 공간과 자재는 물론 교수조차 부족하다.의학 교육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학생을 밀어 넣는다고 능사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다. 교육 인프라 부족은 교육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헌신할 의사를 키우겠다고 하지만 자칫 의사 양성 기반 자체를 해칠 수도 있다.청년의사는 최근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을 의학 교육 차원에서 살펴봤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
오진으로 환자가 숨졌단 이유로 기소된 외과 의사가 법정 구속됐다. 이례적 판결에 외과계는 충격에 빠졌다(관련 기사: 환자 사망 '오진' 책임 외과의사 구속…"누가 수술하겠나"). 검찰은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했고 의사는 과실은 없었다며 맞섰다. 유가족은 의사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5년 전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인천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는 외과 전문의로 41세다.사망한 환자 B씨는 지난 2018년 6월 11
의사 출신 경제학자인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가 최근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란 저서를 발표했다.〈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 정책을 수많은 연구와 통계를 근반으로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학자가 바라 본 의료 취약지의 의사 부족 문제,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 공공의대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등도 짚었다.최근 청년의사와 만난 김현철 교수는 “의료인이 근거를 기반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처럼 경제학에서는 어떻게 근거 기반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소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가 ‘사법 리스크’다.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로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다반사다.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아도 ‘죄인’으로 낙인찍힌 뒤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그랬다.형사뿐 아니라 민사 소송도 이어진다. 의료 현장에서 10억원대 손해배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일수록 수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법적 부담 완화 조치를 담기도 했다(관련 기사: 政,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의료 강화…
국회의원으로 8년을 지내고 돌아온 의료 현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아픈 곳이 발견될 때마다 “일회용 반창고만 붙여 놨던” 의료시스템은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바이탈(Vital)을 다루는 과뿐만 기피하는 게 아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는 의사 자체가 줄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큰 중증 환자들이 많은 대학병원도 ‘기피 대상’이 됐다.박인숙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정치가 한국 의료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모든 문제를
“한국의료, 지금 막장이다.”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경고가 흘러나온다. 의료전달체계 부재로 인한 의료생태계 붕괴가 그 원인이다. 경증과 중증 너나 할 것 없이 몰려 온 환자들로 몸집을 불려온 대학병원들은 낮은 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박리다매 구조로 버텨왔고, 지금도 간신히 버텨 내고 있다. 이처럼 인력을 갈아 넣어 완성한 ‘K-의료’가 벼랑 끝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가 처한 상황을 두고 “막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동네의원보다 대학병원이 먼저 붕괴할 것”이라고
'헌신하는 의사'의 대명사로 알려진 알베르트 슈바이처와 같은 의사가 되겠다며 의대에 들어가는 의사들은 많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의사는 드물다.지난 1971년 중앙의대에 입학했던 한 의대생도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왔다. '원주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의사 곽병은'이다. 그는 부부의원과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밝음의원을 운영하기도 했다.의대생 시절부터 봉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지난 1984년 강원도 국군원주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며 원주시와 인연을 맺었고 그곳에 정착했다.이후 행보는
"인기과와 기피과로 지원율 따질 때가 아니다. 모든 과에서 똑같은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젊은 의사는 더 이상 교수도 전문의도 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완전히 일반적인 현상이다."명예의 상징이던 대학병원 교수가 '기피 직업'이 됐다. 비단 인기과와 기피과를 가리지 않는다. 모든 과가 가르칠 사람도 배울 사람도 없다고 호소한다. 대학병원은 후학 양성은 물론 당장 진료과 운영도 장담 못 하는 형편이다.이에 대해 한국의학교육학회 총무이사인 인제대 일산백병원 윤보영 교수(류마티스내과)는 지난 8월 29일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토론회에서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JCI) 인증. 이를 바라보는 국내 의료기관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 한 때는 ‘JCI 인증’이 유행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너도 나도’ 인증대열에 합류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시들하다. JCI 인증을 두고 ‘옛 이야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JCI는 미국 의료기관의 의료 수준을 평가하는 비영리법인 ‘The Joint Commission’이 지난 1994년 세운 국제기구로, 엄격한 국제
의료 분야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나 간호사도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의 자살 위험이 다른 직종보다 높았다.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New York State Psychiatric Institute) 마크 올프슨(Mark Olfson)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지역사회 조사를 기반으로 184만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6일
평일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지만 주말에는 가운을 벗고 자유로운 ‘댄서’로 변신하는 의사가 있다. 바로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이병철 교수다.이병철 교수가 처음 춤을 접한 것은 10년 전 한 부부 동반 모임에서 단체로 댄스 스포츠 학원에 등록하면서부터란다. 첫 수업부터 춤의 매력을 느낀 이 교수는 동반 모임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재수강을 신청했다.학원에서 늘 같은 교습생들과 한정된 음악으로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한계를 느꼈다고. 그런 목마름 속에 발견한 게 바로 동호회 위주로 진행되는 '소셜댄스', 그 중에서도 웨스트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의료 살리기'란 명목 하에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충청북도 또한 지역 의료 활성화를 역설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들의 요구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지역 의대 신설이 아닌 지역 내 충북의대와 건국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 19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내 의대 정원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최소 108명 이상 정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증원하는 의대 정원은 지역 출신 인재를 우선 선발하고 현
세계보건기구(WHO)가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천명하며 2030년까지 전세계 B형 및 C형 간염의 신규 감염을 90% 줄이고,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한 사망을 65%까지 감소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초로 이를 위한 로드맵을 공식 발표해 주목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로드맵에는 대한간학회가 10년 가까이 주장해 온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검진 도입 등도 포함됐다.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은 현재 보건복지부 국가건강검진위원회 검토를 앞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질병청이 발표한 바이러스성 간염 관리
의료는 드라마 단골 소재다. 외과 의사는 대개 주인공이다. 의료진 헌신과 생사의 아픔을 그릴 때 카메라는 곧잘 수술방을 비춘다.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고 외과 의사는 주인공이 아니다. 의사가 헌신해도 피할 수 없는 '생사의 아픔'은 소송으로 돌아온다. 전문의로서 내린 의학적 판단이 재판부 시각에 따라 중범죄가 되기도 한다.지난 10일 대한외과의사회는 기자간담회에서 "외과계가 멸종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의는 수술을 포기하고 외과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는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필수의료과' 문제에 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
고령인구 증가로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재활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재택 재활운동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술 후 재발을 막고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재활운동이지만 의료진 없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하고 운동 효율을 높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이처럼 ‘미충족 의료’ 영역을 인공지능(AI) 사물인식 기술로 풀어낸 기업이 있다. AI 재활운동 코칭 솔루션 ‘엑서사이트 케어(EXERCITE Care)’를 개발한 ‘아이픽셀’이다. 아이픽셀은 ‘생애 전주기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한국 병원 14곳이 ‘세계 최고 스마트병원’으로 꼽혔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한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병원으로 3년 연속 선정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병원은 미국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이었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와 함께 28개국에서 스마트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병원 330곳을 선정해 ‘2024년 세계 최고 스마트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s 2024)’으로 최근 발표했다. 세계 최고 스마트병원 평가는 올해가 세
한국 대학병원들이 강세를 보이는 임상 분야는 내분비내과, 소아청소년과, 호흡기내과, 정형외과, 비뇨의학과, 신경과였다. 특히 이 분야에서 ‘빅5병원’은 상위권을 차지했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와 함께 선정한 ‘2024년 전문 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Specialized Hospitals 2024)’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평가에는 30개국에서 의사 등 의료 전문가 수만명이 참여했다.올해는 산부인과를 추가해 총 12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뒤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이 있었다. 기소된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기를 '진료 보조수단'으로 사용했고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도 없다고 본 것이다.청년의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한의사 A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모델명: BGM-6)로 환자 골밀도 측정과 예상 추정 키를 산출하는 등 기기를 진료 목적에 사용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한의사 A씨 측은 골밀도 측정기가 자동으로 산출한
고신대 경영난 소식에 의료계는 서남의대 사태를 떠올렸다. 본교 경영난은 의대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서남의대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신대도 본교 자체가 경영난에 빠지자 의대 운영비가 지급 되지 않았다(관련 기사: 운영비 미지급에 교수 임금 체불까지…고신의대 '파행 운영' 논란).하지만 양상은 서남대와 다르다. 서남대는 이사장 교비 횡령 사건이 결정적이었지만 고신대 경영난은 재학생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다. 신입생 모집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한두 곳이 아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