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추진으로 인한 대형병원의 기능 마비가 한달째 지속되고 있다.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마저 떠나버린 진료 현장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와 교수들이 밤낮 없이 일하고 있는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는 의미다.대형병원이 한순간에 기능을 잃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국민들은 한국의 의료 체계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것이다.정부는 아마 전문의와 교수진을 갈아넣어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현 대형병원의 진료 현장을 지켜보며 속으로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
2003년 초겨울 어느 날 미국 뉴저지주 시청 앞에 산모들이 모여들었다.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모두 “Save Ours Doctors(우리들의 의사를 보호하소서)”라는 조그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도대체 왜 산모들이 이런 시위를 하게 된 것일까. 산모들의 출산을 도와줄 산부인과 의사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산부인과는 출산에 반드시 필요한 의료분야이지만, 의료사고 발생률도 매우 높은 분야다.당시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에서 조사한 결과, 산부인과 의사 중 76.5%가 의료사고로 인한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3)에선 전세계 혈액학 전문가들의 최대 학술 행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혈액질환과 관련된 최신의 치료법들이 대거 발표됐다. 그 중에서도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분야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 관련 내용이었다.CML은 2001년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이 탄생한 이래 4세대 약제까지 개발되며 화학요법과 이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평생 복용해야 할 것 같던 약으로부터도 해방될 가능성까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이 추진됐던 지난 2020년, 의사 단체행동은 전공의들이 주도했다. 여기에 의대생들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전공의들이 대정부 투쟁 문을 열고 대한의사협회가 닫았다.이번에도 전공의가 앞장서고 의대생들이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범의료계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파업까지 고려한 대정부 투쟁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이어 12월에는 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투쟁 전략’이라며 한 달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협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연이어 규제기관 행정처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셀트리온과 더불어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움과 우려가 나오는 행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터루킨(IL)-12, 23 억제제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인 ‘SB17’ 3상 임상시험(SB17-3001)에 대해 1.5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이는 약사법을 위반한 데 따른 것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식약처장의 변경승인을 받지 않고 승인받은 ‘사용(유효)기간’을 변경해 임상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와 ‘1대 1’ 논의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 위원을 전면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의대 정원 관련 논의에서 의료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틀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하지만 의협의 이같은 결정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의원들 모두 ‘의협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의협 의료현안협의체 위원 교체에 대한 복지부 공식 입장은 없지만,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논의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위원이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
한국MSD가 최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13개 적응증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 확대를 일괄 신청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타격도 문제이지만, 이처럼 다양한 적응증에서 동시에 의학적 타당성과 임상적 수요, 비용 효과 및 재정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심평원은 지난 10월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해 13개 적응증에 대한 동시 검토가 아닌 적응증별로 순차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하나의 약제가 다수
정치권에 모처럼 훈김이 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을 환영하고 나섰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가 정책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용단(?)'을 내린 덕분이다.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성주 수석부의장은 지난 17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역대 정권이 눈치만 보다 손 못 댄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길 바란다"며 덕담도 건넸다. 정 의원은 친이재명계 인사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도 대선에서 의대 정원 증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실명으로까지 이어지는 희귀질환인 시신경척수염범위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이하 NMOSD). NMOSD는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염증질환으로 임상적으로 시신경염, 척수염 및 맨아래구역증후군 등이 '재발' 경과를 보이며 발현한다.특히 NMOSD는 한 번의 재발로도 심한 신경학적 결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재발 방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NMOSD의 치료는 크게 재발 시 신경계기능의 회복을 돕는 급성기 치료와 근본적으로 재발을 막는 장
의과대학 정원 3,058명 중 1,953명을 모집한 2024학년도 수시 모집이 최근 끝났다. 평균 경쟁률은 33.72대 1로 지난해 33.30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그중 인하의대의 논술전형 경쟁률은 무려 660.75대 1로 8명을 뽑는 자리에 5,286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던 648.33대 1을 넘어선 수치다.이처럼 최근 의대 진학에 대한 관심은 ‘의대 쏠림’을 넘어 ‘의대 광풍’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심지어 ‘SKY’ 진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기도 하고,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영재학
해외에서 보는 한국 의료는 ‘우수’하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와 함께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 최고 병원에 많은 병원이 이름을 올린 나라 중 하나다. 내분비내과, 종양학, 비뇨의학, 소화기내과 등 임상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세계 TOP10 안에 드는 한국 병원들도 있다. 뉴스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s 2024)’을 발표하면서 미국 메이오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상황을 반영하듯 사회 각계에서 ‘간병국가책임제’에 대한 요구와 목소리가 크고 높다.최근 간병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간병살인’, ‘간병학대’라는 말이 등장하며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간병국가책임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지금은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맞붙은 지난 대선에서도 간병문제 해결은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윤석열 후보는 ▲간병보험제도 제도화 및 표준
“의사들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먹거리 찾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이 필수의료 공백과 응급의료전달체계 붕괴 원인을 ‘의사 탓’으로 돌리며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의사 역할을 확대하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재건할 수 있다”고 했다.31일 ‘한의사의 필수의료 참여와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한의협은 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한의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이미 배출된 의료인인 한의사를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의 발언도 그런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은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다. 의사 집단과 한의사 집단을 표현할 때 통상 의료계와 한의계로 구분해 사용한다.그런데 한의사들은 자신들을 한의계라고 하고 의사들을 의료계라고 하는 표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한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한의사협회는 굳이 의사 집단을 의료계가 아닌 '양의계'로 불러야 한다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의사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사단체인 미래의료포럼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분 짓자며 ‘현대의료계’와 ‘고전한방계’로 부르고 건강보험도 ‘현대의료보험’과 ‘고전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4년 회계연도 허가심사수수료(User fee) 인상을 결정했다. FDA는 지난 7월 28일 신약(전문의약품),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허가심사수수료를 확정해 발표했는데, 이 중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했다. FDA는 오는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해당 금액을 적용할 예정이다.특히 신약 허가심사수수료가 사상 처음으로 400만달러를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2024년 신약 허가심사수수료는 404만8,695달러(약 54억원)로, 전년 대비 24.9%나 상승했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앞장 서 온 의료인들이나 병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병상을 비우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해온 공공병원들은 직원에게 줄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정부가 주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은 끊겼지만 진료실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보낸 환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써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국내에서 4기 환자의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은 게 2018년 12월이다. 타그리소를 보유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허가 직후인 2019년 1월부터 환자지원프로그램(EAP)을 운영해 1차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약제비 지원을 지속해 왔다. 연간 최소 500~600명의 환자들이 1차 치료에 타그리소 약제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타그리소 약제비 지원은 2023년 현재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그 사이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
보건복지부가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모델을 공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재진환자가 주 대상이며 약계가 반발하는 약 배달은 제외됐다.하지만 복지부가 공개한 시범사업 모델을 놓고 벌써부터 많은 우려가 나온다. 모델 자체에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우선 만성질환자는 1회 대면진료 후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1회 대면진료 후 30일 이내까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기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때문에 대면진료 후 비대면 진료 허용 기간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이다. 서로 손발을 맞추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이들이 ‘간호법’ 등장 이후 병원 밖에서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그 중심엔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있다.현재 간협 홈페이지에는 ‘의사가 아니라 장례전문가, 낙선운동지도사, 약자 코스프레 전문가, 파업지도사, 무관심 지도사, 연기 지도사로 부르자’는 문구가 캠페인처럼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국민 여러분, 의사 집단이기주의에 회초리를 들어
설 연휴였던 지난 1월 22일, 우연히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다 ‘오늘 의료봉사 중. 너도 그냥 와도 돼’라는 말 한마디에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라파엘 클리닉에 방문했다. 설 연휴에도 봉사하는 곳이 있다니…그 자체로 그곳이 궁금했다.방문한 라파엘 클리닉은 생각보다 크고 봉사자도, 환자도 많았다. 그날만 100명이 라파엘 클리닉에서 진료받았다. 흉통이 발생해 심전도를 찍으러 온 환자도 있었고, 꾸준히 먹는 고혈압약을 처방받으러 오는 환자들도 있었다.“여기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그냥 환자를 위해 온 거야?”라고 묻자 친구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