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우리나라 의료 붕괴를 수습할 해법도 책임자도 안 보인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료개혁안이 그야말로 필수의료를 끝장내고 있다. 의대생 전체가 진급을 포기했고, 전공의가 대부분 사직을 해서 향후 6년간 배출할 신규 전문의도, 군의관도, 공보의도 없어진다. 이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대 교수나 수련병원은 자연히 없어져야 할 존재들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는 향후 10년 내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적 수준이라던 K-의료와 K 바이오 산업의 종말을 고하고,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는 망국적인 수준으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밝힌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이다. 윤 대통령 입장을 전한 이관섭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들은 일괄사의를 표했다.한덕수 총리도 윤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의 인적 쇄신 대상은 대통령실을 넘어 일부 부처 장관들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장군감입니다.” 혹은 “엄마를 많이 닮았네요.”태아 성별을 궁금해 하는 부모에게 추측이 가능한 이같은 간접적인 정보만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의사가 부모에게 태아 성별을 직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게 됐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태아 성별을 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은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을 당시 성별로 인한 임신중절을 막기 위해 지난 1987년 처음 입법됐다. 이에 의료인이 32주 전 태아 성
필자는 ‘의학과 문학’이라는 수업을 통해 ‘더 좋은 의사’가 되는 길에 대해 의대생들과 대화하고 고민해 왔다. 의학지식과 기술을 배우기에도 빠듯한 학생들에게 ‘의학과 문학’이라는 사치스러운 수업이 왜 필요한 걸까?이에 대한 답은, 질병 진단과 치료에만 천착하지 않고, 의사를 찾아온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이해하자, 그렇게 해서 질병이 아닌 ‘사람을 돌보는 의사’가 되고자 함이었다. 우리는 까뮈의 〈페스트〉를 읽었고, 솔제니친의 〈암병동〉을 읽으며 질병의 고통과 ‘환자됨’의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자 노력했다.지
80대 노인은 조용히 만사를 참아야 오래 산다는데, 수양이 부족하여 몇 줄 씁니다.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때입니다. YS정부는 1996년 11월에 YS정부의 9번째 의대설립을 임시 인가하고, 다음해인 1997년 말에 정식 인가 합니다. 의협은 1997년 가을에 전국의 신설의대의 의학교육 실태를 알고 싶었습니다. 임상교수인 2명의 학술이사 중 1명(번갈아), 그리고 기획이사(예방의학), 의협 사무총장 등 3명이 9개 신설의대에 사전 통보하고, 1회에 2개교씩 비공식 방문을 하기로 합니다. 새벽에 의협에 모여 떠났다가 한밤중에 돌아오는
J 교수님께.우선 저의 의견을 듣고 이렇게 글을 써주시니 큰 관심에 감사드립니다.먼저, 제가 사직은 지금 불가능하고, 내년 2월에 가능하다고 한 의견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대학 업무 1년의 시작은 보통 3월이지만 우리 의대는 빠르면 1월 또는 2월입니다. 처음 1월에 업무를 맡았다면 본인이 그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는 특별한 상황 외에는 1년의 업무를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등과 같이 중간에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나쁜 상황이 된 경우 외에는, 사직을 하려면 최소한 업무를 정리하고 인계할 사람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추진으로 인한 대형병원의 기능 마비가 한달째 지속되고 있다.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마저 떠나버린 진료 현장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와 교수들이 밤낮 없이 일하고 있는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는 의미다.대형병원이 한순간에 기능을 잃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국민들은 한국의 의료 체계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것이다.정부는 아마 전문의와 교수진을 갈아넣어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현 대형병원의 진료 현장을 지켜보며 속으로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
어제 우리 대학 교수비대위 총회에서 “저는 사직서 제출은 못 할 것 같습니다. 현재 항암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들 때문에요...”라는 교수님 말씀에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아는 분이 별로 없으시지만, 사실 저는 국내 유일한 ‘파업 박사’입니다.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파업의 윤리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거든요. 당시에도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 ‘생명을 다루는 소방관과 의사가 파업을 한 사례는 없다’... 등등 의사파업의 비윤리성을 성토하는 목소리들이 가득했습니다.이런 비난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속절없이 무너졌지요. 사태가
골관절염이란 몸의 하중이 가해지는 관절 연골에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연골이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이다. 나중에 연골이 전부 탈락되면 연골 밑의 골이 노출되고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골과 골이 맞부딪친다. 이때 통증이 발생하고 주변 활막과 인대에까지 염증이 유발되는데, 손가락관절·척추·고관절·무릎관절에서 흔히 나타난다.골관절염의 여러 가지 원인골관절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이다. 나이 들어가면 연골에서 물을 잡아매는 프로테오글라이칸이란 물질 생성이 줄어 연골에 수분이 줄어들면서 탄성도 함께 준다. 그러면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연골세
교수님, 제발 사직'만' 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이직을 해 주십시오.의료계는 언론을 이용해 정부가 설계한 덫에 걸린 형국이다. 수련을 포기하고자 사직서를 내니 집단행동이라며 파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나자 '의사 집단행동'이라면서 의사가 환자를 버렸고 모든 의사가 집단 이기주의를 추구한다고 치부한다.지금도 전공의 없는 수련병원은 교수와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촉탁 전문의가 초과근무 하며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이동한 환자들은 종합병원과 병원으로 분산됐다. 정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의료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님께김성주 회장님, 가장 힘든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모임 7개를 대표해 중증환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회장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매일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분들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전공의들과 교수들의 사직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글을 씁니다.대학병원 교수들은 의대생과 전공의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을 업으로 합니다. 환자 진료는 겸직입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좋은 의사, 전문의로 키워내는 게 교수들의 존재 이유입니다. 저는 35년 의사로서 살았고, 2
1년의 수련이 마무리되는 2월의 어느 날, 전공의들은 더 이상 수련을 받지 않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길을 포기했다.정부는 언론 매체들을 동원해 집단 사직, 파업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과거에 있어왔던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이미 4년 전 같은 소동을 겪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일까? 이전까지는 그 어떤 집단행동에서도 시작부터 자신이 일하던 병원을 그만 두겠다고 사직서를 제출한 적은 없었다.게다가 이번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은 어느 집행부나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의료기관의 비율이 90%를 넘어 기형적이다. 시장이 공공을 압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이 존재하지만 정책당국은 시장실패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얼마 되지 않은 공공병원들 조차 민간병원과 같은 조건에서 환자유치 경쟁을 하느라 과잉검진-과잉진단을 일삼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등 대표적인 공공 병원들이 검진센터를 운영한다는 것 그 자체가 기형적이지만, 더 기가 막히는 일은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크므로 하지 말아야 할 검사들을 검진항
2003년 초겨울 어느 날 미국 뉴저지주 시청 앞에 산모들이 모여들었다.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모두 “Save Ours Doctors(우리들의 의사를 보호하소서)”라는 조그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도대체 왜 산모들이 이런 시위를 하게 된 것일까. 산모들의 출산을 도와줄 산부인과 의사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산부인과는 출산에 반드시 필요한 의료분야이지만, 의료사고 발생률도 매우 높은 분야다.당시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에서 조사한 결과, 산부인과 의사 중 76.5%가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 영역에서 인공지능(AI) 역할이 커지고 있다. AI를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글(Goog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의료 AI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실제 의료 분야로까지 적용되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의료진의 역할은 여전히 주요할 전망이다.현재 AI는 주로 의료진을 보조하기 위해 쓰인다. 특히 영상의학 분야에서 혁신의료기술이 다수 인정됐는데, AI를 이용해 질병을 발견하고 분류하며 측정하는 소프트웨어가 주를 이룬다. 이는 영상의학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 진단의 신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말에 의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필수의료를 살릴 법안은 없고 오히려 의사들을 억압하는 악법들이 이어지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결국 포기와 분노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의료계를 망가뜨릴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어이없는 정책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부 입장에서는 2020년의 4대악법 기습통과 시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의
국제적으로 의사 집단의 파업은 20세기 초부터 시작해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의사 파업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활발한 모습이다.프랑스는 파업의 일상화로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의 파업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의사 직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사 노조를 갖고 있다. 작년에도 의사들이 가운을 입은 채 파리시내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 미래의사회("Médecins pour Demain":Doctors for Tomorrow)는 초진료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2023년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파업을 진행
윤석열 정부는 정의로움이나 진실과 같은 관념적 문제는 개나 물어가라고 던져버리고,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군중의 눈을 가리고, 그동안 열악한 여건에서도 대한민국 의료에 매진했던 대다수 의사에게 모욕감과 열패감을 안겨주었다.기존의 고식적인 투쟁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번 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사항에 대한 전면적 투쟁을, 그들이 예상하고 있거나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필패이다. 지금이 의료계에 주워진 단 한 번 역전의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 급히 서둘며 총파업의 카드를 꺼내 들지
정부가 북미나 유럽을 예로 들면서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기타 직역에도 보톡스·필러 같은 미용 시술을 허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북미나 유럽인들은 보톡스·필러를 주로 잔주름 개선 목적으로 매우 얕게, 아주 소량만 주입하고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피부관리실처럼 시술한다.반면에 한국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인들은 필러를 거의 수술 대용으로 시술받고 있다. 한국인들은 코 높이기, 이마 높이기, 턱 돌출시키기, 앞광대 눈밑 함몰을 돌출시키기 등 거의 얼굴 윤곽 수술이나 코 수술, 보형물 수술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필러 시술을 받고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3)에선 전세계 혈액학 전문가들의 최대 학술 행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혈액질환과 관련된 최신의 치료법들이 대거 발표됐다. 그 중에서도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분야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 관련 내용이었다.CML은 2001년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이 탄생한 이래 4세대 약제까지 개발되며 화학요법과 이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평생 복용해야 할 것 같던 약으로부터도 해방될 가능성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