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2009. 2. 17.자 동아일보 사회면에 ‘연세대 의대 수석졸업생, 서울대 로스쿨 진학’이라는 기사가 떴다. 내용은 모 의대생이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였음에도, 차비가 없어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이나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보고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사회의 병리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인턴 지원을 포기하고 로스쿨에 지원한다는 얘기다. 기사의 주인공은 자신이 의대를 졸업하기는 하였으나, 나중에 의료소송 전문변호사가 되기보다는 의·과학과 관련된 인권문제에 관심이 있어 그쪽 방향의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상의사가 아닌 사회적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법학을 선택하였다고도 했다. 위 기사를 접하면서 필자도 법대에 진학하고 고시공부를 할 때의 사회적 포부가 다시금 생각나기도 하였다.

어쨌든 위 기사의 주인공은 나중에 의료소송 전문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의대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로스쿨 졸업 후 어떤 진로를 선택하게 될지는 쉬 단언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왜냐하면 현재에도 의대 출신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으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였거나 혹은 전문의까지는 취득하지 않은 경우일지라도 이들은 대개 의료소송 전문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의사 출신들이 변호사로서 활동함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의료소송 전문으로 활동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것은 반대로 의대출신들에게 일정한 한계를 지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위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이 의료소송 전문이 아닌 의·과학과 관련된 인권문제 쪽으로 진로를 정하겠다고 하니 로스쿨 졸업 후의 행보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로스쿨 입학을 다시 한 번 축하해 마지않는다.

필자가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를 꿈꾸는 사람들에 한정되는 얘기이며, 그 중에서도 청년의사 주 독자들인 의료인들에 대한 조언이다. 즉, 위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과는 달리 의대출신이거나 의사출신으로서 향후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가 된 뒤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로서 활동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조언이란 뜻이다.

의사 출신 변호사 증가 바람직

로스쿨이 2009. 3.에 개원하였고, 전국 20여개 로스쿨 합격생 중 의대출신이거나 의사출신이 상당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대개 로스쿨 수료 후 의료소송 전문변호사가 되려 할 것이다. 로스쿨의 설립목적이 각각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이 변호사가 됨으로써 전문분야의 법률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도 포함되어 있음을 볼 때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한 변호사 수의 증가에 따라 변호사들의 직역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고, 변호사 내부에서도 특별한 분야에서 특별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현실임을 감안해 볼 때 가장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는 의료소송 분야에 의사들이 들어온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생각에서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의료소송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고, 개업 이후에도 10여년 이상을 줄곧 한 우물만을 판 덕에 이제는 제법 의료소송에 대하여 명함을 내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의 느낌은 일이 몹시 힘들다는 것과 생각만큼 경제적 수입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선 일이 힘들다는 점은 필자가 의사출신이 아니다 보니 진료기록을 보는 자체부터 막대한 시간과 정력이 요구된다는 것과 신체감정, 진료기록감정 등을 하다 보니 소송기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의사들이 진료기록감정 등을 늦게 해주는 관행 아닌 관행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원고(즉 의료사고 피해자)를 대리하게 되면 의학적 지식의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일의 고단함에서 오는 약간의 회의가 들기도 한다.

또한 의료소송의 피해자들은 대개 어려운 사람들인 것 같다. 왜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만이 사고를 당하는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생활이 몹시 어려운 사람들, 아주 큰 의료사고를 당하여 중대한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 혹은 아예 사망한 사람들이 피해자이다 보니 이들을 상대로 많은 수임료를 요구할 수도 없고, 양심상 그렇게도 하지 못하므로 실제로 소송에서 승소하여도 많은 성공보수금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생각만큼 경제적 수입이 많지 않다는 점도 사무실을 유지하여야 하는 변호사로서는 고민 아닌 고민이 된다. 따라서 의료소송 전문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득 부분은 크게 생각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유리한 점 있지만 ‘오류’ 가능성도 높아

한편, 필자가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의료소송에서 의사 출신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이다. 의사들이 일단 원고측을 맡게 되면 우선 일반 변호사들에 비하여 진료기록을 해독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소송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적 판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의사 출신들은 같은 동료의식이 있어서 다른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다소 온정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서 사회적 약자인 환자들이 이 부분에 대하여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당연히 자신의 소송대리인이 혹시 같은 의사로서 제대로 책임추궁을 하지 않고 대충대충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점을 의사출신 변호사들은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즉, 이와 같은 의심을 받지 않도록 비록 기초학문은 의학을 공부하였지만 자신의 현 주소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라는 사실을 환자인 의뢰인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사출신 변호사들이 피고를 대리하게 되면 이 또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 같은 의사로서 그 잘못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과실 없음의 주장과 항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스스로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 점에서 의사출신 변호사가 피고를 대리하는 것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듯도 싶다.

위와 같은 점에서 보면,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를 꿈꾸면서 로스쿨로 달려가는 의학도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그 자리가 쉽지 많은 않은 자리일 듯하다. 위와 같은 점을 유의하여 훌륭한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들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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