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백화점을 영어로 무엇이라고 할까?

이 질문의 답이 ‘department store’란 건 필자의 세대라면 중학교 때부터 익히 알 수 있었고,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11개월 째 접어드는 미국 생활과 그 전의 몇 차례 미국 방문을 합쳐도 미국인들이 일상 대화 중에 ‘department store’를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필자가 ‘department store’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못 알아듣는 미국인들을 본 적도 없다. 모든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이 쉬운 단어를 그들은 왜 (거의) 사용하지 않는지 궁금해하다가 필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귀찮으니까 사용하지 않는다. 달라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백화점은 ‘갤러리아(Galleria)’인데 그냥 ‘갤러리아’라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을 귀찮게 ‘갤러리아 디파트먼트 스토어’라고 하는 건 미국인들의 체질에 맞지 않는다.

둘째,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큰 빌딩에 각종 상점이 들어서 있는 백화점들은 미국 땅에 그리 흔하지 않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대도시건 리틀록이나 와코와 같은 중소도시건 가릴 것 없이 독립된 백화점 건물은 줄어들고 대신 몇 개의 백화점들이 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쇼핑몰(줄여서 몰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일상대화에서는 백화점 대신 ‘몰’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백화점 + 수많은 통로 매점 = 쇼핑몰

쇼핑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몇 개의 백화점이 긴 통로에 의해 연결되어 있고, 그 통로 양편으로 작은 매장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쇼핑몰은 도심을 벗어난 곳에 엄청나게 넓은 주차장과 함께 위치해 있으며, 쇼핑몰에 붙어 있는 백화점들은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특정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가더라도 그 백화점이 붙어 있는 쇼핑몰의 이름을 들먹이며 “무슨 몰에 가자”고 하지, “무슨 백화점에 가자”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백화점은 대부분 조용하고 매장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쇼핑몰의 통로에 있는 상점들은 모두 독립되어 있어서 손님을 끌기 위해서 그런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어떤 매장은 아주 시끌벅적하며, 어떤 매장에서는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풍선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나누어주는 직원을 고용한 곳도 있을 정도로 아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낯선 이들에게는 그냥 눈요기(window shopping)를 즐기며 몰에 있는 매장 앞을 걸어가기만 해도 새로운 쇼핑문화 체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쇼핑몰에는 당연히 옷가게들이 많이 있고, 전자제품, 가정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곳과 함께 신발, 장난감, 가구, 장신구, 보석, 음식점, 서점, 커피숍, 빵집 등이 모여 있으며, 곳에 따라서 영화관이나 스케이트장 등이 쇼핑몰에 붙어 있는 곳도 있다.

달라스 주변에는 약 15개의 쇼핑몰이 있는데 미국 생활 초기를 벗어나면서 주말에 여유 시간이 생기게 되자 아내를 꼬셔서 쇼핑몰을 한 군데씩 돌아보곤 했다.

몇 군데를 돌아보고 나자 아내는 “다 똑같은데 왜 먼 곳까지 가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이왕 시작한 것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모두 둘러보자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한 군데씩 뒤지며, 결국 모든 쇼핑몰을 모두 돌아보고야 말았다.

그러고 나니 각 쇼핑몰이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특징을 지닌 곳들이 있었고, 그 후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쇼핑몰을 자주 찾게 되었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쇼핑몰은 ‘Grapevine mills’라는 곳으로 달라스 주변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매장은 규모도 규모지만 몰의 통로 양편에 있는 큼지막한 매장들이 대부분 재고품들을 싸게 파는 아울렛 매장이어서 가격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항공기 이착륙이 많은 DFW(달라스 포트워스의 약자임) 공항 근처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관광버스를 타고 패키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오갈 때 많이 들르기도 하는 곳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달라스 주변의 신시가지라 할 수 있는 플라노 지역에 새로 생긴 ‘Willowbend mall’이다. 이 곳에는 지금까지 필자가 본 가장 안전한 어린이 놀이터(공식 이름은 Pepsi Kid's zone이다)가 있는데 미국에서도 매장을 돌며 쇼핑을 하는 것은 엄마들의 일인 경우가 많으므로, 아빠들이 아기들을 보는 동안 엄마들이 쇼핑을 하라는 뜻으로 만들어 둔 것으로 보인다. 42인치 이하의 어린이들을 위한 이 놀이터에서는 부모들이 그냥 편하게 의자에 앉아 지켜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안전사고를 거의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시설물이 신축성 있는 재료로 날카롭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참고로 쇼핑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백화점으로는 Dillard, Sears, Foley's, JC Penny, Lord & Taylor, Neiman Marcus 등을 들 수 있으며, 약간은 고급상품을 취급하는 Galleria는 일반적으로 쇼핑몰이 아닌 독립된 매장을 가지고 있다.

Food Court의 음식점들

쇼핑에는 아무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당연히 뭔가 먹을 곳을 찾게 될 것이다.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한국인 중 한 명인 필자도 마찬가지다.

어느 쇼핑몰이건 ‘Food Court’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음식점들이 한 군데에 몰려 있어 기호에 맞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가격은 중저가이며, 어느 곳이나 비슷한 음식점들이 들어와 있는데 ‘Food Court’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표는 다음과 같다.

· J. Brenner's Chicken and Cheese steaks 닭튀김 요리와 치즈스테이크 전문점

· Steak Escafe 치즈스테이크 전문점

· Sonic 햄버그, 토스트, 샌드위치, 치킨 전문점

· 1 Potato 2 감자요리 전문점

· Chick fil-A 치킨, 햄버그, 샐러드, 샌드위치 전문점

· Cajun Cafe and Grill 케이준식 요리 전문점

· Frail and Stein 핫도그 전문점

· Cafe Partir 프랑스 음식 전문점

· Sarku Japan 일본 요리 전문점

· Panda Express 중국 요리 전문점

· Manchu Ok 중국 요리 전문점

· McDonald 설명이 필요 없다 필자가 돌아본 ‘Food court’중 Panda Express나 Manchu Ok이 없는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Sarku Japan은 어쩌다 한 번씩 볼 수 있었고, Suki Hana라는 일식점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중국식과 일본식 모두 고유의 음식이 아니라 인스턴트화하여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바뀌어진 것이지만, 어쨌거나 이들이 세계화하고 있을 때 한국식은 왜 세계화가 늦어졌는지 인스턴트화하기 힘든 한국의 음식문화를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휴스턴의 ‘Northwest mall’에서 발견한 한국음식점에서 필자는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

예병일(연세 원주의과대학 생화학교실, Southwestern Medical center 연수 중, biyeh6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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