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암성질환 정의부터 지원까지 과제 산적...전문가들 “정부-의료진-국민 동참해야”

완화의료는 암 등 단일질환이 아닌 수입,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의료서비스가 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국제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 모호이라 렝(Mhoira E.F. Leng) 이사는 지난 7일 스텐포드 호텔에서 개최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모호이라 렝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0만명이 완화의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완화의료를 필요로 하는 성인 대다수가 만성질환자이며, 노인과 아동, 정신질환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은 완화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화의료는 단일질환이 아닌 말기 돌봄으로 제공할지 고민이 필요하고 가치관을 바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총체적 관점의 접근이 중요하다”면서 “정책뿐만 아니라 교육은 어떻게 제공할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암성 질환, 말기 정의는 어떻게?

하지만 완화의료를 비암성 질환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완화의료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예후 예측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분석 툴 활용과 전문가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모호이라 렝 이사는 “다양한 질환의 질병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럽의 문서를 보면 말기의 의사결정은 삶의 질과 기대여명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임상적 징후와 증상, 환자의 권리 등 종합적으로 접근해 예후를 예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도적으로 완화의료를 도입한 미국 역시 비암성 환자에 대해 다양한 예측 도구를 반영해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휴스턴 UT MD 앤더슨 암센터 데이비드 휴 교수(David Hui)는 “미국은 5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서 완화의료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조기에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화의료는 외래환자 클리닉, 입원환자 상담팀, 일반 또는 급성 완화의료부서, 가정형 호스피스 등 4개 팀으로 나눠 아웃컴이 좋아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비암성인 경우 예후만으로 호스피스를 결정하기는 어려워 환자와 보호자의 니즈를 감안해 시기를 결정한다”면서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척추 압박 등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생존 기간이 짧은 경우 등 총 11개 기준을 반영한다”고 조언했다.

대만의 경우 제도적으로 환자의 심폐소생술 거부(DNR)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립 대만의과대학 데이널 푸 쌍 싸이 교수(Dr. Tsai Daniel Fu-Chang)는 “대만은 2000년에 아시아 최초로 자연사법인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이 제정돼 환자의 DNR 요구에 서명할 권리가 만들어졌다"면서 "적어도 한명의 가족 구성원이 동의하고 전문의 2명이 말기로 판단하면 생명유지장치 제거를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은 ‘말기’에 대해 정의만 내리고 있고 판단은 의사에 맡기고 있다”면서 “의사마다 판단 시기가 다 다른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 병원은 병원내 2개의 TF를 만들어 정책과 자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의학에서의 말기 정의와 종양의학에서의 정보 등을 각각 구해 보다 정형화된 말기환자에 대한 정보를 구축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은 의사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학적 지식과 문화, 사회적 가치, 가족의 기대, 환자의 욕구 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면서 비과학적인 역량이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가 등 정책 지원과 보편적 서비스 중요

하지만 대만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사회 문화개선 등을 통해 국민들의 DNR서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DNR에 서명하면 ID카드에 등록이 된다. 현재 7만명의 환자들이 DNR에 서명을 했다”면서 “통계를 보면 결혼한 사람이, 암 환자의 경우, 대학병원에서의 DNR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정부의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화의료는 수가가 낮아 병원 매출에 도움이 별로 안된다. 그래서 의사의 수가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정부에서도 호스피스 서비스 인가를 통해 순위가 높을수록 수가를 더 많이 지급하고, 최근에는 호스피스 예산을 30~50%로 늘려 더 많은 보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수가를 더 보장해준다고 해도 완화의료를 제공하면 집중치료를 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때문에 특정 시점이 되면 입원서비스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가정에서 환자들이 임종하는 가정형서비스나 쉐어드케어의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완화의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진들의 교육을 통한 보편적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모호이라 렝 이사는 “현재 협회 차원에서 4개 국가를 대상으로 12개 공공병원에서 완화의료 체계를 통일하려는 연구를 하려고 한다”면서 “완화의료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의료종사자들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리더십과 환자에게 집중화된 패스웨이, 프로토콜, 교육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복지부에서 호스피스연명의료 민간추진단을 만들어 하위 법령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진료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