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등 3개 학회, 처방제한 폐지 주장...복지부, 연내 4개 질환으로 급여확대

정부가 항우울증치료제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60일 처방 제한을 4대 신경계 질환에 대해서만 풀기로 하자 이번에는 가정의학과, 소아과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정 질환으로 제한할 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자유로이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뇌전증학회, 대한소아과학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SSRI계통의 항우울제 처방 제한은 우리나라 우울증 치료율을 낮추고 자살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급여기준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울증은 자살의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으로, 한국은 우울증 유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치료율이 낮다”며 “국내 우울증 환자의 약 10%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은 일차의료에서 매우 흔한 질환으로, 우울증이 있으면 피로감, 통증,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일차 의료기관을 첫 관문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내 연구에서도 일차의료 방문환자의 20%까지 우울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유럽 및 미국 등에서는 1990년대 초 안전한 SSRI 항우울제의 시판으로 일차의료에서 우울증 치료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은 2002년 3월 비정신과의사들에게 SSRI 항우울제 처방이 제한돼 우울증 환자의 병의원 접근성이 1/20으로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들은 “모든 일차의료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SSRI 계통의 항우울제 처방제한은 국민건강에 위해를 준 잘못된 정책이므로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당초 신경과학회를 포함한 8개 학회에서 요구한 것은 일부가 아닌 전체 진료과목에 대한 SSRI 처방권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정부가 비용 등을 걱정해 신경과 4개 질환만 허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향후 타 과에서도 동참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SSRI 처방권을 둘러싼 학계간의 논란이 확산되자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열고 뇌전증, 치매, 파킨슨, 뇌졸중환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급여를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SSRI 처방 제한규정을 폐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처방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심평원은 SSRI 처방확대에 따른 세부 고시기준안을 만들고, 이에 따른 재정추계까지 마무리했으며, 복지부 고시만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가정의학회 등이 뒤늦게 성명을 발표하자 정부는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특히 급여기준 개선 논의에 뇌전증학회도 참여했으며 정신과와 신경과간의 원만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문가회의에서 논의된 결과에 따라 고시 개정안과 재정추계 등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추가재정소요액으로 인한 고시 지연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며 “그 사이 다른 의견이나 변수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어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관계자도 “심평원으로부터 재정추계를 받았고 현재 고시를 마련중에 있다”면서 “연내에 고시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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